한국에선 결혼이나 취업 같이 사회적으로 당연히 좋고 해야 되는 것으로 통용되는 관습들에 대해서
개인이 거절의 의사를 표현하면 돌아오는 대표적인 답변이 있다
"그건 안하는게 아니라 못하는거야"
난 예전부터 이런 식의 반응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을 넘어 매우 비열하고 악질이라고 느꼈다.
내가 무엇을 안한다는건 내 취향과 가치관, 기호에 따라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고
내가 무엇을 못한다는건 나의 개인적 선택이 아닌, 비자발적으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것이라는 뜻을 내포한다
여기서 핵심은 안하는건 취향의 영역이라 서열화가 불가능하지만
못하는건 특정 기준에 따라 성공과 실패를 구분할때 쓰는 개념이란 것이다
한국인들이 안하는걸 굳이 못하는것으로 몰고 가려는 심리는, 바로 이 서열화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예전에도 말했듯이 한국인들이 다양성을 문화적으로 수용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순간, 서열화가 불가능 해지기 때문이다
A는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고 B는 자장면을 좋아한다
이는 지극히 취향, 기호의 영역이기 때문에 여기엔 아무런 우열, 서열이 존재하지 않는다
반대로 누가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사람이 자장면을 좋아하는 사람보다 IQ가 높다는 근거를 들고 오면
그때부턴 일종의 서열화가 가능해진다.
자장면을 좋아하는 사람은 IQ가 낮아서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지 '못' 하는거다
이런식으로 서열화를 할때 문제점은 모든 사람들이 같은 기준, 잣대로 살아간다는걸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이 전제가 성립되지 않으면 절대적 서열화란 불가능해진다
앞에 예시에서 IQ보다 EQ, 공감능력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사람한테 IQ가 낮아서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지 '못' 하는거라고 하면 기가 찰것이다
애초에 그 사람한텐 IQ가 중요한 기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순전히 타인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잣대와 가치관을 억지로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폭력인 것이다
이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좋은것이라고 여기는건 없다
결혼같이 실패할 리스크가 크고 개인의 성격, 가치관을 많이 타는 분야는 더더욱 그럴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살고 싶어한다' --> 이 명제는 절대적 사실일까?
아니다, 왜냐면 자살 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 세상은 다양한 생각을 보유한 개인들로 구성되어 있기에, 함부로 한가지 잣대로 판단해선 안되는 것이다
타인의 마음속에 들어가 완벽하게 심리 분석을 해본것도 아니면서 함부로 안한거다, 못한거다 구분 짓는건
개인의 취향과 주관적 판단을 완전 무시하고, 주류 집단이 내세우는 기준이 전부라고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본질적으로 개성을 무시하는 폭력적인 행위이며
사회적 줄세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붙들어 맬려는 악독하고 저열한 심리에서 비롯된다
굿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