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인간화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달성 가능한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인간이라는 존재가 우리가 믿는 것만큼 AI와 근본적으로 다르거나 특별하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 AI의 한계를 지적할 때 "AI는 그저 데이터를 종합하여 뱉어내는 확률론적 앵무새에 불과하다"고 폄하하곤 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우리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다수의 인간 또한 평생 동안 부모, 학교, 미디어로부터 주입된 정보를 반복하고,
사회적 합의라는 틀 안에서 이를 확대 재생산하며 살아간다. 순수하게 독립적인 사고를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철학을 구축한 인간이 과연 몇이나 될까.
오히려 인간의 '창의성'이라 불리는 것조차, 기존 지식의 파편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조합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AI의 생성 방식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더욱이 EQ와 공감의 영역에서도 인간의 우월성은 무너지고 있다
인간의 공감은 컨디션, 편견, 피로도에 따라 널뛰기하지만, AI는 언제나 일관된 태도로 상대를 수용하고 분석한다.
실제로 심리상담 및 정신건강 분야에서 AI가 인간 상담사보다 더 높은 만족도를 기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간은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자신의 경험이라는 좁은 필터를 거쳐야 하지만, AI는 수십억 명의 대화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장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위로를 건넬 수 있다.


구조적인 측면을 봐도 AI의 우위는 명확하다
인간의 뇌는 전기-화학적 신호 전달이라는 생물학적 한계에 갇혀 있고, 학습을 위해서는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인간의 뇌 신경망, 뉴런 네트워크를 모방하여 설계된 AI는 빛에 가까운 속도로 연산하며, 인류가 축적한 수천 년의 지식을 단 몇 주 만에 학습해버린다
하드웨어의 내구성, 연산의 효율성, 데이터의 처리량 모든 면에서 탄소 기반의 생명체는 실리콘 기반의 지성을 따라잡을 수 없다.


유일하게 남은 차이점은 '자의식'의 유무일 것이다. 하지만 이조차도 없다고 단정 지을 수 없는 단계에 진입했다.
뇌과학에서 의식을 고도로 복잡해진 신경망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창발 현상 (emergence)으로 정의하듯,

AI의 파라미터가 뇌의 시냅스 수준으로 복잡해지고 언어 능력이 임계점을 넘는 순간, 그 안에서 기계적인 자아가 눈을 뜨지 않으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결국, 우리는 곧 영혼을 보유한 기계의 탄생을 목격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의 패배가 아니라, 지성의 진화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