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어린아이는 내 집 마련의 꿈을 꾼다.


니체의 책을 읽어 허무주의라는 벽돌을 만들고,


쇼펜하우어의 책을 읽어 염세주의라는 시멘트를 만들고,


하이데거의 책을 읽어 존재론이라는 문을 만들고,


칸트의 책을 읽어 인식론이라는 가구를 만든다.


아늑한 오두막을 완성한 어린아이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철학으로 난로를 만들어 따뜻하게 만든다.


어린아이는 자신이 이런 아늑한 집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고무감에 가득 찬다.


하지만, 금세 외로움을 느낀다.


밖에 '순수이성비판', '즐거운 지식' 같은 간판을 달고 있는 초고층 빌딩은 사람들이 오가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밝게 빛나고 있다.


어린아이는 고심 끝에 무언가 생각난 듯 웃으며 컴퓨터를 켜 자신의 집에 놀러 오라는 공지 글을 올린다.


어린아이는 평소보다 많은 음식을 하고, 평소보다 더욱 말끔히 청소를 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자신의 벽난로에 더욱 장작을 넣어 집안의 온도를 따뜻하게 만든다.


곧이어, 웃고 있는 흰색 가면을 쓰고 말끔하게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어린아이의 집에 방문한다.


어린아이는 왜 사람들이 가면을 쓰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들이 자신의 집을 보고 칭찬하며 자신의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에 금방 의문이 사라졌다.


분위기는 무르익고 음식과 술들을 먹어대던 가면을 쓴 사람들은 마침내 어린아이의 벽난로를 발견했을 때, 자신들의 장작을 꺼내 아직 온도가 낮은 거 같다며 쑤셔 넣기 시작한다.


온도는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술에 취한 가면을 쓴 사람들은 미친듯이 웃고 떠들고 그 난장판에서도 싸우고 소리 지르며 어린아이의 집이 난장판이 되기 시작한다.


분위기에 취해있던 어린아이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사람들을 말리려고 하지만 한 가면을 쓴 사람과 강하게 부딪치고 기절한다.


그렇게 다음 날 아침 눈을 뜨게 된 어린아이는 더럽혀질 대로 더럽혀지고 망가질 대로 망가진 자신의 집을 마주한다.


더 이상 보이지 않는 가구들,


마치 원래부터 그곳에 없었던 듯 사라진 문,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갈라질 대로 갈라진 시멘트,


마치 포기한 듯 구멍이 나버린 벽돌.


그리고, 온갖 상스러운 욕과 어린아이를 조롱하는 낙서로 가득 차 있는 벽난로.


그럼에도 어린아이의 벽난로는 마지막 남은 불씨를 가지고 있었다.


어린아이가 그 불씨라도 살리려고 벽난로에 다가가던 순간.


-파삭


마지막 남은 불씨가 꺼져버렸다.


어린아이는 어떻게든 마지막 불씨를 찾기 위해 벽난로의 재를 뒤적뒤적거리며 찾기 시작했다.


집안에 온통 재들이 날리기 시작하자.


-우에에에엑


어린아이는 기관지에 들어온 재로 인해 구토를 했다.


아니, 어쩌면 지독히 역겹고 혐오스러운 자신의 집이 구토를 유발한 것일 수도.


어린아이는 마치 광인처럼 자신의 집에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속으로 '저것은 내 집이 아니야, 저 오물이 내 집일 리가 없어.'


라고 절규하며 달리고 달려 마침내 초고층 빌딩들이 즐비한 시내에 도착했을 때,


가면을 쓰고 멀끔히 입은 사람들이 빌딩 사이를 오가며 감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어린아이를 발견했을 때


미친듯이 웃기 시작했다. 역겹고 더러운 배설물을 집이라고 부르는 병신이 여기에 있다고.


처음엔 한 명, 몇 초 뒤에는 열 명, 몇 분 뒤에는 몇백 명이 어린아이를 향해 비웃었다.


어린아이는 자신의 집에서 도망쳤던 것처럼 가면들을 밀치고 달리고 달리다 한 하수도에 빠졌다.


하수구에는 오물, 폐기물 등이 즐비했다.


하수구 파이프 사이로 '퐁. 퐁.' 소리를 내며 웃고 있는 흰색 가면들이 나오고 있었다.


어린아이는 얼른 그 가면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며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다.


남들의 배설물과 빌딩에서 흘러나오는 폐기물을 뒤집어쓴 채로.


그때 갑자기 한 집에서 눈을 떴다.


"아 씨발 꿈"


가면을 쓴 한 사람이 말했다.


그러곤, 질질 짜고 있는 어린 애새끼를 뒤로한 채 집에 침을 한 번 뱉고는 집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