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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괴델

 존재론적 증명에 대한 많은 비판과 계승이 있는데, 그중 괴델의 현대적 계승 버전도 살펴보겠습니다. 괴델은 불완전성 정리로 유명한 논리학자인데, 그의 사후에 그가 존재 증명을 다뤘던 문건이 발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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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델의 증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괴델의 신 존재 증명(필자의 간략화 버전)

전제 1: 어떤 속성 P가 긍정적 속성이면, 그 부정인 not P는 긍정적 속성이 아니다.

전제 2: 만약 P가 긍정적 속성이고 P가 Q를 함축한다면, Q는 긍정적 속성이다.

전제 3: 모든 긍정적 속성을 본질적 속성으로 갖는 것은 긍정적이다.

전제 4: 필연적 존재는 긍정적이다.

결론: 모든 긍정적 속성을 본질적 속성으로 갖는 것(신)은 필연적으로 존재한다.


 긍정적 속성이 무엇인지 불명확하지만 신 존재 증명의 역사를 생각했을 때(그리고 전지전능한 하나님 같은 통속적인 표현을 고려했을 때), 괴델이 말하는 긍정적 속성의 예시들은 완전한 선, 완벽한 힘, 완벽한 지식 등일 것이고, 추가로 그는 "필연적 존재(=반드시 존재하다)"이 긍정적 속성임을 공리로 도입했습니다. 즉, 완전히 선하고 전지전능한 것을 신이라 하고, 이 신은 다른 모든 긍정적 속성들을 가진다고 합시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존재함"은 긍정적 속성이므로 이 속성을 가지는 신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특히 괴델의 버전에서 안셀무스의 버전과 대비하여 주목할 발전은 "필연", "가능" 같은 형이상학적 개념을 도입한 양상논리를 사용한 것입니다. 괴델의 메모를 잘 보면 Necessity(필연)은 N으로 Possibility(가능)는 M으로 표기해 놨습니다(간략화 버전에서는 이러한 표현들을 생략했습니다). 존재론적 증명을 양상논리로 다시 간략하게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양상-존재론적 증명(필자의 간략화 버전)

전제 1: 만약 신이 존재하는 것이 가능하면, 신이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것도 가능하다.

전제 2: 신이 존재하는 것은 가능하다.

결론 1: 신이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가능하다.(전제 1-2 전건긍정)

전제 3: 어떤 것이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가능하면, 그것은 필연적으로 존재한다.(양상논리 S5 체계의 공리)

결론 2: 신은 필연적으로 존재한다.(결론 1-전제 3 전건긍정)



4. 양상논리학

 양상논리학은 20세기 이후 발전한 논리 체계입니다. "C. I. Lewis"라는 철학자는 필연성, 가능성 등의 양상 개념을 형식 논리로 다루기 위해 양상논리 체계를 제안했습니다. 이후 솔 크립키, 데이비드 루이스 같은 철학자들에 의해 가능세계 의미론이 발전하면서 양상논리는 더욱 정교해졌습니다. 가능성, 필연성의 의미가 무엇인지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능세계: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 하나의 가능한 상태 또는 상황을 가정한 세계

가능하다: 적어도 하나의 가능세계에서 참이다.

필연적이다: 모든 가능세계에서 참이다.


 이러한 양상 개념을 활용하는 것이 양상논리학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동전을 던진다고 생각해 봅시다. 동전이 앞면이 나올 수도 있고 뒷면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동전이 앞면이 나오는 것은 2+2=4처럼 반드시 성립하는 것이 아닙니다. 즉 “동전이 앞면이 나오는 것”은 가능한 것이지, 필연적인 것은 아닙니다. 양상논리학은 이처럼 가능성과 필연성 같은 개념을 논리적으로 다루는 체계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양상 개념을 이용해 존재에 관한 논증을 전개한 것이 바로 앞에서 소개한 양상-존재론적 증명입니다.



5. 양상-존재론적 증명에 대한 생각

 안셀무스나 괴델의 증명에 대한 비판들을 일일이 설명하기보다는 저의 견해를 밝히며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솔 크립키는 우리가 물=H2O가 아니라 물=xyz인 세계를 상상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 세계가 실제로 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저는 이러한 비판에 동의하여 양상논리학이 잘못하면 너무 많은 것들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체계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선 신 존재 증명이 그러하고, 또 다른 예로 심리철학 분야에서는 차머스라는 철학자가 "철학적 좀비"라는 개념의 상상 가능성으로부터 그것의 형이상학적 가능성을 도출한 후 물리주의가 거짓임을 증명하는 논증을 펼칩니다. 저는 상상 가능한 영역과 그것이 실재하는 것의 영역이 서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의심하는데, 어떤 이들은 양상논리학을 활용해 두 영역을 거침없이 연결합니다. 상상 가능성과 형이상학적 가능성을 동일시하는 방식의 논증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은 브런치에 먼저 게재된 글입니다: https://brunch.co.kr/@9ee91671febb4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