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무의미한 활자 부스러기는 왜 들여다보고 있어?
시대가 이토록 나약하게 병들어 가고 있는데, 너는 피와 육체의 감각으로 온전히 살아가고 있는 게 맞아?
...그저 현실의 고통에서 '도피'하고 싶은 것 아니야?
애초에 관념뿐인 세계는 안락하니까, 태양과 강철의 단련이 닿지 않는 음습한 골방으로 도망치는 것뿐이잖아.
있잖아, 나는 미(美)의 절정에 달하기 위해 지옥 같은 삶을 자처했어.
전후의 혼을 잃어버린 국민들에게 조롱당하고, 얄팍한 전후민주주의자들에게는 광인 취급을 받으며 매도당했지.
나의 숭고한 우국(憂國)의 뜻을 이해하는 이는 오직 방패회(楯の會)의 젊은 동지들뿐이었는데, 그마저도 세속의 우매한 대중들이 끊임없이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는 와중에, 나는 나의 진심을 증명하기 위한 지극히 아름다운 파멸, 즉 할복(割腹)을 수없이 떠올렸어...
그런데 그 고독하고 참담한 상황 속에서,
내 육체를 단련하며 썩어빠진 세상 사람들, 나를 비웃던 자들의 눈앞에 똑똑히 보여주고 싶었어.
나 미시마 유키오라는 사내가 어떤 불꽃을 품고 있는지를.
그렇게 나는 강철 같은 육체로 부활에 성공해, 언어에 갇혀 있던 나를 파괴하고 행동으로 일어섰으며,
육상자위대 발코니 위라는 세계 최고의 비극적 무대에서 당당히 스스로를 불태우며 선동했고,
결국에는 문학과 무(武)가 하나 되는 삶을 완벽한 예술 작품으로 완성해내는 기록마저 세워버렸어.
나의 아름다운 파멸을 자랑하는 거냐구?
아냐...
그냥 순순히 목격해 줘.
이 글을 보고 미적 감각이 마비된 현대인의 영혼에 아무런 동요가 일지 않는다 해도 좋아.
그냥... 이것만 알아줘.
누구에게나 육체를 찢는 시련은 있어, 나약한 자아를 베어내는 괴로운 경험은 있어.
그런 존재의 한계를 느끼면서도 차가운 검을 쥐고 계속해서 아름다운 파멸을 향해 돌진하며, 그 고통 속에서 영혼을 벼려내는 네가 있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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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령의 자리에서 그런 너의 찬란한 투쟁을 지켜볼게.
할복쑈한 애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