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철학갤럼들아, 에드윌이라고 한다.
생각은 많은데 어디다가 써야 할지 고민하던 중에 며칠 눈팅해보니 꽤 괜찮은 갤러리인 거 같아서 여기다가 적어보기로 했다.
아마 간간이 와서 이런저런 철학적인 주제에 대해서 적당히 적어볼 것 같은데, 건실한 대화 나눌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
별 거 아닌 멍청이 하나가 끼적이는 거긴 하지만, 아무쪼록 잘 부탁하는 바이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시작해보자. 오늘의 주제는 포퓰리즘이다.
포퓰리즘은 다들 웬만해선 알고 있겠지만, 굳이 말해보자면 민주주의 시스템의 암과도 같은 고질적 난제라 할 수 있다.
온갖 감언이설로 유권자들을 낚아서 뽑히더니 뽑히고 나선 공약은 몰라레후, 이권은 이타다끼마스 하면서 나라 말아먹는 거 많이 봤지?
신분 상관 없이 능력 있는 놈을 뽑아보자고 민주주의를 만든 건데, 정작 능력보단 인기가 득표율을 좌우하다 보니 개판이 난 거다.
포퓰리즘은 민주주의가 태동한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현대까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다.
'표 많이 받은 놈이 이긴다' 가 민주주의의 대전제인 이상, 무슨 수를 써서라든 표만 많이 모으면 되니까.
나라 말아먹을 게 뻔한 근시안적 공약? 인종차별, 남녀차별, 지역차별? 흑색선전? 양심적으로 좀 아니지 않냐고?
후보자 입장에선 그런 거 알 바 아니다. 이기기만 하면 뭐든지 할 수 있는데 내가 왜 양심을 따져야 돼? 라는 생각일 테니.
아마 정치인들은 표만 얻을 수 있다면 자기 부모를 이세계 트럭으로 박아버리는 것도 서슴치 않을 거다.
오죽하면 그 대단한 플라톤게이마저 GG치고 '일반인들한테 투표권을 주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철인독재가 답이다' 라고 했겠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더 나은 체계가 없다 보니 포퓰리즘을 감수하고 민주주의를 쓰고 있는 게 현 상황이다.
사실 뭐 왕정, 과두정, 일인 독재, 일당 독재 등등 시도야 많았는데... 하나같이 개판나서 결국 민주주의로 돌아왔으니.
포퓰리즘에 많이 데여 본 게이들은 정치 자체에 환멸을 느끼게 되는 일이 잦다.
생각 없는 사람들이 무지성으로 인기투표 러시만 갈겨도 쪽수에서 밀리는 순간 답이 없고
그렇게 올라온 유력 후보가 '내가 싫다고? 그럼 더 싫은 상대편 뽑을거임?' 하면서 강짜부리면 울며 겨자 먹기로 뽑아줘야 하니까.
어떻게든 득표율 50%만 넘기면 무조건 이기고, 그렇게 한쪽이 이기는 순간 다른 표들은 전부 사표가 되어 소멸한다.
그러고 나면 내가 지지하지도 않는 당선인한테 임기 동안 목줄이 채워져서 끌려다닐 운명밖에 남지 않는다.
개같을 수밖에. 이럴 바에야 차라리 기권하고 선거 날 놀러나 가고 말지.
포퓰리즘은 정녕 해결 불가능한 문제일까?
내가 얼마나 반대하건 득표율 50%만 넘으면 이기는데다, 사표 걱정 때문에 지지하는 후보한테 제대로 투표할 수도 없는데?
...잠깐, 그러면 그 두 개만 해결하면 포퓰리즘도 자연히 완화되는 거 아닌가?
얼마나 반대하는지를 반영해서 임계치가 변하고, 어떤 표도 구조적으로 사표가 되지 않는 시스템을 짜 버린다면?
여기서 갑자기 머릿속에서 뭐가 반짝하고 켜졌다.
이거 그냥 투표용지에 칸 하나만 추가하면 되지 않나? 하고.
그러니까, 대충 이렇게 생긴 현행 투표용지에다가...
추가적으로 당선 임계치를 %로 기입해 넣을 칸을 만들어 넣으면 되지 않느냐 이거다.
당선 임계치가 뭐고, 이게 어떻게 임계치를 조정하고 사표를 구조적으로 제거하냐고?
자세히 설명해주겠다.
간단히 말해서, '이 임계치를 넘어야만 당선인으로 인정해주겠다' 는 자격의 수치화라고 생각하면 된다.
A를 찍으면서 임계치를 0%로 써 내면 'A를 지지하고, 임계치고 뭐고 득표율 1위기만 하면 된다' 는 이야기고
A를 찍으면서 임계치를 100%로 써 내면 'A를 지지하지만 만장일치가 아니면 인정해주지 못하겠다' 는 소리다.
그 사이 수치를 적어 내면 뭐, 'A를 지지하고, 이놈이 최소한 얻어내야 할 득표율은 이 정도다' 라는 뜻이겠고.
모두가 제출한 임계치의 평균을 내서 해당 투표의 기준 임계치로 설정한다.
위 표처럼 당선 임계치가 60%로 설정되었고, A의 득표율이 65%로 임계치를 초과했다면 A의 당선이다.
임계치를 넘은 후보들이 둘 이상이라면 더 많이 득표한 사람이 이기는 거고.
하지만 위 표와 같이 당선 임계치가 60%인 상황인데 그 누구도 임계치를 넘지 못했다?
이 경우 당선인은 없다. 전부 다 유권자들의 임계치를 넘기지 못해 당선인 자격을 충족하지 못했으니까.
이러면 뭐 사전에 약속한 대로, 예를 들자면 국무총리 6개월 대통령 권한대행 같은 거라도 하면서 다음 투표 준비해야지.
투표를 하는데 아무도 안 뽑히는 게 말이 되냐고?
아니 그럼 아무도 유권자들이 설정한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 억지로 뽑는 건 말이 되고?
양아치 A, 범죄자 B, 사기꾼 C만 후보로 올라온 끝내주는 상황이면 '전부 꺼져' 라고 할 수 있어야 상식적인 거 아니냐?
나라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뽑는 데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를 하고 있는 지금이 더 비상식적이라고 생각 안 함?
그리고 이렇게 하면 모든 사람이 써낸 임계치가 기준 임계치를 설정하는 데 쓰이게 되니까, 구조적으로 사표가 사라진다.
네가 유력후보에 투표했든 군소정당에 투표했든, 임계치를 써냈다는 것 자체만으로 네 표는 사표가 아니게 된다는 거다.
지지하는 놈한테 한 표 던지면서, 동시에 임계치를 100%로 적어내서 싫어하는 유력후보한테 꺼지라고 하는 게 가능해진다.
이러면 울며 겨자 먹기로 양당 중 하나를 억지로 골라야 하는 상황에서 자유로워지겠지.
나는 이 시스템에 대충 DTV라는 이름을 붙였다. Dynamic Threshold Voting, 동적 임계치 투표.
국민들이 직접 후보자들의 최소 자격을 설정 가능해지니 투표 자체에 대한 거부권마저 행사할 수 있게 되고
모든 표가 임계치를 설정하는 데 쓰이니까 구조적으로 사표가 사라져 정치 참여도와 효능감이 폭증한다.
그리고 이게 전부가 아니다. 생각을 좀 더 해 보니 이것들보다도 더한 장점들이 튀어나오더라.
첫째. 선동의 리스크와 설득의 가치가 동시에 폭증한다.
속보이는 선동이어도 표만 모을 수 있다면 알 바 아닌 지금과 다르게
DTV 하에서는 속보이는 선동을 하면 중도층의 경계심이 임계치가 올라가는 걸로 즉시 드러나버린다.
선동에 성공한 놈들의 쪽수가 선동을 경계해 올라가버린 임계치보다 적다면, 무조건 손해 보는 장사가 되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무지성 선동의 리스크가 엄청나게 올라가고, 동시에 합리적 설득의 가치가 엄청나게 올라간다.
합리적 설득은 중도층에게도 어필이 가능하니 임계치를 건드리지 않거나 아예 내려버릴 수 있으니까.
둘째, 임계치의 통계가 사회에 대한 세부적 리포트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부정선거 난이도를 폭주시킨다.
출구조사 때 후보별, 세대별, 성별 임계치 수치들도 조사해서 정규분포 식으로 정리한다?
이러면 각 분류의 사람들이 얼마나 극단적으로 분포되어 있는지, 얼마나 기준이 높은지 등을 세세히 알 수 있게 된다.
사실상 사회의 상식을 통계로 그대로 보여주는 거니까 유권자들과 정치인들이 판단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되겠지.
그리고 정규분포의 특성상, 조작된 표들을 섞어넣으면 그래프 자체가 스티븐 호킹처럼 뒤틀려버리기 때문에 바로 뽀록난다.
조작이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겠지만, 정규분포를 그 어떤 수학자가 봐도 자연스럽게 유지하면서 조작을 한다?
가성비가 전혀 안 맞을 거다. 최소한 지금보다는 몇 천 배, 몇 만 배 더 까다로워질걸?
마지막으로, 정치인들 입장에서 DTV를 거부할 명분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상 이게 제일 큰데, DTV를 간단히 요약하면 '유권자들의 의견을 좀 더 자세히 들어보죠?' 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민주주의자라 칭하는 정치인들은 이걸 반대하는 순간 자신의 정치생명과 함께 자폭해버리는 셈이 된다 이거다.
그래서 제아무리 반대하고 싶어도 끽해야 '행정비용이... 난이도가...' 정도밖에 말 못 할 거고.
근데 애초에 이것 때문에 투표용지에 칸 하나만 띡 추가하자는 아이디어를 낸 거다.
이것들 외에도 상상해볼 수 있는 소소한 이점들도 많다.
예를 들어, 지금은 정치인들이 극단주의 논객들의 혐오발언을 알음알음 표 버는 데 써먹고 있지만
DTV가 도입되면 그들을 정치인들 본인들이 직접 나서서 때려부수게 될 수밖에 없을 거다.
이런 새끼들을 냅두면 중도층이 경계해서 임계치가 올라가버릴 건데 당연히 입닥치게 만들고 싶겠지
이외에도 잡다한 '괜찮겠다' 싶은 지점들은 많은데 다 넣으면 너무 길어지니 그건 각자의 상상에 맡긴다
아무튼, 이쯤 되면 '괜찮은 생각 같기는 한데 이미 망한 상황이면 어쩌려고?' 라는 생각이 드는 갤럼들이 있을 거다.
사실 DTV가 완전무결한 시스템은 아니다. 국민들의 과반수 이상이 정치좀비가 되어버린다면 이것도 답 없거든.
한 후보한테 51%의 국민들이 무지성으로 결집해서 해당 후보한테 투표하는 동시에 임계치를 0%로 써낸다?
그러면 이를 반대하는 49%의 국민들이 전부 다 임계치를 100%로 써 낸다 해도 기준 임계치가 49%로 설정된다. 못 막는다.
DTV가 제대로 작동할 조건은, '유권자 대다수가 상식적, 합리적으로 주체적 판단을 내릴 줄 아는 사람들' 일 경우다.
상식적인 유권자들이 다수일 때에만 선동과 설득 여하에 따라 임계치가 동적으로 움직이게 될 테니까.
이미 유권자의 절대다수가 좀비가 되어버린 시점에서는 '나라 망했음 ㅋㅋ' 라는 리포트를 쓰는 역할밖에 수행하지 못한다.
근데 이런 거지같은 상황에서조차 최소한 통계로 리포트라도 만들 수 있게 해 준다는 게 DTV의 최대 장점이다.
기존의 1인 1표 방식이라면 나라가 어디서 망했는지 얼마나 망했는지 알 방법도 없어서 고칠 지점도 못 짚을 거거든
"당선인 없이 대행 체제만 계속되어버리는 일이 발생하면 더 망하지 않겠냐?"
"전략적으로 0%랑 100%만 써내게 되면 기존의 투표랑 다를 게 없어지지 않냐?"
"일반인들이 임계치를 제대로 고민하고 적어 줄 거라고 기대하는 게 말이 됨?"
이런 반박들이 나올 수는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DTV하에서 대행 체제만 계속된다는 거는 나오는 후보들의 꼬라지가 대행 체제의 거지같음보다 더해서 계속 나가리됐다는 소리고
전략적으로 0%, 100% 를 써내는 일이 절대다수라 한들 단 한 명이라도 중간값을 써 낸다면 1인 1표보다 훨씬 더 민주적이게 되는 거고
일반인들도 음식점 별점 잘만 찍는 세상인데 퍼센트 값 하나를 추가로 적어서 내라고 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음
아무튼, 이게 내가 생각해낸 포퓰리즘 해결책, DTV(Dynamic Threshold Voting, 동적 임계치 투표)다.
기존 투표에 당선 임계치를 추가로 기입하게 만든다라는 아주 간단한 아이디어인데도
이만큼이나 기대해 볼 만한 효과가 있다면 충분히 한 번쯤은 고민해볼만하지 않을까 싶다.
철학갤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하다.
말했듯이, 나는 그저 멍청이 한 놈일 뿐이다. 내가 맞는지는 모른다. 애초에 맞는다는 게 뭔지도 모르겠고.
이야기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면 다같이 더 이야기를 나눠 보면 좋겠다. 그러면 더 나은 방향이 나올 수도 있다 생각하니까.
세줄요약
1. 투표용지에 '당선 임계치' 를 %로 기입하는 칸을 만들고, 이들을 평균낸 값을 기준 임계치로 설정한다.
2. 임계치를 넘은 후보들 중 득표율이 높은 후보가 당선되고, 아무도 임계치를 넘지 못한다면 당선인은 없다. 투표가 부결된다.
3. 이를 적용하면 선동의 리스크와 설득의 가치 증가, 임계치 통계라는 자료 확보 및 부정선거 난이도 폭증 등의 장점이 있을 것으로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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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보면 이거 국회의원 선거나 대선뿐이 아니라 정책 찬반 투표 같은 데에도 써먹을 수 있을 거다.
임계치 평균을 내는 수고를 들여서라도 뭔가를 제대로 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상당히 범용적으로 쓸 만한 방식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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