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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철학갤럼들아, 으레 오는 멍청이인 에드윌이라고 한다.


저번에는 민주주의를 철학적으로 분해해서 포퓰리즘 해결방안을 제시해봤는데, 오늘은 순수 철학으로 가보려고 한다.


오늘 생각해온 주제는 '공리' 다. 오늘도 재미있고 건전한 이야기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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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리의 사전적 정의는 위와 같다.


갤에서도 좀 보였는데, 1번 2번의 뜻을 섞어 쓰는 경우가 꽤 있다. 하지만 나는 2번 뜻에만 집중하려 한다,


'증명이 없이 자명한 진리로 인정되며, 다른 명제의 전제가 되는 원리' 들.


이 의미일 때, 공리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전부 무시하고 일단 '진리' 로 설정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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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공리 자체의 옳고 그름을 '해당 공리계 내부에서' 따지는 게 무의미하다는 거지, '외부' 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예를 들어 '아폴로 계획은 음모론이다' 라는 공리를 세웠다고 해 보자. 이러면 네 공리계 내부에서는 이건 진리다.


하지만 천문학자들이나 나사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정보와 상충되니 진리라고 인정하지 않고 공리 자체를 거부할 거다.


이렇듯, 공리는 원하는 대로 설정 가능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전적으로 각자의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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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 철학 체계들도 대부분- 아니, 사실상 전부 공리들을 설정한 뒤 그것들을 전제로 세계를 설명하고 답을 제시하는 구조다.


플라톤, 칸트, 헤겔, 공자, 붓다, 예수... 이데아, 정언명령, 절대정신, 덕, 무아, 신. 보다시피 전부 다 공리를 설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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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이런 기성 철학들이 하나같이 맘에 안 든다. 이유가 뭐냐고?


'왜 내가 이 공리들을 받아들여야 해?' 라는 질문을 갈겼을 때 만족스러운 답변을 내뱉는 새끼들이 없거든.


이데아? 없다고 생각하면 어쩔 건데? 정언명령? 무시하면? 절대정신? 도달 불가라고 가정하면? 신? 없다고 치면?


기성 철학들이 이런 질문에 대해서 할 수 있는 소리라고는 '그게 상식적이니까...', '그게 필요하니까...', 수준이 한계다.


그런데 난 공리들을 논리적으로 납득하고 싶은 거지, 덮어두고 신앙하고 싶은 게 아니라고. 성에 찰 리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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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거부할 방법 자체가 없는' 공리가 아닌 이상 나는 순순히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


애초에 '왜?' 를 한 번만 던져 봐도 강호동이 쿠크다스 부수는 것보다 간단하게 터져나가는 공리들을 인정할 이유가 뭔데?


명제들을 쌓아 올릴 기초가 되는 게 공리인데, 그런 기초공사가 툭 치면 스냅 맞은 스파이더맨마냥 가루가 되어서야 쓰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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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논리적으로 거부할 수 없는 공리' 들을 제시하는 철학을 찾을 수가 없더라.


그래서 그냥 내가 직접 공리계를 구축해보기로 했다. 메뉴에 없는 음식 먹고 싶으면 알아서 만들어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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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나 자신을 설득할 만한 철학 체계가 필요했고, 그래서 후술할 명제들을 공리로 설정했다. 그뿐이다.


그러니 밑에 적을 공리계를 너희가 '납득' 하는지는 내 알 바 아니다. 납득하면 뭐 좋지만 어차피 그건 각자가 선택할 몫이니까.


서론이 길었는데, 그러면 슬슬 시작해보자. 임시로 붙인 내 공리계의 이름은, 코에트 공리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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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고 나서, 어디부터 공리를 쌓아야 할지 고민하던 와중에 비트겐슈타인 게이를 떠올렸다. 언어철학의 대가.


거기서 좀 머리를 굴려보니까, 내가 하고 있는 이 '생각' 조차 '언어' 의 범주 내에 들어오는 것 같더라고?


오호라... 싶었지. 그래서 '언어' 부터 공리계 빌드를 시작해보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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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적으로 정한 공리 선정 조건은 이거다.


'부정하면 그 부정 자체가 언어적으로 붕괴하는 명제들'.


거부하려 하면 그 거부 자체가 성립할 수 없게 되는, 꼬와도 말하려면 인정할 수밖에 없는 그런 것들 말이다.


참고로 난 이것들이 '진짜 진리' 일지는 애초에 관심이 없다. 그냥 말하려면 있어야 한다 생각하니 선정한 거다.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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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준으로 다음의 5가지 명제를 선별해서 코에트 언어 공리계를 만들었다.


-


1. '뜻' 은 언어로 표현하고자 하는 무언가이다.


2. '언어' 는 뜻을 매개하는 데 사용하는, 그리고 뜻을 매개한다 판단하는 모든 표현이다.


3. '개념' 은 언어를 선택한 기준에 따라 나눈 최소 구분 단위이다.


4. 임의의 개념 A에 대해 A가 아닌 개념을 항상 구성할 수 있다.


5. 같은 표현이 다른 개념을, 다른 표현이 같은 개념을 지시할 수 있다.


-


각 명제가 어떻게 선정 기준에 부합하는지, 그리고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 하나씩 들여다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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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뜻' 은 언어로 표현하고자 하는 무언가이다.


'내 말엔 뜻이 없어!' 라고 반박하면, '내 말에는 뜻이 없다' 라는 '뜻' 을 '표현한' 셈이 된다.


그러므로 '부정 시 부정 자체가 언어적으로 붕괴해야 한다' 라는 공리 선정 조건을 충족한다.


언어가 지시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Null 값으로 두긴 그러니까 '뜻' 이라는 기본값을 설정해 놓는 역할을 하는 공리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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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언어' 는 뜻을 매개하는 데 사용하는, 그리고 뜻을 매개한다 판단하는 모든 표현이다.


'내 표현은 뜻을 매개하지 않아!' 라고 반박하면, '내 표현은 뜻을 매개하지 않는다' 는 '뜻' 을 '매개' 한 거다.


또한 내가 너의 표현이 뜻을 매개한다고 '판단' 하고 있으므로, 이 또한 설정된 언어의 기준에 잡힌다. 공리 선정 조건을 충족한다.


이 공리는 '언어' 의 범위를 설정하는 기능을 한다. 내 관점에서 (뜻을 매개하기 위해 사용하는 + 뜻을 매개한다 판단하는) 표현들.


이렇게 한 이유는 각자가 생각하는 언어의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누구는 말과 글, 누구는 몸짓과 그림, 누구는 환각마저 언어라 보니까.


그렇기 때문에 반박하기 쉬운 고정적인 기준을 세팅하지 않고 각자의 기준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는 범주를 세팅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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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개념' 은 언어를 선택한 기준에 따라 나눈 최소 구분 단위이다.


'내 언어는 개념으로 나누어지지 않아!' 라고 반박하면, '언어 전체' 를 '하나' 로 '구분' 한 거다. 1도 0이랑은 다르니까.


구분 자체를 하지 않으려면 입력값 자체가 없어야 하는데, 말한 이상 입력을 해 버린 거네? 그러니 공리 조건에 부합한다.


이 공리는 언어를 쪼개고 재배치해서 서로 다른 뜻들을 매개하는 데 써먹는 우리의 언어 체계를 설명하기 위해 추가한 공리다.


하지만 '나는 어제 밥을 먹었다' 를 누구는 '나는, 어제, 밥을, 먹었다' 로 나누고 누구는 '나, 는, 어, 제, 밥, 을, 먹, 었, 다' 로 나눌 수 있잖아?


그러니까 앞에서 본 공리 2번처럼 구분 기준을 각자에게 맡기는 걸로 반박할 건덕지를 제거해버리는 방식을 쓴 거라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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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임의의 개념 A에 대해 A가 아닌 개념을 항상 구성할 수 있다.


이 공리를 부정하려면 'A가 아닌 개념을 구성할 수 없는 개념도 있어!' 라고 해야 한다.


그런데 그걸 말한 순간 이미 'A가 아닌 개념을 구성할 수 없는 개념' 과 'A가 아닌 개념을 구성할 수 있는 개념' 이 쌍생성된 거다.


공리 3번에 의해서 '개념' 인 이상 '구분' 되고, '구분' 한 이상 '기준을 충족하는 것' 과 '충족하지 않는 것' 이 갈리게 되니까.


네가 이 공리를 부정하고 싶다면 공리 3도 같이 부정해야 하는데, 그러면 위에서 적었다시피 언어가 붕괴한다. 그러므로 조건 충족.


이 공리는 써먹을 데가 많은데, 후술할 5번 공리하고 엮어서 써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5번으로 넘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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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같은 표현이 다른 개념을, 다른 표현이 같은 개념을 지시할 수 있다.


이 공리는 동음이의어와 동의이음어를 동시에 긍정하는 공리다. 당연해 보이는데, 이게 공리 조건을 충족하는 구조는 생각보다 복잡하더라.


이 공리를 부정하려면 '내 언어는 각각 하나의 개념만을 지시해!' 라고 해야 한다. '사과는 사과다' 식으로. 얼핏 보면 문제없을 거 같지?


그런데 위의 공리들을 보자. 공리 3번과 4번에 의하면, '개념 A'가 생성되면 '개념 A가 아닌 것' 이 동시에 생성되며 '구분' 된다.


이걸 사과의 예시에 적용시켜 보면, '사과' 라는 개념을 생성하면 '사과가 아닌 것' 이라는 개념이 동시에 생성된다는 거다.


하지만 '사과가 아닌 것' 에는 파인애플, 참외, 수박 등 많잖아? 동음이의어 식으로 일대다 연결이 가능해져버리는 거다.


이걸 막기 위해서는 '사과가 아닌 것' 은 '파인애플' 뿐이다 식으로 '고정' 해야 하는데, 이러면 동의이음어를 긍정하게 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파인애플' 도 '개념' 이라서 '파인애플' 과 '파인애플이 아닌 것' 이 '구분' 되어버린다는 거다.


'파인애플이 아닌 것' 은 '참외' 뿐이다로 '고정' 한다고 쳐 보자. 근데 이러면 '사과가 아닌 것' 에 '참외' 가 들어가버린다.


그런데 앞서 말한 대로라면 '사과가 아닌 것' 은 '파인애플' 뿐이어야만 하잖아? 그런데 '참외' 가 생겨버렸네?


그러니까 개념을 생성하면 개념의 연쇄에 의해 일대일 대응이 파괴되고 동음이의어와 동의이음어가 동시에 발생해버린다는 거다.


'사과' 랑 '사과가 아닌 것' 만으로 버티겠다고? 공리 4 때문에 '사과도 사과가 아닌 것도 아닌 것' 이 바로 생성된다. 망한 거다.


공리 5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공리 3과 공리 4도 동시에 부정해야 한다. 하지만, 위에서 적었듯이 불가능할 걸 아마.


그러므로 '내 언어는 각각 하나의 개념만을 지시해!' 라는 개념을 '생성' 한 순간 게임 오버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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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리 깨질 것 같다고? 나도 그렇다. 개어려움 이거...


정확히는 선정한 공리들 하나하나는 '당연한 소리네' 할 만한 것들뿐인데


이들을 구조적으로 회피할 수 없는 논리를 조직하는 게 아주 많이 까다로웠다


어려우면 천천히 다시 읽어보던가 납득 안 가는 부분 정리해서 댓글 달던가 해봐라, 되는 데까지는 도와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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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다시 돌아가서, 상술한 공리 4와 5가 연계되는 부분을 한번 이야기해 보자. '전체' 라는 개념에 대한 이야기이다.


 'A는 언어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라고 한번 써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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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러면 공리 4에 의해 'A가 아닌 개념'이 즉시 생성되는데, A는 언어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이니 생성된 즉시 A 안으로 잡혀온다.


이렇게 되면 개념이 생성되는 족족 A가 전부 흡수해버리잖아? 그러면 A라는 개념만큼은 절대적인 게 아닌가? 그럼 이게 진리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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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여기서 공리 5가 초를 친다. 동음이의어. 'A' 라고 한다고 해도 서로 다른 개념들을 같이 지시할 수 있다는 공리.


이 관점에서 한번 보자. 'A는 전체이다' 라고 선언했을 때, 이 '전체' 를 구분을 쉽게 하기 위해 '전체1' 이라고 써 보자고.


공리 4에 의해 'A가 아닌 개념' 이 생성되면, 'A' 는 '전체' 이어야 하므로 'A가 아닌 개념' 또한 포괄하게 된다.


이러면 다시 '전체' 로 돌아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1' 과는 다른 '전체2' 가 된다. 그리고 이는 계속 이어지지.


그러니까


-


전체 = 말 그대로 '모든' 것.


전체1 = A


전체2 = A + A가 아닌 것


전체3 = A + A가 아닌 것 + (A + A가 아닌 것) 이 아닌 것


-


이렇게 되는 거라고.


그니까 이것들을 '전체' 라고 똑같이 써 놔서 '같은 거 아님?' 이라고 착각을 한 거다. 수학적 일대일 대응 방식으로 언어를 보는 실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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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에 좀 조예가 있고 눈치가 빠른 게이는 이게 러셀이 제안한 이발사의 역설과 유사한 구조라는 걸 간파했을 거다.


그리고 해결 방법 또한 똑같다. 러셀이 제안한 계층이론을 그대로 언어에 도입한 거나 다름없으니까.


다만, 러셀은 '왜 계층이론을 도입해야 하는지' 를 설명하지 않았지만 나는 공리계 내부의 '필연' 으로 만든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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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으로 전체1, 전체2, 전체3... 이 모두를 포함하는 메타 전체1을 만든다 해도 메타 전체2, 메타 전체3... 식으로 가 버린다. 끝없이!


그렇기에 '전체' 는 공리 4에 의한 개념의 연쇄 때문에 무한 저 너머로 계속해서 미끄러지고


우리는 '전체' 라고 말은 하지만 사실 공리 5를 이용한 동음이의어로 대충 퉁치면서 사는 거다.


요약해보자면, '전체는 언어로 선언될 수는 있으나 언어로 고정될 수는 없다' 라고 적을 수 있겠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체를 고정하려면 전체의 연쇄를 여기서 끊겠다는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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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미쳐버리겠는 지점은, '전체' 는 아주 많은 개념들하고 엮여서 써먹히고 있는 놈이라는 거다.


'전체적으로 통용되는 참', '전체적으로 통용되는 거짓', '전체적으로 통용되는 진리' 이런 식으로 말이지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전체는 언어로 선언될 수는 있으나 언어로 고정될 수는 없다' 잖아?


이게 무슨 뜻이냐?


전체 자체가 고정이 불가능하니 전체와 특정 개념을 엮어서 다른 개념을 만드는 순간 그것도 고정이 불가능해진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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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적었지? '전체를 고정하려면 전체의 연쇄를 여기서 끊겠다는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라고.


이게 무슨 뜻이냐면, '전체' 를 연계시킨 개념들은 기준 없이는 고정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진리건, 참이건, 거짓이건, 신이건, 악마건, 기준이 없으면 언어로 잡는 게 불가능해진다는 거지.


저 새끼들은 네가 정하는 기준이 없으면 한갓 신기루일 뿐인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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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리계를 받아들이면, '전체적으로 통용되는 진리' 같은 걸 찾느라 헤멜 필요 자체가 증발한다.


언어 내에선 어차피 고정 불가능한 거니까 네가 어디서 멈출지 기준을 설정하면 그만이거든. 안 해도 뭐 그만이고.


그리고 진리 가지고 싸움박질할 의미도 같이 사라질걸? 어차피 기준이 없으면 고정도 안 되는 놈이잖아.


서로가 말하는 진리가 다르다면 서로의 기준이 다른 것일 뿐이겠지.


정 남의 진리도 내가 말하는 진리로 덮어쓰고 싶다면, 기준을 바꾸라고 설득하면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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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왜 기준을 바꿔야 돼?' 라고 물으면 네가 할 수 있는 말은 '그냥' 밖에 없다.


'전체에 통용되는, 기준을 내 것으로 통일해야 할 궁극적인 이유' 같은 건 고정이 불가능하니까.


'더 나아 보여서', '합리적이라서' 라고 할 수는 있다만, '왜?' 를 이어가다 보면 '그냥' 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끝까지 안 받아들인다고? 그럼 설득 안 되는 거지. 다음 기회에 다시 해 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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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복잡한 논리 따라오느라 다들 고생 많았다. 코에트 언어 공리계에 대한 설명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겠다.


요약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


'부정하면 그 부정 자체가 언어적으로 붕괴하는 명제들' 을 공리 조건으로 삼고


이 기준으로 다음의 5가지 명제를 선별해서 공리계를 만들었다.


-


1. '뜻' 은 언어로 표현하고자 하는 무언가이다.


2. '언어' 는 뜻을 매개하는 데 사용하는, 그리고 뜻을 매개한다 판단하는 모든 표현이다.


3. '개념' 은 언어를 선택한 기준에 따라 나눈 최소 구분 단위이다.


4. 임의의 개념 A에 대해 A가 아닌 개념을 항상 구성할 수 있다.


5. 같은 표현이 다른 개념을, 다른 표현이 같은 개념을 지시할 수 있다.


-


그리고 공리 4와 5를 연계시킨 결과, '전체' 와 연계된 모든 개념들은 '기준' 없이는 고정될 수 없다는 걸 도출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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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무슨 이야기 하고 싶은 거냐고?


고정될 수도 없는 신기루 쫓아가면서 내가 맞네 네가 틀리네 하면서 싸움질하지 말자고. 병신 짓이라는 결론이 도출됐잖아.


서로의 기준 차이일 뿐일 테니까, '너는 무슨 기준, 무슨 공리를 설정한 거니?' 를 묻는 게 훨씬 더 건전할 거라는 이야기다.


뭐 나보다 똑똑한 게이가 내 공리계를 부정할 방법을 찾아낸다면 도출된 이 결론도 흔들릴 테니 완전하진 않겠다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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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있으면 뭐 댓글에서 이야기해보자. 나도 글빨이 좋은 편은 아니라서 쉽게 이해되도록 글을 쓰지 못한 것도 있고 뭐...


하지만, '그래서 기준을 설정하는 자아는 뭔데?', '모든 기준이 가능하다면 살인도 허용됨?' 같은 질문들은 지금은 답하지 않겠다.


왜냐하면 다음 글에서 또 다른 공리계를 설정해보면서 설명해볼 부분들이거든.

아, 추가로 '왜 이름이 코에트냐?' 이건 뭐 간단함

공리 4에 의한 무한 연쇄가 이 공리계의 키라고 생각해고, 또 이게 체인처럼 이어지는 거라고 이미지했거든?

그래서 Chain of Everything Theory 라고 대충 지어본 다음 두문자어화해서 CoET, 코에트가 된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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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다시 한 번, 길고 복잡한 똥글 읽느라 고생 많았다.


질문이나 반박이 있으면 언제나 환영이다. 하지만 기왕이면 잘 조직해서 적어줬으면 한다, 그 편이 서로 편할 테니까.


좋은 하루 보내라, 철학갤럼들아. 나는 다음에 또 다시 돌아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