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부산까지 이동해야 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여기에 휘발유 20리터가 주어졌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할 것이다. 일반적인 승용차의 연비로는 리터당 20km를 넘기기 어렵고,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는 400km를 상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판단에는 하나의 전제가 숨어 있다. 바로 이동 수단을 ‘자동차’로 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이동 수단이 50cc 스쿠터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이 경우 20리터의 연료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동하기에 충분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여유가 생긴다. 같은 거리, 같은 연료라도 어떤 수단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부족함’은 ‘충분함’으로 바뀐다.
인생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흔히 “얼마 정도의 돈은 있어야 한다”, “몇 살까지는 이 정도 자산을 모아야 한다”와 같은 기준을 당연한 듯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 역시 특정한 삶의 방식을 전제로 한 계산일 뿐이다. 결혼, 자녀 양육, 교육비, 잦은 인간관계 비용, 체면을 유지하기 위한 소비 등 일정한 생활 패턴을 기본값으로 설정해 놓은 뒤 그에 필요한 비용을 일반화한 것이다.
문제는 이 전제가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결혼을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고, 자녀를 두지 않을 수도 있으며, 소비를 최소화한 삶을 지향할 수도 있다. 삶의 방식이 달라지면 필요한 자원의 규모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마치 모두가 동일한 조건에서 살아가야 하는 것처럼 하나의 기준을 보편적인 정답으로 제시한다.
이는 마치 스쿠터로 이동하는 사람에게 자동차 기준의 연료량을 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결국 사람들이 말하는 ‘필요한 돈’이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특정한 삶의 방식을 전제한 상대적인 수치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남이 설정해 놓은 기준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방식의 삶을 선택할 것인지 먼저 결정하는 일이다. 그 선택이 달라지면, 그에 필요한 자원의 기준 역시 자연스럽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ㄹㅇ
굉장히 좋은 글이라 생각하지만, 비유가 약간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차로 갈 수 있는 휘발유가 있다 가정한다면, 스쿠터보다 훨씬 편하게, 몇배는 빠른 속도로 서울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20L의 휘발유 한정으로 스쿠터를 타고 서울을 간다 가정하면 리스크도 감수하고 시간도 훨씬 더 소모됩니다.
그렇지만 바깥 경치도 감상하기 더 좋고 좁은 길도 더 가기 좋습니다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