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돈을 빌려주는 것에 대한 나만의 기준이 있다. 나는 친구와의 돈거래는 내가 정말로 살리고 싶은 친구가 병원비가 없거나, 사채를 써서 장기가 털릴 위험이 있을 때만으로 한정한다. 이런 비극적인 상황에서 돈을 빌려줄 수 있는가는 가치판단의 영역이다. 하지만 그 외에 것들은 돈을 빌려주면 안 되는 정도가 아니라, 돈을 빌려주라는 말을 꺼낸 이유로 손절까지 할 의향까지 갖고 있어야 한다. 특히 투자 명목으로 돈 빌리는 놈은 반드시 손절해야 한다.

돈부탁이라는 것은
1. 사람들 간에 돈부탁 안 하는게 불문율이기에 돈부탁하는 것자체가 관계를 파탄시키는 일이고
2. 실제로도 관계가 파탄나는 경우가 많으며
3. 사람이 필치 못할 변수로 돈을 못 갚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당신이 만약에 어떤 결혼까지 생각할 정도로 너무 이상형이고 소중한 연인이 있다고 해보자. 그러면 당신은 이 사람과 관계가 파탄날 가능성이 있는 돈부탁을 할 수 있겠는가? 돈부탁을 한다는건 기본적으로 그 서브텍스트가 '이 일이 너하고 관계파탄 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다'라는 것이다. 돈부탁은 쉽게 말해, 난 너한테 돈도 못돌려 줄 수도 있고 관계도 끊길 수도 있을 정도로 너보다 이 일이 중요하지만, 넌 이 일이 너랑 아무관련이 없더라도 나를 위해 희생하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이 아닌 이상 돈 부탁은 당연히 안 하는게 예의다. 당연하지만 나 믿어달라 메달리는 사람은 절대 믿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모가 아프다고 돈 빌려달라는 것은 허용될까? 이 경우는 손절까지 해야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단칼에 거절하는게 낫다. 누군가가 부모가 아프다고 말하며 돈을 빌려달라 한다면, 우리는 거의 반사적으로 ‘그건 도와야 하는 일’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난 도와줘서 안 된다고 확신한다.

말했듯 돈거래는 못갚을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보통 사람들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데 은행도 막혀 친구한테 빌릴 정도면 신용은 일반적으로 좋지 않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사람이 인성이 좋고 능력이 있으면 빌려줘도 된다고? 누군가가 당신한테 부모님이 아프다고 천만원을 1년 후 갚을테니 빌려달라고 했다 해보자. 그는 정직한 사람이고, 1년 일하면 천만원을 벌 수 있다. 순진한 사람은 돈을 빌려주는 선택을 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부모님이 치료받는 기간이 더 늘어나서 그 사람이 천만원이 더 필요해진 상황이라고 가정하자. 부모님은 치료비를 끊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럴 때 약속을 저버리고 친구를 버리는 선택을 하지, 정의를 선택하지 않는다. 뭐 양심의 가책은 느낄지도 모른다.

다시 말하지만 돈 관계 자체가 너와의 관계에 파탄을 염두에 두고 하는 것이기에 너한테 돈 거래한다는 건, 너와 관계가 파탄나는 것보다 이 일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생각해보자.

부모가 아파서 친구에게 돈을 빌리는 사람은 있어도,
친구가 아파서 부모에게 돈을 빌리는 사람은 없다.

보통 사람들한테 가족은 절대적으로 지켜야할 목적이고, 친구는 목적에 의해 희생될 수 있는 수단이자 하나의 선택지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는 그 자체로 관계의 불균등함을 보여준다.

물론 가족이 친구보다 중요한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러나 톡 까놓고 자기 가족이 친구보다 소중하다는건 돈 빌리는 사람만 그런 거일뿐이다. 내 입장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일 뿐이다. 그러나 돈을 빌려주는 친구는 자기가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1순위가 되는게 아니라 자기 입장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한테 밀려 언제든 찬밥이 될 신세다. 돈 거래를 해달라는 건 기본적으로이런 불공정한 거래를 할 호구를 찾는 것과 다를게 없다.

물론 친구가 너를 호구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지 모른다. 그는 단지 자기 가족이 너무나도 소중해서 나한테 호구가 되어달라고 부탁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는 언젠가 너한테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땐 어쩔 수 없었어.”

부모가 아프다는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는건 착한게 아니라 호구다. 이건 도덕을 떠나서 인간의 구조를 이해한 결과다. 내 글이 판단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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