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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이념이 왜 하류 중산층에게 그토록 매력적이었는가 하는 의문에 대한 해답은 이 계급의 사회적 성격에서 찾아야 한다.

그들의 사회적 성격은 노동자 계급이나 상류 중산층, 귀족계급과 상류층의 사회적 성격과는 현저하게 달랐다.


사실 일부 특징, 이를테면


강자에 대한 사랑과 약자에 대한 증오

편협함

적개심

돈만 아니라 감정에 대해서도 인색한 태도

그리고 본질적으로는 엄격한 금욕주의는


하류 중산층이 처음 형성된 이후 줄곧 그 계급의 고유한 특징이었다.


그들의 인생관은 아주 편협했고, 낯선 사람을 의심하고 미워한 반면,

아는 사람에 대해서는 호기심과 질투심을 불태우면서 자신의 질투심을 도덕적 분노로 합리화하고 있었다.


그들의 삶은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결핍의 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중략)


하류 중산층이 제 1차 세계대전 이전에도 오랫동안 같은 사회적 성격을 갖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나치 이념이 강한 호소력을 발휘한 바로 그 특성(복종심과 권력욕)이 전후의 사건들을 통해 더욱 강화한 것도 사실이다.


(중략)


군주제의 권위는 논란의 여지가 없었고, 하류 중산층은 그 권위에 기대고 그것과 자신을 동일시함으로써 안정감과 자기만족적 자부심을 얻었다.


(중략)


경제적 요인 외에 상황을 악화시킨 심리적 요인이들이 있었다. 전쟁에서 패하고 군주제가 붕괴된 것도 그중 하나였다. 군주제와 국가는 심리적으로 말하면 프티부르주아가 존재의 토대로 삼은 반석이었지만, 그들의 몰락과 패배는 그들 자신의 생활기반을 죄다 부숴버리고 말았다. 황제가 공공연하게 조롱당할 수 있고 장교들이 공격당할 수 있다면 국가가 형태를 바꾸어 '빨갱이 선동자'를 각료로 받아들이고 말안장이나 만들던 사람을 대통령으로 인정해야 한다면, 힘없는 소시민은 도대체 무엇을 믿을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이 모든 제도와 지신을 비굴한 태도로 동일시했는데, 그 제도들이 사라져버렸으니 이제 그는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중략)


이런 요인들 외에 중산층 안정의 보루였던 가족도 흔들렸다. 전쟁 후의 발전은 아마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독일에서 아버지의 권위와 중산층의 도덕성을 무너뜨렸다. 젊은 세대는 제멋대로 행동했고, 부모가 그들의 행동을 어떻게 생각하든 더 이상 개의치 않았다.


군주제나 국가와 같은 권위의 사회적 상징이 쇠퇴한 것은 개인적 권위인 부모의 역할에도 영향을 미쳤다. 젊은 세대는 부모한테 그런 권위를 존중하도록 배웠지만, 그 권위가 허약하다는 게 드러나자 부모 자신도 위신과 권위를 잃고 만 것이다. 또 다른 요인은 달라진 상황 아래에서, 특히 인플레이션이 닥쳤을 때 구세대는 그저 어리둥절해하고 당황해할 뿐 약삭빠른 젊은 세대만큼 새로운 상황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젊은 세대는 낡은 세대에게 우월감을 느꼈고, 선배들과 그들의 가르침을 더 이상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게다가 중산층의 경제적 몰락 때문에 부모는 자녀의 경제적 장래를 뒤받쳐주는 보호자 역할을 박탈당하고 말았다.


하류 중산층의 구세대는 더욱 원한과 분노에 사로잡혔지만, 그 방식은 소극적이었다. 반면에 젊은 세대는 행동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부모 세대는 그나마 독립된 경제생활의 토대를 가지고 있었지만, 젊은 세대는 그 토대를 상실했기 때문에 경제적 지위가 악화된 상태였다. 취업 시장은 포화 상태가 되어 의사나 변호사로 생계를 꾸릴 가능성은 희박했다.


(중략)


점점 심해지는 사회적 좌절감은 밖으로 투사되었고, 이것이 국가 사회주의의 중요한 원천이 되었다. 그들은 옛 중산층의 경제적 사회적 운명을 알아차리는 대신, 자신의 운명을 의식적으로 국가와 관련하여 생각했다. 국가의 패전과 베르샤유 조약은 현실적인 좌절, 즉 사회적인 좌절을 가져온 상징이 되었다.


(중략)


베르사유 조약에 대한 분노는 하류 중산층에 토대를 두고 있었는데, 그 국가주의적 분노는 사회적 열등감을 국가적 열등감에 투영한 하나의 합리화였다. 이런 투영은 히틀러 개인의 성장과정에도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그는 전형적인 하류 중산층의 대표자였고, 성공할 기회나 미래가 전혀 없는 보잘것없는 존재였다. 그는 낙오자의 신세를 아주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나의 투쟁에서 그는 젊은 시절 자기가 '보잘것없는 인간', '이름도 없는 인간'이었다고 자주 말하고 있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그 자신의 사회적 지위 때문이었지만, 그는 그것을 국가의 상징 속에서 합리화시킬 수 있었다.


에리히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 휴머니스트, 2012, 230~23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