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역사 교육에서는 의병과 독립군을 매우 강조한다. 물론 반일 감정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거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대가 없는 희생을 미화하기 위해서다.


역사책을 읽어보면 분명한 사실 하나를 알 수 있다. 강한 군대는 보통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를 가진다. 하나는 자기가 지킬 것이 있는 군대이고, 다른 하나는 싸워서 얻을 것이 있는 군대다.


그리스 시민군이 페르시아에 맞서 싸운 것도, 로마군이 한니발에게 몇 번이나 패배하고도 끝내 무너지지 않은 것도, 결국 그들에게 지켜야 할 도시와 재산과 가족과 시민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단순히 추상적인 애국심만으로 싸운 것이 아니다. 그들이 지키려 한 것은 실제로 자기 삶의 기반이었다.


정복군도 마찬가지다. 에르난 코르테스의 군대가 극단적인 열세 속에서도 싸울 수 있었던 것은, 아즈텍을 정복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막대한 부와 신분 상승의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위스 용병이 강했던 이유도 그들이 특별히 고귀한 애국심을 가져서가 아니라, 그들의 전투력이 높은 대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군대도 결국 인간으로 이루어진 집단이다. 인간은 얻을 것이 있거나 지킬 것이 있을 때 더 강하게 싸운다.


그렇다면 조선군에게는 무엇이 있었는가.


조선의 일반 백성들에게 국가는 과연 지킬 만한 대상이었는가. 그들에게 정치적 권리가 있었는가. 재산권과 신분 상승의 기회가 충분했는가. 국가가 그들을 인간답게 대우했는가. 평소에는 수탈하고 억압하다가 전쟁이 나면 갑자기 애국심을 요구하는 국가를 위해, 백성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지 않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


군대가 약했던 이유를 백성의 정신력 부족으로 돌리는 것은 비겁하다. 문제는 백성에게 지킬 나라를 만들어주지 않은 지배층에 있었다. 얻을 것도 없고, 지킬 것도 없고, 보상도 없는 사람에게 목숨을 바치라고 요구하는 것은 애국이 아니라 착취다.


그런데 현대 한국의 역사 교육은 이 현실을 정면으로 보려 하지 않는다. 대신 의병과 독립군을 지나치게 신성화한다. 마치 과거의 선조들은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오직 애국심 하나만으로 기꺼이 목숨을 바친 것처럼 묘사한다.


물론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진심으로 나라를 위해 싸운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국가가 그들을 어떻게 이용하느냐다. 국가는 예외적인 희생을 보편적 의무처럼 가르친다. 몇몇 사람이 보여준 극단적인 헌신을 모든 국민, 특히 남성에게 요구되는 표준으로 바꿔버린다.


이런 역사 교육은 현대 한국군의 현실과도 연결된다.


현대 한국 남성들은 병역을 통해 엄청난 시간을 빼앗긴다. 경제적 손실도 크고, 사회 진입도 늦어지며, 신체적·정신적 위험도 감수한다. 그런데 국가는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군대는 신성한 의무”, “남자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 “나라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식의 말만 반복한다.


이때 의병과 독립군의 미화는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된다.


“과거 선조들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나라를 위해 싸웠다.”

“그러니 너희도 대가를 바라지 말고 국가를 위해 복무하라.”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애국심이 부족한 것이다.”


이런 무언의 세뇌가 작동한다.


나는 이것이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국가는 국민에게 희생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희생에 대해 보상하고 존중해야 한다. 대가 없는 희생을 아름다운 것으로 포장하는 순간, 국가는 국민을 시민이 아니라 노비처럼 다루게 된다.


진짜 애국심은 보상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좋은 국가는 국민이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나라를 만들고, 그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에게 합당한 보상을 한다. 시민이 국가를 위해 싸우는 이유는 단순한 정신론이 아니라, 그 국가가 자신의 권리와 삶을 지켜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선군의 무기력이나 현대 한국군의 낮은 사기를 정신력 부족으로만 설명해서는 안 된다. 핵심은 보상 구조다. 지킬 것이 없는 사람은 싸우지 않는다. 얻을 것이 없는 사람은 충성하지 않는다. 존중받지 못하는 사람은 희생하려 하지 않는다.


한국 역사 교육이 의병과 독립군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이유는 단순히 과거를 기리기 위해서만은 아닐 수 있다. 그것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필요한 서사이기 때문이다. 대가 없는 희생을 미화하고, 국가에 대한 복종을 애국심으로 포장하며, 남성들에게 보상 없는 의무를 받아들이게 만드는 서사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