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다 이세계에서 살게됐다.

이 이야기를 하기 전 나는 한국의 흔한 취업준비생이라는 것만 밝혀둔다.


그 날도 나는 스펙업을 위한 공부를 하며 약간의 생활비를 벌고자 편의점 알바생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렇다. 그 날도 어김없이 평화로운 나날이었다. 그 노인네가 오기 전까지.


*


“현준아, 나 이제 퇴근해 볼게. 야간 근무 열심히 해~”

“넵 진우형도 들어가세요! 여자친구 분이랑 데이트 잘하시고요!”

“어? 기억하네? 짜식 그런 거까지 기억해주고 고맙다야.”

“뭘요.”

“그래그래, 그럼 근무 잘해. 가볼게.”


그렇게 전 근무자인 진우 형도 보내고 나는 운송된 편의점 물건을 진열대에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후, 몇시지? 벌서 12시네. 바쁘다바빠. 벌서 시간이 이렇게 훌쩍 가버릴 줄이야.”

그래… 그 즈음 이였을 것이다. 지금은 나의 스승인 빌어먹을 마법사가 찾아온 순간이…


-띵동

“어서오세…?”


노인네는 비싸보이는 지팡이와 고급진 로브를 걸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노인네의 첫 말은.

“신기한 세상이로구나.”

노인은 편의점을 둘러보며 그런 말을 하였다.


나는 첫 만남 때 노인을 저 먼나라 영국의 xx포터 마냥 마법사 코스프레를 하는 그런 사람인줄 알았다.

허나 노인의 다음 말에 무언가 잘못됨을 느꼈다.

“여기 있었구려?”

나를 보며 이런 말을 지껄이는 게 아닌가.

“예? 아! 제가 카운터를 보는 알바생입니다만.”

“카운터? 알바생? 무슨 뜻인줄 모르겠군.”

그 노인의 첫 인상은 군대의 장성 마냥 여유로움이 있었다.

그 때 나는 불길함을 느꼈지만 무엇이 내게 불길함을 주는 건지는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큼큼.”

노인은 헛기침을 하며 무언가 말하려했다.

노인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미소가 만연한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리고는 말을 꺼냈다.


“자네… 용사 하지 않으련가?”

나는 진상을 내보내기 위해 정중히 말을 맞춰주었다.


“예? 용사여? 그건 좀 곤란해요. 제가 돈을 벌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이 곳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기도 하고요.”

“돈이라… 그래 나를 따라오면 금은보화가 가득한 방에서 살 수 있어. 그리고 마법도 가르쳐주지. 이건 금보다도 귀한 거야.”

“예… 그러면 저도 좋겠네요. 저도 그런 기회가 있다면 꼭 해보고 싶어요.”

“그래? 그럼 승낙한걸세.”


그렇다. 빌어먹을 노인네, 어린 나를 단순한 말장난을 이용해 이세계 판데아로 납치해 갔다.


그래, 노인은 비싸보이는 지팡이를 휘둘렀고 눈앞에는 아름다운 그림이 떠올랐지.

그림에 넋이 나가 있던 나는 노인이 다시 지팡이를 휘두르는 것을 보지 못했고 이후 몸이 부유하는 이 현상을 이해하지 못한 채로 세면대의 물이 빠지는 것처럼 그림 속으로 빨려들어갔어.


그래. 그렇게 나는 이 곳으로 오게 된거야.

나는 이 곳에서 선택 받은 자였고, 이 세계 어둠을 대비하게 위해 키워진 핵폭탄급의 판데아의 결사병기 였던 것이지.


그렇게 병기로서 키워졌지만 후회는 안해.

딱히 어려운 것도 없었고, 호화로운 저택에서 살아봤으니.

그런데, 이렇게 삶의 끝을 보고 있으니 노인이 말한 어둠이 무엇인지 그런 궁금증이 든다.


“죽을 때가 되니 괜한 생각이 드는군…”

“무엇이 말입니까? 전하.”

“아닐세. 궁정대신. 괜한 궁금증이야.”

정말로 괜한 궁금증이야. 어째서 날 위험도 없는 이 세계에 불렀을까? 그리고 왜 나에게 이런 삶을 주었는가.


나는 궁금증을 마음에 두며 삶의 마지막을 향해 눈을 감았다.


그렇게 내 삶이 끝나는 듯 했다. 

“…현준아!”


누가 나의 이름을 부르는가. 왕인 나의 이름을.


피곤함을 느끼며 눈꺼풀을 들자 왜인지 익숙한 얼굴이 앞에 있었다.

“현준아. 새벽 근무가 그리 힘들었니? 다음부턴 그러지말어.”

나는 상황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긋한 목소리에 일단은 알았다고 하였다.


그리고 흐리멍텅한 정신을 깨우며 주위를 둘러보는데 이 곳은 지구였다.

“흐하하하”

상황을 파악하자 웃음이 튀어나왔다.

죽을 때가 되니 그리운 고향에 대한 꿈을 꾸는 구나.

그렇다면 저분은 나의 사장님이시겠구나.


나는 매장을 확인하는 사장님의 모습을 쳐다봤다.

좋으신 분이셨지. 암.


“현준아 그렇게 쳐다보니 부담된다. 일단은 누가 훔쳐가진 않았으니 한 시름 놓이는데 다음부터 절대 그러면 안돼.”

“네, 사장님! 절대 그러지 않겠네.”

“네는 무슨. 그래그래, 시간도 다 되었으니 교대하자 이제.”

“알겠습니다!”


나는 교대를 마치고 편의점을 나왔다.

이상하게도 꿈인데도 푹잔 후에 개운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마법세계에서 살아온 경험 때문에 이 의아함은 나중으로 밀어뒀다.

그리고 그리움에 고향집으로 향하는데 잊어서 기억나지 않을 것 같은 골목길이 다 새록새록 떠올랐다.


“다 포기하고 있었는데, 엄마아빠도 동생, 예진이도. 이렇게 보게되는구나.”

나는 헥헥대는 숨막힘도 잊고 뼈빠지게 달려갔다.

그리고 두 손을 떨며 집, 전자 자물쇠에 비밀번호를 입력하는데 이게 정말 꿈인지 확신이 안 들었다.


하지만 관계는 없었다. 잊어버린 가족의 얼굴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거에.

잠에서 깰 수 있으니 기억해 둬야한다. 그리고 예술가들을 이용해 남겨둘 것이다.


삐, 삐, 삐, 삐. 열렸습니다.


“엄마! 아빠, 예진아!”

“어, 현준아 왔니? 아빠 출근한다.”

“아빠! 아니, 아버지!”


눈 앞에는 그립고도 그리운 아버지가 계셨다.

아버지는 이제 막 출근 하려는 듯 신발을 고르고 계셨다.

“아버지이…”

“오늘따라 현준이 되게 글썽이네. 그래! 아빠도 아들보고 출근할 수 있어서 기분 좋다! 그럼 잘 다녀오마!”

-쾅쾅쾅쾅


“아빠 나도 잊지마. 잘 다녀와.”

어느 덧 비몽사몽한 또 한명의 그리운 존재, 내 동생 예진이가 방문을 열고 나왔다.

“그래 우리딸. 우리 딸도 학교 잘다녀오렴.”

“응!”


아버지는 그렇게 웃으며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한 출근 길에 오르셨다.

“하아. 아빠 일 가셨다. 그래도 누가 떠들어 준 덕분에 부자의 정도 보고 아침 시작이 좋네.”

“그래 예진이 너도 잘 지낸거니?”

“뭐래? 어제도 봐놓고.”


나는 내심 웃음을 지었다. 엄청 오래됐지만 이 녀석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이 꿈도 곧 사라질 것에 울음이 날려했다. 그래도 할 것은 해야했다.


“엄마는?”

“뭐, 아빠 밥먹고 출근하시잖아. 엄마가 차리시고. 아마 이제 출근하신다고 샤워하고 계실거 같은데.”

“그렇구나. 고맙다.”

“갑자기 감사를? 이상한 날이네.”

예진이는 그 말을 하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난 그것을 지켜봤고 이내 이 단순한 일상을 잊고 있었다는 것과 다시 알아간다는 기쁨으로 마음이 뒤섞였다.

나는 거실로 걸어갔다.

옛날 풍경을 다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2인분. 아마 나와 예진이의 것일 것이다.

된장찌개의 구수한 냄새와 동그란 소시지의 가공육 냄새가 솔솔 풍겨왔다. 그리고 어머니 손맛의 아삭한 김치의 냄새까지.


“어? 왔니.”

자리에 앉아 추억을 회상하는데 이제야 당사자가 오셨다.

“박여사님. 보고싶었습니다.”

“아들, 철든거니?”

“철은 무슨… 예전에 들었죠.”

“으음? 아닌데?”

“아니긴요~”

막상 어머니를 보니 그리움도 그리움이지만 장난스런 말투가 튀어나왔다.

이제야 나는 깨달았다. 마법도 마법이고 왕의 인생도 인생이지만, 가족과 함께 보내는 삶이 최고라는 것을.

나는 마법을 이용해 이 꿈을 고정하려 했다.

행복한 꿈 속에서 영원한 삶을 누릴려고.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법은 발동되지 않았다.

나는 꿈에서 깨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언젠간 깨질 꿈이란 것을 알고 슬퍼졌다.


“아들. 오늘 무슨 일 있었으려나? 괜히 얼굴이 슬퍼보이네.”

그런 내 안색을 느끼셨으려나 역시 어머니는 예전부터 눈치가 백단이었다.

“아니오, 어머니… 그저, 슬픈 꿈을 꾸었습니다.”

“그렇구나.”

어머니는 이해도 못하면서 그저 알겠다고 말을 들어주셨다.

그 후 내 마음이 진정된 것을 보자 밥을 먹자고 밥상을 가리키셨다.

어머니는 국을 다시 끓이며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려 했다.

“아들. 무슨 일이든 따뜻한 밥을 먹으면 대부분 괜찮아져. 그래도 괜찮아지지 않는다면 이 엄마에게 다 말해보렴.”

“네…”


나는 식탁에 앉아 국이 끓는 것을 기다렸다.

그러자 예진이가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말리며 나타났다.

“엄마, 밥 맛있게 차렸네? 머리 좀만 말리고 밥먹으러 나올게.”

“그러렴.”

“응~”


나는 예진이가 없는 동안, 오랜 만에, 정말 오랜 시간만에 어머니와 긴 얘기를 나눴다.

내가 판데아라는 마법세계에 갔던 거와 그 곳에서 멀린우드라는 마법스승에게 마법과 세상에 대해 배운 것. 그리고 그 곳에서 용사로 추대받은 것.

끝내 마법능력으로 왕에게 인정받아 한 나라의 왕이 된거까지.

나는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다 말하지는 못했다.

어느새 머리를 말리고 돌아온 예진이가 내 얘기를 허무맹랑한 소리로 치부하며 웃어됐기 때문.

그래도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그래도 이곳에 쭉 있고 싶었다.

마법을 다 배우면 지구로 되돌려준다던 스승의 말씀으로 결혼을 하지 않아 슬하에 남겨진 자식이나 배후자는 없어 마법세계에 후회는 없었다. 그러나 빌어먹을 노친네. 건강이 나빠져 죽기 전에 보내줘야 했던거 아니냐고.

난 그것때매 얼마나 당신을 미워했냐고.

결국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마법을 더욱 파고들어, 왕에게 인정받아 왕좌를 물려받기까지 했는데.


“아들. 그래서 언제 마법세계로 돌아가는거니?”

“에효, 그게요. 마법세계의 육체가 피로가 다 풀리면 돌아갈거같아요.”

“그래그래. 아들 가기 전에 맛있는 소갈비구이 해줘야겠네. 오늘 밤까지 가지말고 있어. 편의점 알바도 쉬는 날이 잖니.”

“알았어요. 저도 그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오빠덕에 소갈비구이를 다 먹게되네. 오빠 매번 머리 아팠음 좋겠다.”

“머이자식아?”

“장난이지, 장난.”


그런데 그 즈음, 국을 퍼준 어머니의 된장찌개의 구수한 맛이 입안을 가득 감싸자 정말 이 꿈이 마법처럼 느껴졌다. 꿈 속에서 맛을 느끼게하는 마법은 판데아에서 개발 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런 나는 오랜 백반에 허겁지겁 밥을 맛있게 먹었다.

꿈속에서 맛이 느껴진다니.

선인들이 죽을 때가 되면 생을 되돌아 본다더니 이런 거였나?

난 눈 앞에 밥상에 감격하며 눈물이 돋을 뻔 했다.

“오빠, 체하겠다;;”

“정말… 잘 먹었다…”

“오빠. 그건 옆에 있는 나도 알거같아.”

역시 한국음식이 최고였다. 그리고 그 중엔 우리엄마 요리.

“자 이제, 설거지를 해볼까나.”

나는 밥도 먹은 김에 뒷정리를 하려고 했다. 어머니와 동생은 이제 자신의 본분을 다하러 가기 때문.

동생은 그런 나를 의심스런 눈초리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오빠 뭐야? 항상 내가 하기전까지 기다리더니.”

난 동생의 말을 기분 좋게 받아줬다.

“왜긴왜야, 너 학교 가잖아. 나는 할거 다햇는데.”

“음… 엄마 말대로 좀 철들었나보네.”

동생은 말을 끝으로 학교 갈 준비를 하러 방으로 들어갔다.

엄마도 나에게 출근길 인사를 나눈 뒤 자신의 본분을 다하러 아동강의시설로 출근을 하였다.


나는 이상하게 깨어지지 않는 이 마법같은 꿈에 의심을 품으며 설거지를 하다

마법기술이 아닌 과학기술을 느끼다 문득 현대인의 감성으로 이 현상을 알아차렸다.

마법같은 꿈은 있을 수 없다고.

“근데 난 마법사잖아.”

그래 난 마법세계의 최고 권위자이자 마법계의 거물, 또한 용사로 불렸던 몸.

“근데… 마법은 또 안써지고.”

그럼 혹시…

나는 문득 가설 하나가 떠올랐다.

내가 늙어 죽었다는 사실과 나의 스승인 멀린우드 노인께서 약속을 지키고자 귀환의 안배를 해놓으셨다는 가설을 말이다.

“그렇다면, 젠장.”

죽기만 하면 돌아가는 거였어?

“그리고 애초에 어둠같은 건 없었냐 말이다…”

나는 믿을 수 없는 사실에 설거지를 하다 벙쪄있는데 동생이 저 멀리에서 등교를 한다며 알아두라는 인사를 전했다.

나는 본능적인 대충 인사를 하고

정말로 이 가설에 대해 고민하다 정말로 그런거 같아 자조적인 슬픔이 왔다.

내 인생은 쓸모 없었으며 쓸 수도 없는 마법공부에 인생을 바쳤다는 허탈함… 그런 게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