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큰 격차를 두고 “그게 자본주의”라고 말한다. 그러나 자본주의에서 보상 격차가 정당화되려면 실제로 더 높은 부가가치, 더 어려운 기술, 더 큰 책임, 더 높은 위험 부담이 있어야 한다. 대기업에 들어가 전문적이고 희소한 일을 하며 높은 가치를 창출한다면 높은 보상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대기업 직원과 중소기업 또는 하청 직원이 사실상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데, 단지 소속이 다르다는 이유로 임금과 복지가 몇 배 차이 난다면 그것은 시장주의라기보다 소속 지대에 가깝다.
공부를 더 했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공부의 의미는 그 공부를 통해 남들이 못 하는 일을 하거나 더 높은 생산성을 만들어낼 때 정당화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공부가 실제 부가가치 창출 능력보다 좋은 조직에 들어가기 위한 입장권처럼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한 번 대기업이나 공기업, 전문직 트랙에 들어가면 비슷한 일을 해도 더 높은 보상을 받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낮은 보상을 받는 구조가 고착된다. 이것은 능력주의라기보다 입시 신분제에 가깝다.
결국 한국 사회의 문제는 자본주의 자체가 아니라, 자본주의를 잘못 이해한 데 있다. 건강한 자본주의는 생산성과 부가가치에 따라 보상하는 체계다. 그러나 한국식 자본주의 이해는 종종 “경쟁에서 이겼으니 이후의 초과보상은 모두 정당하다”는 식으로 흐른다. 이는 시장경제라기보다 승자 지위를 평생 보장하는 서열 이데올로기에 가깝다. 진짜 시장주의라면 같은 가치의 노동에는 비슷한 보상이 가야 하며, 더 높은 보상은 실제로 더 높은 생산성, 책임, 기술, 위험으로 설명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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