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꽤 오랜 시간 동안 

정말로 죽고 싶다고 느끼며 살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의 나는 

그 생각을 의심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그 내면은 조금 달랐던 것 같기도 하다. 


고통이 너무 커서 

그걸 끊어낼 수 있는 방법을 

계속 떠올리다 보니 


그게 

죽음이라는 형태로 남아 있었던 것 같다. 


그 생각을 해야만 

겨우 숨이 트이는 느낌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그 시기의 나는 

정말로 죽고 싶다고 느끼면서도 

어딘가에서는 

그 생각으로 생명을 붙잡으며 버티고 있었던 것 같다. 


… 


그 시간을 지나 

지금의 나는 

실제로 죽음을 앞두고 있다. 


지금은 

살고 싶다. 


그런데 

이번엔 그와 상관없이 

피할 수 없는 죽음이 앞에 있다. 


… 


이상한 건 

과거의 고통이 

지금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그땐 

죽지 않을 거였는데 더 고통스러웠고 


지금은 

죽을 수 밖에 없는데도 

오히려 고통이 덜하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이미 바꿀 수 없는 상태라는 감각 때문인지, 

아니면 

그때보다 지금의 내가 더 강해진 것인지 


… 


죽음을 떠올릴 때 

가장 견디기 어려운 건 


그 이후가 아니라 

그 과정이다. 


머릿속에서는 

아무리 단순하게 정리해도 


막상 그 장면을 구체적으로 떠올리면 

전혀 다른 감각이 된다. 


몸이 먼저 거부한다. 


대다수가 경악할만한 행동을 

정말 다른 이도 아닌 

내가 현실에서 저지른다니 


생각할 때마다  

뇌가 붕괴되는 느낌이다. 


… 


이런 시간을 보내면서 

가장 크게 남는 건 

고독이다. 


누군가와 나눌 수 없는 감각이라는 게 

생각보다 훨씬 무겁다. 


어딘가에는 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아는 범위에서는 없었다. 


그래서 이 경험은 

끝까지 혼자 남는 쪽에 가깝다. 


… 


얼마 안 남은 시간이 

째깍째각 거리며  

내 두개골 안에서  

울리곤 한다. 


자연스레 

하루 하루의 밀도가 

무척이나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어떤 일탈이나 낭만 같은 걸 

벌일 수도 없다. 


여러가지 현실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그럴 에너지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클 것이다. 


이 소중한 1분 1초에 

지금 이런 행동이 최선일까란 생각이 

끝없이 파도친다. 


나란 존재를 

나의 작품을 


더 남기는 것에 이렇게까지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게 맞을까? 


가족과 함께 어딘가에서 

시간을 보낼 때도 


오늘 하루를 이렇게 보내는 것이 

최선일까? 


어쩌면 

최선이냐 아니냐는 중요치 않을 것이다. 


모든 건 

흘러갈 방향으로  

흘러갈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