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에 대한 적개심을 기반으로 마르크스적 계몽주의나 계급투쟁적 담론을 이끌어내고자 던지는 떡밥이 아님.

오히려, 자본의 진화는 마치 암세포와도 비슷한데가 있다.

놀라운건 자본이 단순히 경제학에만 머무르기를 거부하고 사회학, 정치학을 잠식한 것으로 모자라

윤리학, 더 나아가서는 철학의 영역까지 침범하고 있다는 것임.




실제로 현대의 자본은 정말 엄청나게 놀라운 진화를 거치는 바람에

자본의 논리가 거의 모든 분야의 논리를 집어삼키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기에 이르렀다고 보여짐.




초기 자본주의나 시장주의에 대한 비판은 경제학적 논리에 다른 분야, 예를 들어 사회나 윤리의 논리 등을 통해 대항함으로써 이루어졌다고 보는데,

이러한 자본에 대한 공격은 자본의 논리가 진화하도록 하는 밑거름이 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의 자본은 더이상 단순히 우리가 \"돈\"이라 이름 붙인 경제적인 가치만을 담고 있지 않고,

자본이 곧 생존이고, 자본이 곧 사회의 구성성분이고, 자본이 곧 정의이며, 심지어 자본이 곧 인간이기까지 하다.



지금 단계에 이르러서는 자본=욕심=악 이라는 단순한 어떤 계몽적/투쟁적 선악구도에서 더 이상 자본을 평가할 수 없고,

\"자본\"이라는 것 자체가 하나의 패러다임이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즉 자본이 나타내는 가치라는 것이 어떤 물질적인 것에 대한 가치가 가지는 1차원적인 개념에서 점점 확장되어,

이제는 우리가 \"가치\"라고 부를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자본이 대표할 수 있게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실로 현대의 투쟁은 자본이 침투하는 것을 거부하기보다는, 적절한 가치평가를 받고자 하는 투쟁에 더 가까운 양상을 띈다.

전통적인 자본주의 비판이 더 이상 의미를 갖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