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올린 고민 글을 봤어.
http://gall.dcinside.com/list.php?id=philosophy&no=79121&page=1&search_pos=-74264&k_type=1000&keyword=%EC%A2%86%ED%94%BC%EC%8A%A4&bbs=

그 때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은 생겼는데
아무래도 내 수준으로 몇자 적는 것이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싶더라고.

근데, 전문가와 상담을 이미 했다고 하니,
이제 뭐라고 쓰더라도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
그럼 오지랖 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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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글의 내용을 간단히 보면,
보편적으로 말하는 행복의 조건을 누구 못지않게 갖춘것 같은데,
계속 불행만을 느낀다고 했지?

불행이나 행복은 어떤 균형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
행복한 사람은 불행의 조건이 몇가지 있어도 다시 행복의 균형을 찾아가고,
불행한 사람은 행복의 조건이 몇가지 있어도 다시 불행의 균형을 찾아간다는거지.

여기서 행복의 조건이 더 많냐, 불행의 조건이 더 많냐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
사랑에 빠지면 세상이 다 아름답게 보이고,
소외감을 느끼면 재미있는 것들도 다 흥미를 잃는것 처럼
문제는 초점을 행복에 두느냐, 불행에 두느냐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지.

그러니 행복의 조건을 늘리기 보단, 불행에 초점을 맞추게 된 원인을 알아야해.
그럼, \'불행의 이유\'를 찾는것에 중점을 두고 대화를 진행해보자.

다른 행복의 조건들을 뭉개버릴만큼 강한 불행의 조건. 그것이 뭘까?
이정도라면, 표면적인 이유는 아닐거야.
깊은 무의식에서 꿈틀거리고, 쉽사리 바꿀 수 없는 것이겠지.

짧은 글을 통해 정확한 이유를 찾아내기엔 내가 좀 부족해.
그래도 지레짐작 해보자면, 죄책감인것 같아.

자신이 어떻게 해야한다는 자아상을 갖고 있는데,
살아가면서 자신이 알게된 지식과 이 자아상이 갈등을 일으키는거지.

어려서부터 부모님의 많은 희생과 기대를 받으며 살아왔어.
당연히 자신도 부모님이 원하는 모습대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아니, 단지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넘어서 무의식적으로
절대로 벗어나면 안된다는 금기사항이 생겼다고 표현하는게 옳을거야.

금기사항을 잘 지키고, 또 그러기 위해 노력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수도 있어.
하지만 그게 어디 쉽겠어? 계속 다른 마음이 생기게 되는 거지.
정말 잘 해낼 수 있을까? 이게 정말 내가 선택한 최선의 나의 모습일까?
다르게 살아갈 수는 없는 걸까? 이 부담감을 벗어버릴 수는 없을까?

보통 아이가 어른이 되고 홀로 서게 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보편적인 일이겠지만,
이미 너무나 많은 부모님의 희생을 받고 이 자리에 있게 됐으며, 또 지금도 계속 희생을 받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처럼, 에라 모르겠다. 내 인생 내가 살아가자. 라고 결심 할 엄두를 낼 수는 없지.
단순히 부담감이라는 표현보다 훨씬 큰 압박이 있는데다가,
여기서 벗어나 뭔가 뚜렷하게 하고 싶은 것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말야.

군대에 가서 몸이 불편하고 자유를 잃었다지만,
실제로는 자유를 맛보게 됐지. 부모의 기대에서 벗어나게 됐으니까.
하지만 전역하고나니 이전의 모습과 똑같아. 더 크게 좌절하게 된거야.

이 감옥을 지키는 존재는 어머니, 어머니의 사랑이야.
나를 사랑해주면 할 수록 더 답답하게 되니 어머니의 그런 모습이 싫어져.
그러면서도 동시에 그런 마음에 대한 죄책감이 생겨나지.
사실은 이 감옥을 지키는 존재는 어머니가 아니라,
나를 위하는 어머니께 실망을 안기기 싫은 자신의 마음이니까.

나를 위한 부모의 희생으로 금기사항이 생겼고,
이 삶의 금기사항에서 답답함을 느끼고 있어.
그리고 이를 벗어나려는 생각, 혹은 행동에서는 죄책감을 느껴.
이래도 고통 저래도 고통. 어떻게 살아도 행복할 수 없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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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내가 생각했던 모습인데,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네.
만약 어느정도라도 관련이 있다면,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우선, 이렇게 자신의 마음을 객관적으로 파악한 자체로도
어느정도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
원인을 모르고 생겨난 감정은 통제할 수 없고 오히려 더 두렵지만,
그 원인을 알게 됐다는 것은 조절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니까.

이제 죄책감이나 고통은 접어두고, 문제 자체에 대한 해결책을 알아봐.
아마 무엇이 문제인지 아니까, 그에 대한 해결책도 스스로 발견할 수 있을거야.
무엇이 부모님을 위한 길이고, 자신을 위한 길인지 말이야.

부모님께 자신의 이러한 모습을 알리고 함께 이야기 해본다거나,
휴학을 하고 1,2년간 전혀 새로운 도전, 모험을 해본다거나 하는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렇다고 괜히 좌절감에 사로잡혀서 쾌락만을 추구한다거나 모든 시간을 죽일 필요는 없어.
불행을 순간적으로 정지시킨다고 초점이 행복으로 돌아가지는 않으니까.
그것은 일종의 자살일 뿐이지.

불행도 행복도 일종의 균형이야.
모든 균형은 사소한 한가지로 깰 수 있어.
일단 균형이 깨지면, 모든 조건이 서로 영향을 받아서
새로운 균형을 찾을 수 있게 돼지.
이제 초점을 행복에 맞추고, 행복을 찾는 모험을 시작해봐.

도움 됐으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