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길에서 5살짜리 꼬마아이랑 싸운다고 해보자.
너는 어떻게 때려야하나를 고민하게 된다.
너는 어떤 신문지를 갖고 와서 내리치면서 훈계해야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번엔 중2랑 싸운다고 해보자.
너는 어쨌건 힘으로 밀어붙여야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중2라고 하면 아직 그렇게 힘은 세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엔 실업계 고딩 양아치 (거기다가 복싱까지 배운)랑 싸운다고 해보자.
너는
이번엔 솔직히 슬슬 겁이 날수도 있다.
고딩은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경우가 다반사라 (잃을 게 없다.)
앞 일을 예측하지 못하게 된다. 너는 나이 가지고 압박하려고도 계획해보지만 (두려울 때, 권위를 내세우는 성향)
일말의 두려움이 있음을 부정하지는 못한다.


이번엔 25살 현역 격투기 선수랑 싸우게 되었다고 해보자.
니가 진짜 맞붙어야 된다면, 너도 격투기 연습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번엔 효도르랑 싸우게 되었다고 해보자.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이라 해보자.)


일단 너는 유서부터 써놓고, 최대한 사진을 많이 찍어놓는다.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
그리고 가급적 전재산을 털어서 최고의 코치들한테 팁을 전수받거나 (그래봤자 하나마나겠지만)
아니면 칼, 총, 같은 흉기를 사놓을지도 모른다.





이번엔 하버드대 정치철학과 출신 학생과 자본주의에 대해서 토론(일종의 말싸움)을 했다고 해보자.

너는 둘 중의 하나가 된다.
1. 똑똑하면 다냐고, 인신공격성 비하를 하거나, 하버드생이 실수하는 것을 집요하게 노려 그의 아우라를 벗겨내려고 한다.
2. 최대한 니가 준비할 수 있는 만큼의 근거를 제시하며 자신의 논의를 분명히 하는데에 충실하게 굴려고 한다. (그리고 상대방을 존경하는 자세를 보인다)

그리고 뭐가됐건, 상당히 논리적으로 굴려고 한다.
왜냐하면 상대가 똑똑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최소한 그 급에는 맞추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번엔 중2병, 중2~중3, 얼치기 아마추어 철학 동아리 학생과 토론을 했다고 해보자.

너는 일단 '에휴...'라고 생각하며 접근하기 쉽다.
그리고 완벽한 논리를 갖추려고 하기보다는, 일단 니 얘기가 왜 맞는지부터 전제를 깔고 들어가며,
어떤 경우의 수가 발생하더라도, 왜 중2가 그런 판단 미스를 저지르는지, 어떤 부분이 경험의 부족을 증명하는지, 그런것을 알려줄려고 한다.
이 경우, 당신은 공정한 토론을 한다기 보다는, 당신이 이 아이에게 뭘 가르쳐줄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그리고,
위의 모든 경우를 거치면서, 어떤 사고의 흔적들, 표상들은, 당신의 머리속에 박히게 된다.
즉, 당신이 상대와 토론을 준비하면서, 싸움을 준비하면서, 머리속에 각오하고 다지고 계획했던 것들은
그 순간의 '사유'였고, 그 흐름들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그 사유의 흐름들이 머리속에 '박히게'된다. (박힌다는 이미지에 주목하라.)


당신은 자각하지 못하겠지만,
당신은 당분간, 그렇게 박힌 이미지를 연역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말은 그것이 당신을 당분간 결정한다는 말이다.



이제 이 글의 결론을 내자.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당신이 지금 어떤 타자를 상대로 하고있느냐?에 따라서도 결정된다.
호라티우스는 당신이 글을 쓰기전에는 항상 머리속에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호머, 소포클레스' 같은 영웅들을 불러내어, 그들이 마치 심사위원이나 되는것처럼 옆에서 평가해주는 상황을 가정하고 글을 쓰라고 한다. 플라톤이 그토록 강렬한 글을 쓴 것은 그 대상이 호머였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말이다. (원문은 반드시 위와 같진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뉘앙스로 받아들이자.)


당신의 글이 점점 쓰레기가 된다는 생각이 들면,
당신이 지금 누구를 경쟁상대로 삼고있는가?, 그것도 고려해보라.

결국 이런 것에 '선택의 제한'이 없다면,
당신이 발전하기 위해서, 누구를 타자로 삼아야되는지, 그것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를 내리꺾기보다는, 발버둥쳐서 올라가자.

수많은 중2병들과 대담하는 뻘짓을 범하길 그만하고,
위대하고 도발적이었던, 수많은 천재들, 실력가들과 대화하기를 적극 시도하자,
처음 한 두번은 개박살 날지 몰라도, 깨지면서 배우고, 어디가 문제인지, 어디가 포인트인지, 하나하나 배워갈 수 있을 것이다.


진정 무서운 사람은 이미 대가가 된 사람보다, 대가는 아니지만, 순식간에 대가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대가들은 그들이 두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순식간에 탈바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가장 핵심적인 역량은 '학습능력'이다.

잡스러운 뻘글을 그만두고,
좀 더 고공을 날아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