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에서 멍게가 촘촘히 박혀 있는 암초 지대를 발견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해산물을 채취하는 어민들은 이곳을 ‘멍게밭’이라 부른다.

‘멍게밭’은 자연산 멍게라는 프리미엄으로 어촌 소득에 큰 보탬을 준다.

‘노다지’가 따로 없는 셈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멍게는 인기 있는 해산물이다.

그런데 척추동물과 무척추동물의 초기 진화 관계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멍게는 먹을거리를 넘어 흥미로운 연구 테마가 된다.

현재 멍게는 동물 중 일곱 번째로 유전자 지도가 그려졌다.


멍게는 진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생물


생물분류학에서 척삭동물문에는 척추동물, 미삭동물, 두삭동물 등의 3개의 아문

(亞門, 생물분류의 문과 강의 중간)이 있다.

여기서 척삭(脊索)이란 몸길이 방향으로 있는 지지기관인 유연한 심지(끈)를 지칭한다.

인간과 같은 척추동물은 척삭이 발전하면서 척추뼈로 이루어진 척주가 되지만,

멍게 같은 미삭동물은 유생기에 가지고 있던 척삭이 척주로 발전하지 못한 채 성체가 된다.

결국 멍게의 배아가 척추동물인 인간의 배아와 같은 척삭구조라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이유로 생명공학자들은 미삭동물인 멍게를 연구하여 척추동물의 진화관계를 규명하고자 한다.


멍게의 종류 – 단체와 군체

멍게는 세계적으로 1,500여종, 우리나라에는 70여종이 있다.

이들은 종에 따라 개체의 몸이 커서 단독으로 살아가는 단체(單體)멍게와

작은 개체들이 집합해 있는 군체(群體)멍게로 나뉜다.

단체멍게는 흔히 보는 식용멍게인 우렁쉥이를 생각하면 된다.

군체멍게는 무성생식으로 개체수를 늘리면서 서로 몸의 일부를 연결하여 무리를 이루고 사는 종으로

일반 사람들은 볼 기회가 드물다.


단체멍게이든 군체멍게이든 멍게류의 몸의 한쪽 끝은 물체에 부착되어 있고

그 반대편에 입수공과 출수공이 있다.

여기에서 입구가 ‘+’ 모양인 것이 입수공이며 ‘-’ 모양인 것이 출수공이다.

출수공은 입수공 보다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는 출수공에서 나온 배설물이 입수공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멍게는 입수공으로 들어온 바닷물이 몸통을 거쳐 출수공으로 나가는 과정에서

플랑크톤과 산소 등을 걸러서 섭취한다.

출수공은 걸러진 바닷물을 배출할 뿐 아니라 번식을 위해 정자와 난자를 뿜어내는 역할도 한다.

출수공을 통해 나온 정자와 난자는 물속에서 수정이 이루어지는데

수정된 유생은 물속을 떠다니다가 바위 등에 달라붙어 성체로 변태를 시작한다.

 

식용으로서의 멍게

멍게는 독특한 향과 상큼하고 달콤한 맛을 지니고 있어 먹고 난 후에도 한동안 그 맛이 입 안에 감돈다. 멍게 특유의 맛은 불포화 알코올인 신티올 때문이며, 근육 속 글리코겐의 함량이 다른 동물에 비해 많은 편이다. 멍게가 여름철에 특히 맛이 좋은 이유는 수온이 높아지면 글리코겐의 함량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글리코겐은 인체가 포도당을 급히 필요로 할 때 신속하게 저장된 포도당을 공급할 수 있는 다당류라 빠른 피로회복에 효과적이다.


멍게가 식용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된 것은 1950년대 이후부터였다.

예전에는 양식법이 개발되지 않아 해녀나 잠수부의 채집에만 의존하던 귀한 해산물이었지만,

최근 양식업이 성행하면서 쉽게 멍게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경남 통영지방을 중심으로 1990년대 중반까지 연간 2만여t 씩 생산됐으나

매년 ‘물렁병’ 등으로 폐사율이 높아져 2003년에는 생산량이 5천t에도 못 미치게 되었다.

소비는 늘어나는데, 생산량이 줄어들게 되자 결국 우리나라 바다환경과 비슷한

일본으로부터 대량 수입하게 되었다.

일본산 양식 멍게는 알이 크고 보기가 좋은데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편이지만

국산에 비해 감칠맛은 떨어진다.

일본산 멍게의 수입이 늘어나자 가뜩이나 어려운 멍게 양식업자들이

양식을 포기하는 경우가 줄을 잇게 되었다.

그런데 2011년 일본 지진 여파로 일본산 멍게의 수입이 전면 중단되자

국산 멍게가 다시 각광받게 되었다.

지진 피해가 가장 컸던 일본 센다이 지역이 멍게의 주산지이다 보니

일본산 멍게가 국내시장에 다시 유통되기 까지는 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멍게와 우렁쉥이

멍게는 우렁쉥이의 경상도 사투리였지만 표준어인 우렁쉥이보다 더 널리 쓰이게 되자

표준어로 받아들여진 말이다.

이는 우리말 표준어 사정원칙 중 아래와 같은 항목에 의해서이다.

‘방언이던 단어가 표준어보다 더 널리 쓰이게 된 것은 그것을 표준어로 삼는다.

이 경우, 원래의 표준어는 그대로 표준어로 남겨 두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멍게는 딱딱하고 두꺼운 껍질에 싸여 있어 ‘칼집 초(硝)’자를 써서 해초류(海硝類)로 분류된다.

멍게를 두고 영어권에서는 ‘피낭’ 이란 뜻의 ‘Tunicate'

또는 ‘바다의 물총’ 이란 뜻의 ‘Sea squirt’라 부른다.

 

 

척삭(脊索)

척색이라고 읽기도 한다. 그런데, 索자는 ‘찾는다’의 뜻에서는 ‘색’, ‘동아줄, 노, 새끼’의 뜻에서는 ‘삭’으로 읽는다. 여기서는 등줄기에 있는 끈 모양의 것을 지칭하므로, 척삭이라고 읽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