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중고딩 시절이 생각남
난 내가 꽤 머가리가 괜찮다고 생각했거든 성적도 그렇고 지능지수도 그렇고
그래서 난제에 도전하는 건 불가능해도 학자로 제법 성공할 거라 믿었음 그래서 주제도 모르고 머가리 깨져서 수학전공했고

사례를 들자면 초등학교 5학년인가 그 때 자연수의 합을 구하는 공식을 배웠는데 그걸 특수한 사례에서 쓸 수 있는 더 쉬운 형태로 바꾸고 뿌듯해 했음
지금 와서 보면 그게 뭐라고 그렇게 뿌듯했나 싶지만 대수적 조작같은걸 전혀 모르던 상태에서 식을 조작하고 그걸 남들한테 설명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좋았고 스스로 대견하다고 느꼈지

또 다른 사례로는 고1 때 화학 공부하다가 정사면 좌표계 같은 걸 생각한 적이 있었음 지구 위의 물체를 표현하기에 3d는 너무 복잡하다 경도 위도만 있어도 충분하다 그럼 다른 물체에도 이런 걸 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이어져서 임의의 물체에 적용하려면 가장 기초적인 도형으로 바꾸는게 합리적이겠다라는 생각으로 시도했음 이것도 지금와서 보면 존나 쓸데없는 짓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이런 생각 덕분에 미분기하 이해할 때 편하긴 했음

근데 대학와서 배워보니까 현실은 아니더라고 ㅋㅋ
내가 생각한 건 이미 누군가 훨씬 정교하게 정립해뒀고 내가 생각했던 것들엔 수없이 많은 허술한 점이 있단걸 알았음
그래서 세상엔 나보다 머리 좋은 사람이 훨씬 많고 그런 사람들조차도 수없이 실패를 거듭해서 만들어낸 이론을 다듬고 다듬어서 책으로 낸 게 교과서란 깨달았음
각종 지랄같은 반례들과 그 반례들을 제거하기 위해 정교하게 고안한 정의들을 보면서 아 이건 사람새끼가 할 게 아니구나 나는 개허접새끼였고 현실의 벽은 높다 못해 넘을 수가 없는거구나하고 절망했음

부기우도 지가 생각해 낸게 대단한게 아니라 남들이 볼 땐 허술한 점 투성이인 그저 그런 허접한 망상이란 걸 깨달았으면 좋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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