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과학러들에게 고통받는 물갤을 보며, 흥미로운 물리 이야기에 대해 종종 게시글을 올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전공분야가 분야인 만큼, 입자물리학과 관련된 간단한 내용들을 시간날때 한번씩 올려보겠습니다.


오늘은 양전자(positron)의 발견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어느 정도의 사전지식을 요구하는 서론이 꽤나 길게 있으니, 양전자의 발견에 대해서만 보실분은 맨 아래로 가시면 됩니다.


- 전자의 발견

먼저 전자의 발견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겠죠.

음극선(cathode ray)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진공에 가까운 상태의 유리관 양쪽에 전극을 연결하고, 높은 전압을 가하면 관측되는 입자의 흐름입니다.

1870년경 발견된 현상인데, 다양한 실험들을 통해 

1.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하며 (-의 전하를 가짐, 운동방향을 아니까 자기장을 가해서 휘어지는 방향을 보고 알 수 있습니다.)

2. 빛의 속도보다 매우 느리게 이동하고 (빛은 아니다)

3. 비전하(전하량 / 질량)가 수소이온보다 매우 큰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질량이 매우 작은걸까 전하량이 매우 큰걸까? -> 추가적인 실험이 필요하겠죠?)

또한 이렇게 측정된 특성들이 전극의 종류를 바꿔도 동일한 것을 볼때, 원자를 구성하는 일반적인 요소인것으로 보였죠.


- 원자모형의 발전

추후 러더포드의 알파입자 산란실험을 통해 "원자핵과 그 주위의 전자들"로 원자모형이 발전하고,

이에 영향을 받은 보어의 수소모형이 오랜시간 수수께끼였던 수소의 다양한 스펙트럼들 (발머계열, 라이만계열, 파셴계열 등등)을 성공적으로 설명합니다.

이때 보어는 수소원자 주변에서 운동하는 전자의 각운동량이 특정 값의 정수배로 양자화되어있다는 가정을 했는데,

입자의 파동성에서 힌트를 얻은 양자역학이 발전하며 그 가정을 성공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죠.


- 양자역학의 한계

하지만 당시 슈뢰딩거와 하이젠베르그에 의해 탄생한 양자역학은 태생적인 한계가 있었습니다. 바로 고전역학에서 태동했다는 것이죠.

특수상대론에 의해서 고전역학적 운동에너지(mv^2/2)가 물체의 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매우 느릴때의 근사값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아인슈타인은 전자기학에서 물리현상이 다른 관성계에서 변하지 않게 하려면 로렌츠 변환이 필요하다는 것도 보여주었죠.

결국 특수상대론적 좌표변환인 로렌츠 변환에 대해 불변인 (Lorentz invariance) 이론이 양자역학에도 필요하게 됩니다.


- 특수상대론적 양자역학

따라서 여러가지 이론적 시도가 있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시도는 특수상대론의 골자라고 할 수 있는 E=mc^2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E^2 = p^2c^2 + m^2c^4을 유도하게 됩니다.

이 식에 양자역학에서 에너지와 운동량에 사용하는 연산자(operator)들을 가져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Klein-Gordon equation이 됩니다.


디락은 다른 방향으로 이 문제에 접근합니다.

에너지와 운동량을 선형적으로 결합하는 식이 존재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displaystyle \left(\beta mc^{2}+c\sum _{n\mathop {=} 1}^{3}\alpha _{n}p_{n}\right)\psi (x,t)=i\hbar {\frac {\partial \psi (x,t)}{\partial t}}} - 디락방정식

그래서 이런 식이 있다고 가정하고, 여기에 사용된 베타와 알파들이 존재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게 됩니다.

보시면 맨 왼쪽에 정지질량 에너지인 mc^2가 있고, 그 다음은 광속 곱하기 운동량인데 운동량 벡터의 각 성분마다 알파를 곱하였습니다.

오른쪽 항은 에너지를 의미합니다.


이 식 또한 결국 E^2 = p^2c^2 + m^2c^4를 만족시켜야 하기때문에, 알파와 베타에 대한 조건을 얻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알게된것은 알파와 베타가 존재할 수 있지만 실수일수는 없으며 (곱에 대한 교환법칙이 성립되지 않음),

적어도 4X4이상의 크기를 가지는 행렬이어야 한다는 것이죠.

따라서 입자의 파동함수 또한 최소 4개의 성분을 가지는 행렬이어야 합니다.


- 디락방정식에서 파동함수의 각 성분에 대한 해석

위의 디락방정식은 입자가 그 어떤 다른 것에 의한 영향을 받지 않고, 자유로운 상태일 경우에 대한 식입니다.

이때 방정식을 풀어서 파동함수의 각 성분이 가지는 의미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 해석을 통해 방정식이 가지고있는 더 깊이있는 물리적 의미들이 드러나게 됩니다.

1. -의 에너지를 가지는 성분이 있음

2. 4개의 성분중에서 2개는 +의 에너지를, 2개는 -의 에너지를 가짐. 그렇다면 같은 부호의 에너지를 가지는 두개의 성분은 무슨 차이가 있는가?

후에 그 차이가 입자의 또 다른 특징인 스핀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스핀이 두개의 상태로 나뉜다는 것은, 이 방정식이 기술하는 입자의 스핀이 1/2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디락방정식은 스핀이 1/2인 페르미온입자를 기술하는 방정식인 겁니다.


- 음수의 에너지를 가지는 파동함수에 대한 디락의 해석

수학적으로 전혀 버릴 이유가 없는 성분이기 때문에, 디락은 음의 에너지 바다라는 개념을 생각해냅니다.

진공은 본래 음의 에너지를 가진 입자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다만 페르미온 입자들이기 때문에 파울리의 배타원리에 의해 같은 상태를 공유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 음의 에너지 바다에 있는 입자들 중 하나가 양의 에너지로 올라가게 되면 그와 동시에 음의 에너지 바다에 구멍이 생기게 됩니다.

따라서 양의 에너지 두개가 생긴 효과를 내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질량을 포함한 모든 성질은 같지만 전하량은 반대인 반입자가 만들어집니다.

당시 양전자에 대한 발견이 이루어진적이 없기때문에, 디락은 이 구멍이 양성자일 수도 있으니

양성자의 질량이 전자보다 매우 큰 문제에 대해서는 누군가가 이론적으로 설명을 할수도 있지 않겠냐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여기엔 큰 문제가 있는데, 양성자가 전자의 반입자인 경우 원자는 쌍소멸로 인해 사라지게 됩니다.

따라서 디락은 전자와 완전히 같지만 전하량만 다른 입자인 반전자(anti-electron)의 존재를 예견하게 됩니다.

(사실 음의 에너지 바다라는 개념은 보존(boson)에 대해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틀린 해석이고 현재는 파인만의 해석을 따르고 있습니다.)


- 드디어 양전자의 발견에 대해서

서론은 매우 길었습니다만, 양전자의 발견은 간단합니다.


입자가 지나간 궤적을 기록하는 데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습니다만,

20세기 초에는 구름챔버(cloud chamber)를 사용했습니다.

물이나 알코올이 증기상태로 과포화 상태인 용기를 전하를 가지는 입자가 지나가면,

용기 내부에 있는 원자를 이온화 시키고 그것들이 응결핵이 되어 궤적이 남게 됩니다.

(하늘에 종종 비행기가 지나간 흔적이 매우 얇고 긴 구름의 형태로 만들어진걸 본적 있으실겁니다. 그것과 유사합니다.)

이것으로 우주선(cosmic ray)들을 관측하는 과정에서 양전자가 발견됩니다.


양전자의 발견으로 간주되는 사진이 여러장 촬영되는데, 아래는 그 중 하나입니다.

PositronDiscovery.png

보시면 사진의 가운데 지면과 나란한 방향으로 두꺼운 판이 있습니다. 이것은 대략 두께 0.5cm에 해당하는 납(lead)입니다.

그리고 입자의 궤적이 아래에 하나, 위쪽에 하나로 이어지는 것이 보입니다.

여기서 납판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입자의 진행방향과 에너지를 측정하는 겁니다.

1. 진행방향의 측정과 부호결정

자기장이 가해지면 전하를 가진 입자가 휘는데, 휘는 방향이 전하에 따라서 다릅니다. 따라서 운동하는 방향을 알면 휘는 방향으로 전하의 부호를 알수있는것이죠.

가운데 납판을 두게되면, 입자가 그곳을 지나가며 에너지를 잃게 됩니다. 따라서 납판을 통과한 후에는 이전보다 자기장에 의해 더 많이 휘어지게 됩니다.

위의 사진을 보시면 두 궤적의 휘어지는 정도를 볼때, 입자가 아래에서 위로 이동했다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자기장이 화면을 뚫고 들어가는 방향이기 때문에, 이 입자의 전하는 +라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2. 에너지 측정

전하를 가진 입자가 납판을 지나면서 에너지를 잃어버리는 정도는 전하량과 질량에 의해 결정됩니다.

따라서 납판의의 두께를 알고, 지나가기전 궤적과 지나간 후의 궤적을 가지고 있으면

전하량과 질량 값에 어떤 가정을 했을때 실험결과가 잘 설명되는지를 역으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사실 입자의 전하량과 질량은 구름챔버에 남기는 궤적의 모양과 두께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납판의 존재와 기록된 궤적들의 휘어지는 정도, 마지막으로 다양한 에너지에서의 전자를 구름챔버에 통과시켜 확인한 궤적의 특성들을 종합해서

위의 사진에서 관측된 입자가 전자와 질량과 전하량은 유사하지만, 전하의 부호는 반대인 것을 알게 되는겁니다.


이러한 사실에 기반해서 위의 사진이 양전하를 발견한 사진중 하나로 결론지어 질 수 있습니다.

(양전자 발견 논문에서는 1300개의 사진을 분석해서 15개의 양전자 사진을 얻었습니다.)

간단하게 쓰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어려워졌군요.

한줄요약을 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줄 요약 : 우주선(cosmic ray)들이 자기장 내에서 납판을 통과하는 사진을 찍어서, 그것들 중에 비전하가 전자와 유사하며 전기적 부호는 반대인게 존재하는걸 확인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https://journals.aps.org/pr/abstract/10.1103/PhysRev.43.491

에 1932년 발표된 양전자 발견논문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질문은 환영입니다만, 시간상 모든 질문에 성심껏 답변해드리지는 못할 것 같아 미리 양해의 말씀드립니다.

그럼 다음에 시간날때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