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천사 , 영국 위릭 대학교 수학과 교수 김민형



<수학의 함정>의 저자 자비네 호젠펠더에 따르면 시인 보다도 물리학자들이

아름다움과 진리의 동일성에 대한 믿음이 더 강하다.


17세기 이후로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물리학 이론은 점점 더 고등한 수학적 언어로 기술되었다.


따라서 물리학자들에게 이론 중요한 문제는 '이 현상은 어떤 수학적 구조로 설명해야 할까'로 귀결된다.



호젠펠더는 세계적인 물리학자들과의 인터뷰, 그리고 과거 물리학 거장들의 글을 근거로

물리학은 이론 선택에 있어서 미학적인 기준이 지배적임을 보여준다.


물리학자들은 우주의 원리가 아름다운 수학으로 기술되어야 한다는 믿음이 강하고,

그런 믿음을 실현하기 위해 때로는 수십년간 노력하기도 한다.


그러나 호젠펠더 자신은 이러한 미학적 원리에 대해서 회의적이다.


현실과 자연이 인간의 감각과 감정을 존중해주면서 존재할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1980년대와 90년대에 이론 물리학에서 가장 각광받은 이론은 아마도 '끈 이론(초끈 이론)'이었을 것이다.


모든 것의 이론' 즉 우주의 모든 현상을 통일적으로 기술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의

가장 강력한 후보가 끈 이론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끈 이론은 전에 없이 광범위하고 추상적인 수학을 활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해서 찬사를 받은 동시에 경계의 대상이 되었다.


오늘날 불행히도 끈 이론에 대한 실험적 근거는 없고 전문가들은 초조해 하는 상태이다.


어쩌면 끈 이론이 처한 위기가 호젠펠더가 이 책을 쓰게 된 가장 큰 동기일것 같다.




천체물리학자 친구 하나가 다음과 같은 불평을 했다.


"끈 이론의 문제는 제일 똑똑한 학생들을 아름다운 수학으로 유혹해서 막다른 길목으로 몰아넣는 것이다."


가장 어렵고 고등한 이론을 둘러싼 물리학계의 시선의 양면성을 잘 표현하는 문장이다.


한편으로는 끈 이론 연구자들이 탁월한 이론가들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인력과 시간의 낭비를 초래한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일종의 위기 의식을 느끼는 사람은 물리학계에서 호젠펠더 하나만이 아닐 것이다.



한가지 특기할 만한 점은 끈 이론이 놀라울 만큼 풍부한 수학 이론의 원천이라는 사실이다.


1990년에 끈 이론의 대가 에드워드 위튼은 수학의 노벨상으로 여겨지는 필즈상을 받았고

세계의 많은 대학에서 끈 이론 전문가들을 수학 교수로 채용하고 있다.



호젠펠더의 책은 복잡한 과학 사회학을 절묘하고 예리하게 포착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특이한 책이다.


저자는 본인이 물리학자이면서 물리학자들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물리학자들의 직관, 감정, 인간관계 및 물리학자들의 사고방식이 물리학에 어떻게 반영되는지에 대한

사실들을 일목 요연하게 관람할 기회를 주고 있다.



복소수는 16세기에 유럽 수학에 정착했지만 20세기가 돼서야 복소수의 현실성이 파악되면서

양자역학의 기반에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사실 수학자들은 수학의 구조가 물질적인 현실에서도 나타나기를 자연스럽게 기대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물리학자들도 그럴것인가 그것은 학자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현대 물리학자들은 이미 수학의 포로이기 때문에 수학과 자연의 매칭을 의심하지 않는 학자들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원제는 Lost in Math로 물리학이 수학 속에서 길잃은 상태를 강조한다.





------ 호젠펠더 서문


물리학자들은 확신했고 수십억 달러를 걸었다.


지년 수십년 동안 물리학자들은 우주의 본질을 파악하고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며

세상을 발전 변화시킬 새로운 발견이 어디에 있는지 안다고 확신했다.


물리학자들은 가속기를 건설했고 위성을 쏘아 올리고 땅속에 검출기를 묻었다.

세상은 물리학자들의 장담과 자신감에 수많은 돈을 기꺼이 투자해준 것이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물리학자들은 그 실험들을 통해 그 어떤 새로운 결과물도 얻지 못했다.


물리학자들은 수학이 아니라 수학의 선택에 실패했다.


그들은 수학이 친절하고 단순하게 자연이 비밀에 대한 실마리를 내준다고 믿었지만

그것은 물리학자들의 큰 착각이었다.



이론 물리학은 수학 투성이에 이해하기 어려운 학문이다.

그러나 이책은 수학에 관한 책치고는 수학 얘기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수학의 함정>은 오늘날의 물리학 연구에 물리학자들의 미학적 판단이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실태를 추적한 책이다.


이 책은 저자인 나 자신의 이야기이자 내가 배운 것들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대한 모종의 반성문이다.


그것은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수많은 물리학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자연 법칙이 아름답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뭔가를 '믿는' 것은 과학자들이 해서는 안되는 일 아닌가?



수학의 함정 (자비네 호젠펠더 著, 해나무, 원제 : Lost in Ma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