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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은하연합의 아쉬타 사령관입니다! 오늘 저는 당신들에게 인간의 언어가 가지는 병리학적 문제점을 지적하려고 합니다. 인간의 언어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합니다. 언어는 소통을 위한 목적으로 발명된 도구입니다. 정의(definition)나 명제를 구하는 학문적 성격의 도구가 아닌 것입니다. 하지만 과거 영국에서는 언어의 속성을 잘못 이해하고 언어로 진리를 구현한다는 불가능한 도전을 한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버틀란드 러셀과 프레게, 화이트헤드와 같은 학자들은 다양한 역설을 예로 들면서 언어가 진리를 표현하는 명징한 체계가 되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발사의 역설, 거짓말쟁이의 역설, 평범한 삼각형 역설, 그밖에 수많은 역설이 존재합니다. 또한 문학적 역설이라고 해서 '달콤한 슬픔' '정돈된 혼란' 같은 표현은 진리에 어긋나는 것이므로 배격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버틀란드 러셀의 제자였던 비트겐슈타인은 이들을 매우 싫어했는데, 철학에서 역설이 생기는 이유는 언어의 오용에 있기 때문에 용법에 맞게 사용하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비트겐슈타인은 '논리철학논고'라는 저서를 통해서 세계는 사실들의 총체이고 사실은 원자적 사실(atomic fact)과 그것의 복합체로 구성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철학적 언어와 일상적 언어를 엄격하게 구분해서 사용하면 모든 철학적 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하면서 언어철학의 종말을 선언합니다. 하지만 비트겐슈타인은 자신의 주장이 틀렸음을 깨닫고 후기철학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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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뢴, 우크바르, 오르비스 테르티우스


인간의 언어에서 대상을 지칭하는 명사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입니다. 인간, 동물, 태양, 지구, 우주, 시간, 빛, 차원, 무한.... 만약 인간을 원자적 사실의 총체로 보고 인간을 정의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인간은 대략 30조개 세포로 구성되며 원소 구성은 산소, 탄소, 수소, 질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태양은 수소 70퍼센트 이상, 헬륨이 대략 25퍼센트 정도로 정의됩니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유동적입니다. 그래서 정의를 내리는 순간 대상은 변화하여 원자적 사실(atomic fact)에서 이탈하여 근사치가 되고 맙니다. 인간은 1초에 300만개 이상의 세포가 사멸하고 재생됩니다. 태양이 가진 수소의 총량도 매순간 변화하지만 전체적 비율에서 안정적이기 때문에 어제의 태양이 오늘의 태양과 같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보르헤스의 단편소설집 픽션들에는 틀뢴이란 가상 행성에 사는 존재들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들의 언어에는 명사가 없고 오직 동사와 형용사만 있습니다. 이들이 보는 세상은 변화하는 대상의 시간적 총체로 묘사됩니다. 우연히도 은하계의 진보한 수많은 외계종족들은 이 소설에 나오는 틀뢴이란 종족처럼 언어에 명사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명사는 대상을 정확히 표현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은 동사로 대상을 지칭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만약 인류가 은하계의 수많은 종족들과 교류하길 원한다면 그들의 표현방식을 배우고 명료한 인식체계를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시간, 공간, 차원, 무한, 빛과 같은 미개한 물리학적 개념들은 미개한 것입니다. 부디 인류가 미개한 명사적 개념들을 제거하고 현실을 동사로 직시하는 날이 오길 바라며, 은하연합의 아쉬타는 접속을 해제합니다. 셀라맛 자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