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논밭밖에 없는 시골 마을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가정 환경이 불우하여서, 10대 평생에서 마을 밖을 벗어나 본 것은, 다 합해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습니다. 공부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요행히 고려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분에 넘치는 행운을 얻었으면 정신 차리고 공부를 열심히 할 만도 하건만... 그러나 저는 가족을 원망하고, 세상을 원망하고, 제 스스로의 몸에 칼을 대면서 뚜렷한 까닭 없는 분풀이만을 일삼았었네요. 25살 때까지 그랬습니다.


그러나 군에 입대한 뒤 부대에서 절제된 생활을 하면서 큰 울림을 느꼈습니다. 내가 내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이것저것 도전했고 꽤 수확도 있었네요. 삼각함수도 모르던 제가 고등학교 수학부터 시작해서 Calculus를 모두 끝냈을 때의 그 쾌감이란.. 


올해 27살의 나이로 전역을 한 뒤에는 스타트업을 시작했습니다. 음향 관련한 아이템으로요. 요행히 많은 상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실속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계속 욕심이 생기더이다. 공부를 계속 한다면, 그래서 더 멋진 기술을 내가 만들 수 있다면, 그래서 이 사회에 공헌을 할 수 있다면...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 호기롭게 서울대 공대에 편입 지원서를 넣었는데, 당연히 떨어졌습니다. 당연하죠. 저는 학문을 사랑한 게 아니었으니까요. 서울대는 열정만 있는 학생이 아닌, 준비되고 완성된 사람을 찾고 있었겠죠.


생각해보면 저는 사랑이란 걸 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내 스스로를 혐오하고, 가족을 증오하고, 사회를 원망하고... 


그래서 학문을 정말 사랑해보고 싶어요. 그냥 혼자라도 책을 펴서 공부를 해보려고요. 정말 제가 공부를 열심히 한다면, 저를 도와주는 분이 감사하게도 누군가는 있겠죠. 그래서 석사 박사도 해보고 더 멋진 기술을 개발해서 사회에 공헌할 수 있겠죠. 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