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에 재학중인 학생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제가 견딜수 없을정도로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저는 서울소재 과학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곳에서 아직까지 알고지내는 친구를 사귀게 되었는데
그 친구를 알고나서 부터 열등감에 휩싸여서 살았던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재학중에 그 친구는 학교내에서 천재라고 불렸습니다.
따로 문제집을 풀지않아도 입학때 부터 졸업할때 까지 한번도 수학과 물리에서는 일등을 놓치지 않더군요.
열심히 하여 2등을 해보기도 했지만 그 친구와 2등의 점수차는 항상 많이났습니다.
그 외에도 어려운 수학논리들을 고민하면서 증명해보고 선생님들과 심화내용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저와는 너무나 멀어보였습니다.
그리고 인간이 어떻게 그 긴 수식을 보자마자 바로 암산으로 풀고 증명해낼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질투를 느꼈던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와 저 둘다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에 진학하였고
여기서도 그 친구는 너무나 압도적입니다.
강의시간에 다른아이들과 제가 뼈빠지게 필기할때 그친구는 가만히앉아 강의만 듣거나 교수님과 대화를 합니다.
이런모습을 볼때마다 제가 과연 그 친구를 이겨내고 이 이론물리 분야에서 살아남을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깁니다.
선배님들, 부탁드립니다.
제가 이 분야에서 남아있어도 될지 조언해주십시오.
--------------------
님의 같은 대학 학과 선배입니다. 내가 25년쯤 선배겠네요.
님이 겪는 그 열등감은 님만 겪는게 아니고
이미 수십년 동안 수많은 선배들이 해마다 겪어온 겁니다.
제 동기 가운데도 님의 그 괴물 친구 같은 녀석 있었습니다.
동기들은 교수님 말씀을 이해하기도 벅차서 끙끙거리고 있는데,
이 자식은 여유작작 앉아서 교수와 내공깊은 대화를 나누며
한쪽 구석의 교수님 오류까지 잡아내는....
거기에 더해서 성격도 좋고 적당히 사회의식도 있고 키까지 컸어요. -_-;;;;
그러나 사회적으로 성공하는건 또다른 문제입니다.
천재나 수재가 사회생활에 실패한다는 교과서적인 이야기가 아니에요.
우리 동기의 그 독보적인 1등은 공부 조금 하더니만
물리 공부해서 비전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일찌감치 방향을 돌려서 금융 쪽으로 진로를 잡더군요.
요즘은 그쪽도 한물 갔습니다만 우리 또래가 젊을 때는
물리공부하고 금융으로 나가서 대박내는 사람들이 많았죠.
우리 동기 1등도 한몫 단단히 잡아서 지금 잘 살고 있습니다.
하. 지. 만. 물리는 그만뒀죠. 하하하
우리 동기에는 사실 독보적인 2등도 있었는데
이 친구는 또 인터넷 붐에 휩쓸려서 물리를 떠나 벤처의 세상으로 가버렸고
이 쪽은 그다지 크게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못 들었습니다.
지금 물리학계에서 잘 나가는 애들은 3~10등을 오르내리던 친구들입니다.
노벨상 받을만한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만
아이비 리그를 포함한 미국의 유수 대학에 자리 잡은 친구들도 두엇 있고,
국내의 명문대학에 자리 잡은 친구들도 여럿 있고,
어떤 친구는 교수된 이후로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해서 나름 명사급이 됐지요.
저는 그 정도로 잘 나가지는 못하지만
어쨌거나 제법 내실있는 대학에서 좋아하는 물리를 연구하며
평생 먹고살 수 있는 자격은 확보해 두었습니다.
학과 1등이 꼭 과학자로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수식 빨리 풀어낸다고 해서 꼭 물리학자로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공부를 해 보면 알겠지만 독창성이나 전체를 보는 넓은 시야 같은 것도
수식 푸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꼭 이론물리학만 물리학인 것도 아니고 실험물리학도 물리학이고
물론 머리가 왠만큼은 좋아야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끈기와 한 우물을 파는 근성도 학자에게는 중요합니다.
과학고에서 2등도 해보고 서울대 물리학과 다닐 정도면 머리는 충분합니다.
꼭 과학사 책에 나오는 영웅들처럼 암산으로 수식 풀어내지 않아도 됩니다.
기회 있으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명단 한번 들여다 보세요.
아마 처음 보는 이름도 많을 거에요.
그 가운데 보자마자 암산으로 수식 풀어냈다는 천재 의외로 몇명 없어요.
열심히 실험하다가 날카로운 눈썰미로 특이한 현상을 잡아내서,
혹은 남들이 전혀 안 하던 주제에 관심을 갖고 일가를 이뤄내서,
혹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새로운 물질 (고온 초전도체 같은거)을 찾아내서
물리학자로 이름을 남긴 사람들이 더 많아요.
서울대에서 등수, 1등 이런거에 집착하면 결말은 자살 뿐입니다.
우리 과 선후배들 중에도 목매달거나 정신병원에 들어간 사람 여럿 있지요.
그게 다 경쟁에 너무 집착해서 그렇고
남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너무 강해서 그래요.
천재를 앞서려고 하지 말고, 물리학을 즐기도록 해보세요.
학문을 즐기는 거는 꼭 과탑이 아니어도 할 수 있고,
학문에 가치있는 기여를 하는건 님 정도 수준이면
꾸준히 노력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가능해요.
이기려 들지 말고, 천재 콤플렉스에서 빨리 벗어나세요. :)
이거 레알...진리다 이건...
이거 개념글 가면 좋겟다
하이브레인인가 싸이엔지에서 이 글 봤는데
퍼왔으면 퍼왔다고 써놓기라도 해라
출처 http://www.hibrain.net/
개념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