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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수학 얘기가 종종 나오고 있네요. 물리에서 대수학은 제법 흥미로운 대상이긴 합니다. 다만, 대수학에 대한 심도 있는 내용은 적어도 학부 물리학과에서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그 유명한 Arfken을 보면 group theory라고 해 가지고 따로 챕터가 있긴 합니다만 너무 넓은 영역 중에서 좁은 데 몇 군데만 골라 대강 다루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게다가 그 중 반절의 내용은 사실 group보다 Lie algebra 쪽에 치중을 많이 든 모양새입니다. 어차피 Lie algebra를 연구하면 해당하는 Lie group을 연구한 셈이 되겠지만요.) 그럼에도 물리를 공부하다 보면 group 얘기를 심심찮게 많이 들어서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요. (아니, 학부 수업 때는 사실 group 얘기를 거의 안 듣습니다. 일부러 안 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요. 실제 전공생들한테 이 글이 별로 필요가 없을 수도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막상 수학과에서 다루는 group 얘기를 보면 일단 이게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겠고, 알아 먹어도 이게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 같다는 생각만 들 겁니다. 이번 글에서는 물리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대수학을 대하는 데 있어서 필요할 만한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대수학에 관심이 있되, 어떻게 공부해야 할 지 몰라 하던 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몇 자 적어봅니다.

아무래도 물리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대수학 하면 선형대수학(linear algebra)과 group theory가 많이 연상될 겁니다. 선형대수학이야 물리의 정말 많은 곳에서 요긴 혹은 중요하게 사용되는 분야입니다. 수학과 과정으로 다루는 선형대수학 과정은 또한 물리 하는 사람들에게도 무척 많은 도움을 줄 것이고요. (실제로 선형대수학 다 배우고 나서 양자역학을 들으면 엄청난 버프 효과를 받을 수 있습니다.) 뭐, 선형대수학 이야기는 다들 잘 아실테니까 이 쯤만 하죠.

문제는 group theory입니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SO(3), U(1), SU(2) 같은 것들인데, 수학과 대수학 학부 과정을 들여다 보면 이들 이름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많은 대학에서 주로 쓰는 교재인 Fraleigh에는 (제 기억이 맞다면) 아예 없고, 서울대에서 쓰는 이인석 교수님의 책들에서는 전 과정인 [선형대수학과 군]에서 간단하게 소개되고 [대수학]에서 잠깐 나오는가 싶더니, 매우 이상한 모양으로만 나올 뿐입니다. ('Finite' SU(n)이라니!) 더더군다나... 수학과 학부 과정에서 다루는 (선형대수학을 제외한) 거의 모든 대수학 내용은 사실 물리학과들이 몰라도 좋을 것들입니다. 기껏해야 내가 다루고 있는 '수'라는 것이 어떤 건가 정도만 알 수 있는 정도죠.

그럴 만도 한 것이, 학부 대수학 과정(서울대에서는 다음 과정으로 geometic algebra와 algebrical geometry 과정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만, 이것들은 일단 빼고 말하겠습니다)은 그 목표가 대개 Galois theory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공부해 놓고 보면 거의 모든 내용이 이 Galois theory를 염두에 두고 나열된 것들입니다. 전부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요즘 주로 쓰이는 학부 대수학 교재를 아무거나 잡으면 그 내용 중 적어도 80% 이상이 맨 마지막의 Galois theory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옛날 책은 classification of finite simple group 문제가 각광받던 시기의 책들이라 이 문제를 위한 내용이 많았다고 합니다만, 이것도 물리와는 관련이 멀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학부 과정 내용들 중 일부는 꼭 보고 가셔야 합니다. 일단 정의 자체라든가 가장 기본적인 성질들도 알아야겠지만, 무엇보다도 subgroup, normal group 개념이라든가 isomorphism theorem들 또한 나중에 물리학자를 위한 group theory를 공부할 때 있어서 필요한 내용입니다. 다른 대수적 구조들인 ring, module, field, algebra도 일단은 뭔지 알아야 할 것이고, 좀 전에 말한 꼭 배워야 할 group의 요소들에 대응하는 요소들(submodule, ideal, isomorphism theorems)도 아셔야 합니다.

물리학자들한테 필요한 내용들은 사실 그 이후에 나오기 시작합니다. 아까 잠깐 말한 algebrical geometry라든가 geometric algebra 과정 같은 것도 그렇고요 (이 과정들은 아직 따로 공부 안 해 봐서 잘 모르겠습니다 --- 서울대에서는 학부 때 다루는데, 다른 학교는 안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장 궁금해 하실 Lie theory는 제가 알기로 석박사 과정에서 다루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Lie theory는 사실 상 Lie group과 Lie algebra를 연구하는 이론으로, 우리가 궁금해 하는 SO(n), U(n) 같은 것들을 연구하는 것입니다. 이들은 학부에서 주로 다루는 group과 확연히 다릅니나. 학부에서는 finite group를 주로 다루는 반면에 Lie group은 일단 infinite합니다. 또한 continuous하고요. (Finite group은 일단 discrete합니다.) 그런데 이 이론들을 공부하는 것은 사실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먼저 선형대수학에서 다루는 굉장히 많은 내용들을 알아야 하고 (SO(n), U(n) 같은 건 사실 한 vector space에 작용되는 특별한 linear operator들의 집합이니까요), 아까 잠깐 말한 module 개념 같은 것, 특히 representation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사실 Lie group 내용 중 상당수는 이에 대응하는 구조인 Lie algebra를 다루는 데에 할애가 되어 있고, Lie group을 다룰 땐 그 group 자체보다는 주어진 group과 대응하는 Lie algebra를 굴리는 방식으로 많이 연구하거든요. 말했듯이, Lie algebra는 많은 선행 학습을 필요로 합니다. 사실 이게 학부에서 찾을 수 없는 내용일 만한 가장 큰 이유겠죠.

그래도 이건 Lie theory를 제대로 하겠다 할 때 얘기고요, 물리학자들에게 꼭 필요한 내용만 원한다면 몇 권 있긴 합니다. 제가 아는 건 Cahn의 Semi-Simple Lie Algebras and Their Representation 정도 뿐이네요. (George라는 분께서 쓰신 책도 있는 걸로 아는데, 까먹었네요...) Classical group이라고 찾아보시는 것도 도움이 될 겁니다. (SO(n), U(n) 같은 group들을 classical group이라고 합니다.) 만약 Lie theory를 제대로 하고 싶으시다면 Bourbaki가 일단 끝판왕이고, Fulton & Harris의 Representation Theory도 시작으로는 괜찮아 보입니다. 저는 Jacobson으로 Lie algebra를 공부했습니다만, 이건 오래됐고 꽤 어려운 책이라 처음 하시는 분들께 권해 드리기가 좀 그러네요. (전 수학으로는 하드코어(!)한 걸 좋아해서 이 책을 잡았습니다. ㅎ) 근데 제대로 하실 필요까지는 웬만해선 없을 겁니다.

한편, 결정 이론에서는 finite group에 대한 이론이 필요하다고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도 이들 자체에 대한 쓸만한 이론은 Galois theory를 중심으로 하는 학부 책에서 찾기 어렵다고 알고 있습니다. 제가 그 쪽으로는 공부를 안 해 봐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Lang의 [Algebra]를 읽으시는 건 좋은 생각일 겁니다. 이 책에서 group 파트를 읽다 보면 (여기서도 Lie group 얘기는 안 나옵니다) 어떤 reference가 필요한가 정도는 알 수 있겠죠. (사실 대수학 자체를 serious하게 하고자 하는 분이라면 Lang의 이 책을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뭔가 잔뜩 쓰긴 했는데, 제가 말하고 싶은 걸 다 잘 전달했는지는 의문입니다.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로 올려봅니다. 그래도 이 글이 학부 대수학에서부터 쩔쩔매거나 혹은 속단하는 경우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안 하던 세 줄 요약을 이번엔 너무 기니까 한 번 해 봅니다 :

1. (선형대수학 빼고) 학부 과정 대수학은 기본적인 거 빼고 물리 하는 데 별 필요가 없습니다.
2. 물리에서 말하는 group theory 하려면 Lie group 쪽으로 알아봅니다.
3. 근데 이거 짱 어려워요. 걍 물리학자를 위한 쉬운 학습 방법 찾아다 알아서 하시길.


덧 : 학부 대수학 처음 과정을 보면 도대체 이게 뭐 하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정의 정의 정의...만 나온 것 같아 보입니다. (이인석 교수님께서는 아예 책에서 이 책은 언어 책이라고 천명(시인?)하십니다.) 게다가 당연해 보이는 것들만 맨날 증명하는 것 같아 보이고요.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대수학 초반 부분은 그야말로 수학의 거의 가장 밑바닥을 탐구하는 것입니다. 즉, 가장 기본적인 영역인 거죠. 아마 그보다 아래로 내려가면 수학의 제일 밑뿌리인 집합론 뿐일 겁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 어려울 수 밖에요.

하지만 나중에 수 체계 같은 구체적인 것들에다 배운 것들을 접목시키면, 이게 왜 그래야 했는지, 왜 이런 순서대로 했는지, 왜 이런 정의와 정리를 끌어와야 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내공이 쌓여야 가능한 일이고요, 더군다나 물리 하는 사람들한텐 별로 안 중요한 것이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훗날(Lie theory)만 생각하며 닥치고 외우는 것도 한 방법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