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근의 새 논문(송16, arXiv:1604.07639)이 상당 부분 조용승 교수의 11년 논문 (조11, arXiv:1103.0300) 및 Ellis의 98년 논문(Ellis98, arXiv:gr-qc/9812046)과 유사하다는 점을 김물리님이 지적했고, 표절 의혹 시즌 2가 시작됐어. 여기서 생기는 의문 하나는, 표절 여부는 신경 끄고 봤을 때 송16의 내용이 얼마나 훌륭하냐는 거야. 만약 전체적인 내용이 고퀄이고, 베낀 곳도 배경지식을 소개하면서 딱 필요한 것만 가져다 썼다면, 엄격히 따졌을 때 표절이라도 사실상 문제없다고 생각할 법도 하잖아? (학계의 상식은 그런 경우에도 복붙은 절대로 노노…) 다만, 언론에 나온 이형목 교수의 짧은 평은 표절 논란과는 별개로 논문의 질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 왜 송16이 고퀄과는 거리가 먼지 이제부터 자세히 알아 보겠음.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논문의 제목과 내용 사이의 괴리야. 제목은 연구의 핵심 결과를 압축해서 나타내는 것. 그럼 그걸 구체적으로 풀어 쓴 부분이 어딘가 있어야 하겠지? 송16의 제목은 “The Influence of the Shear on the Gravitational Waves in the Early Anisotropic Universe,” 한국어로는 “초기 비등방 우주에서 층밀림(shear)이 중력파에 미치는 영향”이 되겠어. 그럼 본문에서는 아인슈타인 장 방정식을 (또는 그로부터 유도한 근사식을) 풀어서 비등방 우주 내의 중력파에 해당하는 해를 찾고, 여기서 층밀림의 효과는 어떻게 나타나며 그에 따른 관측 결과는 무엇인지 이야기해야 해. 그런데 송16에는 이런 부분이 전혀 없어. Geodesic congruence에서 층밀림의 시간 변화를 기술하는 식(3.17, 4.26)을 적어 놓고, 여기에 중력파의 효과도 들어 있다고만 언급하고 땡임. 그래서 이형목 교수가 원론적인 내용일 뿐이라고 평한 거야. 이걸 “층밀림이 중력파에 미치는 영향”으로 부르는 건, F=ma와 F=-GMm/r^2만 써 놓고 “뉴턴 이론이 예측하는 행성의 궤도 운동”이라고 제목을 붙이는 것과 비슷한 것이지.


더 중대한 문제는 송16에 사실상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거야. 김물리 님이 지적했듯이 송16의 많은 부분은 조11을 변형한 것에 불과해. 끈을 점입자로 바꾸고, 시공간 차원을 임의의 D에서 4로 바꾼 다음, 그에 맞춰서 geodesic congruence의 유도 과정을 변형한 것. 근데 이상하지 않아? 끈 보다는 점입자, D차원보다는 4차원을 다루는 게 더 간단한데, 오히려 송16 의 내용이 조11보다 시기적으로 앞서는 게 맞지 않음? 실제로 송16에서 다루는 4차원 geodesic congruence는 이미 수십년 전에 연구가 끝났어. Wald가 쓴 일반상대론 교과서(1984) 9.2절(http://imgur.com/NLTWxme)이 바로 이 내용을 다루고 있고, 심지어 송16과 notation도 같아. 오리지널 연구는 당연히 Wald 책 이전에 이루어졌을 것이고.

 

그래도 송16에서 geodesic congruence 관련 내용(대략 2절의 앞쪽 절반 및 3, 4절의 대부분)이 Wald 9.2절과 100% 같지는 않아. 문제는 Wald에 없는 새로운 결과는 죄다 무의미하거나 잘못됐다는 거. 예를 들어 식 3.8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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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등식의 우변은 singularity에 도달하기 전까지 흐를 수 있는 고유시간 τ의 상한값을 의미해. 문제는 τ의 상한값이 τ 값에 의존하는 형태여서 있으나 마나 한 결과라는 것임. 단, 3.8이 성립하면 τ<=3/|θ(0)|도 성립하고, 3/|θ(0)|은 유의미한 상한값이 맞긴 한데, Wald에도 이것은 나온다는 게 문제. 식 3.19 및 20도 Wald에 없는 새로운 결과이긴 한데, 얘네는 rank-2 tensor와 scalar를 같다고 해 버려서 근본적으로 엉터리야. 논문에 이런 식을 적어 놓은 건, 미안하지만 기본기를 제대로 갖추긴 한 건지 의심받을 만해. 또한 송16의 4절에서도 Wald에 없는 부분을 조사하면 3절과 유사한 문제점을 찾을 수 있어.


한편 송16은 조11 뿐만 아니고 Ellis98의 5.3절과도 내용이 겹치지. 이형목 교수는 송16의 독창성이 "층밀림 진화에 대한 해를 구해서 현재처럼 등방적임을 보인 것"이라고 평한 바 있는데, 이것도 사실 Ellis98의 5.3절에 그대로 있는 내용임. 송16에서 Ellis98과 오버랩이 많은 부분은 2절 후반부인데, 자세히 보면 송16에서 식 2.17의 첫째 식과 식 2.22는 Ellis98에 없긴 해. 다만 2.17의 첫째 식은 2.12의 우변에서 셋째와 넷째 항을 날리면 (회전이 없고 진공인 경우에 해당) 나오는 것이라 사실 별 거 없음. 글고 2.22는 있으나 마나 한 식인데..... l^3=XYZ임을 이용하고, B_ab 정의식의 공변미분을 직접 계산해서 (이때 metric은 식 2.15)  σ_ab를 구해 보면, 결과적으로 2.22의 첫번째 식은 dot(X)/X = dot(X)/X이라는 항등식이야. 나머지 둘도 마찬가지고...........


이제까지 송16에 새로운 내용이 사실상 없는 이유를 자세히 살펴 봤어. 그럼 조11과 Ellis98에서 그대로 가져왔거나 가져와서 변형한 부분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가져온 내용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자 못하고 있다는 정황이 논문 곳곳에서 발견돼. 예를 들어 송16의 식 2.14를 살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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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네모친 부분은 사실 geodesic equation ξ^c∇_cξ_b = 0 때문에 사라져. 자명하게 0인 항을 왜 굳이 적어 놨을까? 그건 조11의 식 2.20을 보면 알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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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식에서 네모친 부분이 정확히 대응되는데, 중대한 차이점은 조11에서는 점입자가 아니고 끈이어서 geodesic equation이 ξ^c∇_cξ_b - ζ^c∇_c ζ_b = 0 으로 바뀐다는 것. 따라서 여기서는 네모친 부분이 사라지지 않아. 조 11의 식 2.20을 가져다가 변형한 것 까지는 좋았지만, 끈이 점입자로 바뀌면 geodesic equation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명확히 인식을 못한 게 아닌가 싶어.


다음에는 위에서도 비판한 바 있는 송16의 식 3.8을 다시 살펴보자. 이 식의 결과는 τ의 상한값이 또 τ에 의존하는 형태라서 있으나 마나 하다고 했었지. 그런데 조11의 식 3.4도 같은 오류에 빠져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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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bar(θ)/θ 값이 일정값 이하라고 가정하면 (끈이론적 효과가 작은 경우에 해당) 제대로 된 τ의 상한값을 구할 수 있을 듯한데, 그렇다 해도 송16에는 (끈이론 효과가 애초에 0이라서) 해당사항 없는 얘기야. 결국 송16 식 3.8의 오류는 조11의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다가 발생한 것으로 보여. 하늘같은 조용승 교수님 논문이라 어쩔 수 없지 않나 싶을 수도 있지만, 권위자의 논문도 비판적으로 읽는 게 바람직한 자세잖아? 조용승 교수가 아니라 아인슈타인이니 파인만이라도 말야.. 글고 천재라는 타이틀을 단 사람이라면 더더욱 무비판적인 수용과는 거리가 멀어야지.


비슷한 맥락의 오류를 또 하나 발견할 수 있어. 송16의 1절(introduction) 첫 문단을 보면, strong energy condition로부터 완전유체의 상태방정식을 구할 수 있다는 구절이 있음. 우주론에서 상태방정식은 질량밀도 ρ와 압력 p 사이에 성립하는 관계식, 즉 등식이야. 한편 strong energy condition을 완전 유체에 적용하면 ρ+3p>=0와 ρ+p>=0 이라는 ρ와 p 사이의 부등식이 나오는데, 이건 상태방정식이라고 부르지 않아. 조11에서도 이런 부등식을 상태방정식이라고 부르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데, 이걸 송16에서 그대로 답습한 것이지.


마지막으로, 송16 2절의 끝에서 두 번째 문단을 살펴 보자. Cigar singularity가 어쩌고 pancake singularity가 어쩌고 하는 부분. 근데 대체 뭘 보고 singularity의 형태를 분석한 건지 알 수 가 없어. 왜 그런가 하면.... 분석의 근거가 되는 식이 애초에 나와 있지 않아서야. Ellis98의 39쪽에 같은 내용이 있는데, 여기서는 X(t), Y(t), Z(t)의 정확한 함수꼴을 구해서 이걸 바탕으로 singularity의 형태를 분석하고 있지. 이 내용을 가져오다가 중요한 부분을 누락시켜서 이해할 수 없는 문단이 탄생한 것으로 보여.


지금까지 arXiv에 올라온 송유근의 새 논문(송16)이 가지는 학술적 가치에 대해 자세히 분석해 봤어. 이 논문은 제목이 뜻하는 바를 전혀 구현하지 못했고, 새로운 내용이 사실상 없어. 게다가 다른 사람의 논문에서 가져온 부분도 저자가 이해를 제대로 못한 정황이 보여. 혹여나 송16을 게재 승인하는 심사위원이나 편집자가 있다면 그 자질을 의심해야 한다는 게 필자의 결론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