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희망조차 빨아들일 듯한 검정 빛깔 하늘,





이따금씩 내리치는 번개와 천둥,





그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 수많은 사람들.





그 사이에 낑겨 제 발 디딜 곳조차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휩쓸려다니는, 고3 무현은 탄식했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군."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또다시 천둥 소리에 묻혀버리고 만다.





이곳은 한국 대학 입시의 마지막 단계, 원서 접수의 땅이다.





젖과 꿀이 흐르고 화창한 나날이 지속되는 '대학 합격의 땅'에 가고자 하는 수험생들은 필히 밟고 지나가야 하는 관문인 것이다.





이곳은 최근의 정시 축소 기조에 맞물려 점점 황폐화되었고, 지금은 거의 지옥을 방불케할 정도의 공간이 되어버렸다.





"아, 아.. 수험생 여러분, 지금부터 2019학년도 대입 정시원서 접수를 시작하겠습니다."





낡은 스피커에서 노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수험생들은 웅성거린다. 무현은 옆에 서있던 고교 친구 A양에게 말한다.





"드디어 시작이네."





수능이 끝나 한껏 꾸민 티가 나는 A양은, 최근 고민이 많았는지 다소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녀는 힘이 다 빠진 목소리로 대답한다.





"수능만 잘 보면 되는줄 알았는데 이제부터 시작이라니.."





무현은 그녀를 토닥인다.





"그래도 잘 될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 저기 봐!! 포탈 열렸어!"





원서 접수의 땅 곳곳에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그 불기둥 위에는 온갖 이름이 적혀 있다.





'서울대 수리', '연세대 경제', '고려대 철학',

'성균관대 의예', '단국대 치의예', '원광대 한의예'...





불기둥 안에서는 사람이 한 명씩 튀어나온다.





저승사자의 복장을 했지만, 명찰에는 '입학처장'이라고 적혀 있다.





다시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노인의 목소리.





"지금부터 정확히 3시간 동안, 대입 원서 접수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중앙에 있는 시계를 확인해 주십시오."





이윽고 원서 접수의 땅 중앙에 솟아오르는 거대한 시계탑.





모든 수험생과 입학처장들은 그 시계를 숨죽여 쳐다본다.





정적만이 가득한 순간,





무현은 한 손에 든 수험표를 꼭 쥐고, A양을 쳐다본다.





그녀는 입을 꼭 다물고 시계를 바라보고 있다.






'띠요오오옹~~'



큰 종소리와 함께, 시계탑의 거대한 초침은 끼익 끼익 괴기한 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원서 접수를 시작합니다!!"





수험생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A양은 혼란스러운 틈에 무현을 한 번 바라본다.





"무현아!"





"왜?"





A양은 생긋 웃으며 말한다.





"우리 꼭 합격의 땅에서 만나자."





"당연히 그래야지. 뭘 그렇게 비장하게 말해?"





"그냥.. 옆동네 재수마을에 갈 수는 없잖아?"





무현은 문득 재수마을에 대해 생각해본다.





C.머인재와 Kang.남머성이라는 두 지방유지가 힘을 쓰는 땅이다.





재수마을의 명목상 지도자는 E.비에스이지만, 동네 주민들은 전통적인 패자 캉남머성과 신흥 강자 C머인재를 실질적 지도자로 인식하는 판이었다.





그러한 지도자에게 유착하여 온갖 혜택을 누리며 1년을 보내고 대학 합격의 땅에 도달하는 주민들은, 대다수가 '교육 특구'라는 특별한 혈통의 소유자였다.





교육 특구 출신이 아닌 무현은, 결코 재수마을에 갈 수는 없다 생각하였다.





"그래, 재수는 안 돼. 꼭 합격해서 다시 보자!"





무현은 힘차게 A양과 인사하고 길을 나선다.







:::







무현은 그의 수능성적표를 확인한다.





2 3 3 1 4 2.





역대급으로 어렵던 국어에서 그나마 2등급을 받았다는 점이 다행이었고





또 한국사에서 1등급을 받은 것이 기쁜 일이었다.





하지만 수학 가형이 3등급인 무현은, 원서 작성에 난항을 겪는다.





"에이 씨발.. 29번에서 병신같은 계산 실수를 해버려서!! 그것만 맞추면 2등급인데..!"





그는 탄식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의 수능 수학은 한 문제가 곧 한 등급을 바꾸기 때문이다. 그것이 실수 때문이든 실력 때문이든 상관 없다.





실수로 틀렸다면 결국 틀린 것이고, 찍어서 맞으면 결국 맞은 것이다. 좋은게 좋은 거다.





이러한 입시가 정말 공정한가? 무현은 문득 생각해보지만 이내 머리를 비운다.





'괜히 이상한 생각 하지 말고, 지금 내 성적으로 갈만한 대학을 찾아보자!'





하지만 그는 막막함을 느낀다. 이 성적은 어느 대학 라인에 적합할 것이며, 또 반영비가 유리한 대학은 어디인가?





그때 근두운을 타고 나타난 한 청년.





그는 특이한 말투로 무현에게 말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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