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올라갈 때 엄마가 나한테 그랬다
아들 필요한거 있으면 말만 하라고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으니 말만 하라고

나는 내가 잠이 많은 것을 알기에 부탁했다
다른 건 다 상관이 없으나
잠을 내가 제때 잘 못 일어나니
내가 바라는 때에 깨는 것만 좀 도와달라

그러나 이후로 약 6개월간 단 한 번도
내가 바랐던 시간에 깨워준 적이 없었다
나는 이해했다 이건 부모의 의무가 아니니까
그냥 나를 도와주겠단 선의이니 그냥 넘어갔다

대신 나도 나 스스로 방법을 찾았다
잠을 계속 잘 수만은 없으니
엄마가 깨우지 않더라도 내가 스스로 깨는 법
독서실에서 앉아 자는 거였다

앉아서 자면 세시간 이상 못잤다
자세가 불편해서 자동으로 깨게 되더라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에서는 잠을 안잤다
그러니 부모님이 걱정하셨다

잠을 좀 자면서 해야 하지 않느냐고
나는 대답했다 독서실에서 잔다고
깨우는 걸 부탁했지만 들어준 적이 없었고
나도 강요하기 싫어서 찾아낸 방법이라고

이후에 나에게 다시 부탁했다
앞으론 정시에 깨워줄테니 잠은 집에서 자라
앉아서 자면 허리 아프지 않냐
더 필요한거 있으면 언제든지 말만 해라

이때부터 약간의 화가 났던 것 같다
기만 당하는 느낌이었다
작년 12월부터 6월까지 나는 항상
필요한 것 있냐는 말에 같은 답을 해왔다

제발
제발 부탁이니 다 필요 없고 잠만 좀 깨워줘
부탁이야 엄마 제발 나 진짜 부탁이야
나 수능 망해도 엄마 탓 하기 싫어 그러니 도와줘

라고 했던 내 부탁을 들어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면서
6개월이 지났던 때에도 나에게 하는 말이
필요한게 있다면 언제든 말만 해달라.

6월 이후로는 날 깨우려고 시도는 하셨다고 한다
다만 어디까지나 시도만 하셨다
여전히 날 깨우는 일을 주저하셨다
너무 화가 나 이유를 물었다

도대체 깨우지 않는 이유가 뭔지
엄마는 잘 자는 모습 때문에
잠에서 깨우기가 미안했다고 하셨다
깨우다가도 마음이 약해져 도로 포기하셨다고 했다

7월달, 결국 참지 못하고 화를 냈다
나는 안주하는 삶을 살지 않을거다
난 항상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해서
할 수 있는 만큼 다 해보고 살거다

다만 정말, 정말 미안하게도 내 잠은
내 스스로 컨트롤이 안되니 부탁했던거다
엄마에게 짐이 되기 싫었지만 언제든 무엇이든
필요한게 있다면 말만 하라기에 부탁했던 거다

또 미안하다며 앞으로는 제 때 깨워주겠다 하셨다
그러나 예상했다시피
8월 중순이 되가는 지금껏 단 한 번도
날 깨워주신 적이 없었다

최근에 내가 일어나서 왜 안깨웠냐고 물어보면
엄마는 최선을 다해 깨웠는데 내가 안일어났다
내가 너무 저항을 심하게 했다
깨웠는데 너가 다시 잠든거다 하셨다

그리고 어제 자는 척을 했다
밤을 새고 아침이 되자
엄마가 방에 들러 선풍기만 끄고 가셨다
오늘도 나는 왜 안깨웠냐고 물었다

엄마는 역정을 내셨다
네가 안 일어난 것을 왜 나에게 그러느냐
난 분명히 널 정시에 깨웠다
네가 일어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 고로 오늘부터 더이상 우리 집에
내 편이 남지 않게 되었다
겉으로만 나에게 모든 것을 해주겠다는
사람에게 기만당하는 일에 지쳤다

아빠에게 부탁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에는
출장중이시며, 내년에 오신다 답하겠다
엄마에게 더이상 기댈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니
가슴 속이 공허해서 적어봤다

빨리 아빠가  출장을 마치고 돌아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