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를 시작할 당시 내가 과탐을 선택할 때 했던 생각은 이러했다.


가능한 한 고인물이 적은 과목으로 가자.


좆도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상식적으로 어떤 병신이 물2에 고인물이 적다고 생각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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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성적을 보면 나는 그런 병신이었던 게 맞는 것 같다.


나는 하면 된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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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2009 개정교육과정과 2015 개정교육과정 사이의 갭이 가장 큰 과목 두 개를 선택하고 싶었고,


그 결과 간택된 과목이 지구과학I와 물리학II였던 것이다.


내용이 많이 바뀌었으니 고인물도 없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나무위키에 올라와 있던 자료도 얼마 정도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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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이 상당히 쉬워진다고 하니 물리학은 하고 싶었다.


생명은 싫었고, 화학도 싫었다.


그러니 지구과학이 남은 것이다.


나는 물지러가 되었다.


그런데 서울대에 지원하려면 탐구 과목 둘 중 하나는 II여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물리학II를 하기로 했다.


당시 나는 I과목과 II과목의 차이점을 잘 몰랐다.


그러나 하나만은 알고 있었다.


멋있다.


물리학II.


이름에서부터 간지의 아우라가 퍼져나오지 않는가.


비슷한 이유로 고3 때 내신으로 물리II를 선택했었지만 8등급 정도가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생기부를 펼쳐 본 적이 없어서 정확히는 모른다.


그렇게 나는 물2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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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베였다.


내 2020학년도 수능 물리I 성적이 증명해 준다.


7등급.


공부를 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공부를 하고도 7등급을 받기란 힘들다.


일반고에서는 OMR에 기둥을 어디에 세웠는지에 따라 7, 8, 9등급이 결정된다.


수능도 별 다를 것 없다.


아무도 5등급부터의 컷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애초에 의미도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논술에서의 내신 반영은 대부분의 논술러들에게는 상관없는 이야기다.


4등급까지는 감점폭이 새발의 피 수준으로 적기 때문이다.


4등급까지는.


대학들도 이미 인정한 사실인 것이다.


5등급부터는 공부를 하지 않았거나, 단단히 잘못 한 사람이 받는 등급이다.


5등급을 받고 갈 수 있는 대학은 9등급을 받고도 갈 수 있는 것이다.


5등급부터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받는 등급이다.


나는 물리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다.


나는 속도와 속력의 차이점을 설명하지 못하고,


힘의 평형과 작용-반작용의 차이점을 설명하지 못하고,


원심력과 구심력의 관계를 작용-반작용이라고 알고 있던 사람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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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울대에 가고 싶었다.


어쩌면 라이트노벨 제목으로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84375지만 서울대가 가고 싶어?!?!


공부를 해 보지 않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객기이자 만용이자 치기였다.


저 점수로 서울대는 커녕, 남서울대는 되나? 잘 모르겠다.


나는 중고등학교 6년 동안 성적을 올리기 위해 어떤 행동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다행히 나도, 부모님도 그 사실만은 알고 있었다.


코로나가 들끓기 시작하던 때였다. 나는 기숙학원에 들어갔다.


84375로 시험 없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다. 좀 감이 오리라 생각한다.


유일한 장점은 내가 사는 곳과 같은 지역에 위치한 곳이라 다달이 20만원을 할인받는다는 것이었다.


국어를 배우고, 수학을 배우고, 영어를 배우고, 한국사를 배우고, 지구과학을 배우고, 물리학을 배웠다.


수업을 들을 때마다 의문이 들었다.


과연 이런 수업을 듣고도 서울대에 갈 수 있는가?


국어 시간에는 한 시간에 30분 꼴로 잡담이 이어졌다.


수학 선생은 초월함수의 그래프를 유형화해 외우게 시키고 있었다.


프린트에 염주순열과 교란순열을 넣어 놓고서 수능에 나온다는 듯이 가르치는 것을 보고 기대를 접었다.


영어 선생은 우리의 뇌가 수능특강의 모든 지문을 한 번 보고 다 외울 수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는 듯 했다.


물리학 시간이 가장 심했다.


수능특강 돌림힘 3점 예제를 한 시간 동안 풀지 못하는 선생을 보고 생각했다. 이건 글렀구나.


나는 인강에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


입사한 지 2주일, 인강 신청을 받기 시작하고 슬슬 생활에도 적응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신천지 집단 감염이 터졌다고 신문에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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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