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올해도 그가 그토록 진지한 얼굴로 20개의 문제를 풀 것인지. 대체로 그렇지 못하고 결시할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물2 선택자가 작년과 같은 모습으로 내 옆에 나타난다면 입시판을 떠나고 재미삼아 수능을 치던 무료한 가운데서도 어떤 안정성을 획득하고 있던 나의 생활은 송두리째 무너질지도 모른다. 그가 옆자리에서 물2를 열심히 풀고 있는 한 나는 계속 도전을 받는 셈이기에. 때문에 선택의 이유를 좀 더 명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물2 선택자가 얻고자 하는 게 도대체 무엇인지, 그런저런 것을 알아보노라면 물2 선택자의 그와 같은 숙연한 태도와 받지 못한 점수 사이의 상관관계도 알게 될 것이다. 아무튼 이제 나는 그와 한마디 얘기라도 나눠보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은 심정이다.  드디어 버스에서 내려 가방을 들고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물2 선택자의 모습이 눈에 잡힌다. 그 오른손엔 도시락 가방이 들려있다. 작년과 거의 같은 자리에서 교실 안으로 들어와 짐을 내린다. 수험표 · 필기구 · 시계 따위들이 착착 있을 곳에 놓여진다. 그런데 얼마 후에 나를 놀라게 하는 일이 벌어진다. 준비를 끝낸 물2 선택자는 이내 가방 안에서 오답노트를 꺼내 열심히 들여다보는 게 아닌가. 가방 안의 회1 오답노트도 일년 사이 아주 눈에 띄게 해진 모습이고, 물2 선택자도 피곤하고 지친 모습이긴 하나 끈질긴 어떤 힘이 그의 전신에서 면면히 솟아나오고 있는 듯하다. 나는 완전히 안정을 잃고 교실을 들락날락했다. 믿어지지 않는다. 거짓말이다. 왜 표점 백분위 좆망과목 물2가 저 사람에게 저토록 소중하게 여겨진단 말인가. 아니, 저 육수생은 무슨 실없는 망상을 하고 있는 걸까. 나는 교실에서 뛰쳐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