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17년... 겨울..

당시 고1이었던 나는 31112짜리 병신 11모 성적표를 들고서

조용히 정독실 불을 켰다.

탁ㅡ


천천히 깜빡거리며 아른거리는 형광등.


건너편 2학년실에서는 시험도 끝났겠다

프로젝터로 '너의 이름은'을 보고있는 모양이다


나도 나름대로 즐겨야지, 하는 마음으로

아침에 서점에서 홧김에 사온 책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물리2 완자'


중3때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나에겐 막연한 목표가있었다.

핼리혜성의 위치를 정확하게 계산해보겠다는

그냥, 그저그런 어린아이의 순수한 꿈이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다른건 모르겠고 물리1을 정복해서 목표를 이루겠단 집념으로 살았다


물리1 정복이 끝나갈 때 즈음

전전긍긍하던 핼리혜성의 궤도에 관해서는 나에겐 진전이없었다.

아, 내가 멍청한건가

난 사실 능력이 안되는게 아닐까?


알아들을 수 없어 먼지만 쌓여가던 천천서,

그 주위에서 나는 자기를 비하하는 나날을 보내며 살아가다

물리2라는 과목을 알게되었다

이 과목을 접한 경위는 기억나진않지만

아무튼, 목표를 향한 징검다리가 생겼고

나는 이제 걸어가기만하면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렇게 2018년 여름이되었다.

도서관에서 어느정도 짬이 쌓이고 물리2를 끝낸 나는

어느날 학교에서 핼리혜성의 위치를 99%의 정확도로 계산해냈다


근데 막상 계산기에 적힌 숫자를 보니 별 생각이 들지않았다

내가 한 건 그냥 공식에다 상수를 때려박는,

솔직하게 말해서 숫자놀음이랑 다를 것이 없었다

참으로 허무했다

내가 상상하던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탐구가아니고 그냥 문제푸는것과 다를게 뭐지


그래서 나는 새로운 목표를 열심히 찾아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