좆같은 신파 같은 거로 최루탄 맞은 것처럼 눈물 벅벅 뽑아내는 거 말고 칠정이 극에 달해 나오는 눈물

나는 몇 번 있다 

엉엉 운 적은 없고 눈물 조금 나오는 수준이지만ㅋㅋ


가장 최근에 경험한 건 고2 때 

나의 음악적 지주였던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14번을 처음으로 제대로 들었을 때였음


이 곡을 처음 접한 건 중학교 때임

현악사중주는 바이올린 두 대, 비올라와 첼로가 각각 한 대로 구성된 대표적인 실내악 양식인데 겨우 4대의 악기로 많은 음악적 효과를 얻을 수 있었기에 작곡가들에게 인기가 많은 장르였음

(대충 현악사중주 짤)


표현력에 있어 독주악기 goat가 피아노라면 실내악은 가성비 goat인 현악사중주가 있는 그런 느낌임

다만 피아노의 화려함과 접근성, 오케스트라의 웅장함에 밀려 일반인 사이의 인기, 인지도는 매우 낮은 편


베토벤은 개별 작품 번호 기준 17곡의 현악사중주를 썼는데

베토벤 음악에서, 또는 그를 넘어 음악사에서 가장 심오한 작품 세계 중 하나라고들 하는 ‘현악사중주 12번, 13번, 대푸가, 14번, 15번, 16번’으로 구성된 후기 현악사중주가 있음

베토벤은 인생 말년에 귀가 완전히 멀어버렸고 그 외적으로도 여러모로 힘들었었는데

외부의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된 베토벤은 내면의 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였고 그로 인해서인지 그의 음악은 더욱 심오해지고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되었음 

결과적으로 누구의 소리도 듣지 않은 덕분에 누구도 만들어내지 못한 소리에 도달한 것이지

대위법 성향이 강해지고(국어 기출이나 ebs 봤으면 이런 용어들 대충 본 적은 있을 듯) 규모가 커진 역사적인 대작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중 거의 유일하게 대중의 인지도가 있는 곡이 교향곡 9번(합창 교향곡)임

이 곡을 작곡한 이후 베토벤은 거의 현악사중주 작곡에만 몰두했음


일반적으로 교향곡, 소나타 등등 다악장 형식의 음악은 보통 3~4악장이 기본임 현악사중주도 물론 마찬가지고

후기 현악사중주는 12번, 15번, 13번(+대푸가), 14번, 16번 순으로 작곡됐는데(출판 순서 때문에 번호가 다르게 붙음)

악장 수를 보면 각각 4악장, 5악장, 6악장, 7악장 이렇게 계속 늘어나다가 마지막 16번에서 전통적인 4악장 형태로 돌아옴

참고로 16번은 베토벤의 현악사중주뿐 아니라 그의 음악 인생에서 (기존 작품 수정 등을 제외하고 단일 작품 기준) 가장 마지막으로 작곡된 곡임


암튼 내가 중2일 때 체험학습 갔다 와서 집에 가는 길에 레퍼토리를 확장하고 싶은 마음에 이 곡들에 손을 댔음

대푸가를 제외하면 모두 존재만 알고 있던 초면이었는데

이때에는 이 곡들에 대한 정보도 거의 몰랐던 시절이라

6악장, 7악장이나 되는 구성, 길이가 1분도 안 되는 몇몇 악장 등 듣기 전부터 혼란스러웠고 잠깐 들어봤는데도 그냥 그렇더라(마침 구린 녹음을 들어서 더 와닿지 않았나 봄. 최근에 한번 찾아 들어봤는데 정말 별로였음.)

바로 끄고 평소에 듣던 것들이나 들었음


그러다가 3년 뒤, 고2 야자 중 폰 만지다가 우연히 유튜브에서 14번을 다시 발견했는데 왠지 갑자기 막 듣고 싶더라 그래서 바로 들어봤었음


와 씨발

어떻게 이런 음악이 존재할 수가 있지?


존나 충격적이었음

그날 난 공부 1도 못 했음

아니 음악 공부만 했지

그 3년간 나름 음악 공부 더 하고(특히 대위법을 이 사이에 좀 배움), 음악을 더 들으면서 음악적으로 성장했는지 너무나도 다르게 들려왔음

느린 푸가로 시작해서 거친 소나타로 끝맺는, 약 40분 동안 악장 간에 단 한차례도 쉬지 않고 연주하는 그 소리가 달팽이관에 그대로 꽂혔고 집 갈 때까지 무한 리플레이했음


이날 나는 ‘이제야 내가 음악 좀 들어본 사람이 되었구나’ 하는 기쁨을 느끼며

‘왜 내가 3년 동안 이걸 유기하고 있었을까’ 하는 분노를 느끼며

음악을 통해 나머지 5가지 감정을 느끼며

눈물을 흘렸음..


다음날부터 다른 곡도 하나씩 들어가며, 악보 펼쳐서 별 짓을 다 해보고

머리로 들어야 하는 곡들이 제대로 머리와 가슴을 울리게 되면서

저 6곡은 나의 음악적 요람이 되었다


이제 와선 기억 지우고 저 때의 그 느낌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드네


물리학과 가고 싶다는 놈이 물리 공부 하면서 이런 적이 없다는 게 웃음벨이긴 한데

어릴 때에 상대성이론 보고 소름 돋으면서 ‘존나 멋있다 씨발..’ 한 적은 있긴 함.. 어려서 그랬나 눈물 흘릴 정도는 아니었지만ㅋㅋ 뭐 대학 제대로 다니다가 느낄지도 모르겠다


암튼 다른 장르의 음악이거나 또는 미술이나 영화, 소설 같은 분야에서 이런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있을 거임

없는 사람들도 언젠가 겪을지도 모르는데

이런 경험이 참 가슴 속 깊이 박혀 인생의 msg가 되는 것 같다


어쩌다 옛날 생각 나길래 써 봄..

그런 김에 님들도 들어보시는 거 어떠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