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씌어진 시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십점은 나의 표점,


물2러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교재비 봉투를 받아


노트를 끼고

현정훈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고2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1과목으로 빤스런하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2등급은 블랭크라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쓰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십점은 나의 표점,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상쇄간섭을 조금 내몰고,

시대에 올 현정훈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재수의 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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