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돌아가시고 엄마 동생이랑 살다가 난 벌써 성인이 됬고 성인이 되서 그런가 눈과 귀가 밝아졌는지 집안 상황도 귀에 잘 들어오기 시작했다

코로나 이후로 가세가 흔들리고 대출도 많이 받으셨는데 작년에 할머니 돌아가신 이후로 할아버지는 암 말기 판정 받으시고 이모는 뇌출혈로 쓰러지셨다

돈 돈 돈 하는게 좆같아서 의대에 가려고 엔수를 박은 나는 이런 집안 꼬라지에 나 잘살겠다고 이래도 되는건지 죄책감이 들어 미치겠다




사실 올해 초에 대학에 가긴 했어 의대가 아니라 공대였지만

4수까지 할동안 주위 남자애들은 전역해서 복학준비, 여자애들은 졸업 준비하거나 휴학하고 여행다니고 있더라

그 애들이 너무 부러워서 나도 대학에 잠깐 발을 담가보고 싶었어 그래서 나도 일단 써봤어

올봄, 입학해서 학교를 다녀보니 즐거움보다는 지금 공부하고 있을 재수생들한테 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난 3월부터 학고반수를 택했어

공부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않아 이모가 응급실에 실려갔단 전화를 받았어

수술은 잘 끝났지만 뇌가 다쳐서 재활을 해야해

수술 직후 할아버지는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으셨어

몇번의 수술 끝에 병원은 나가실수 있었지만 곧바로 요양병원에 입원하셨고 항암 받을 때마다 대학 병원에 가셔야 했지

이모부는 경제 활동을 원래 안하던 사람이라 이모가 쓰러지신 이후에도 똑바로 일을 못하고 보험금으로 생활하고 있어 역시 사람은 고쳐쓰는게 아니구나

결국 할아버지의 모든 케어는 우리 엄마가 하게 됐어

진짜 어른들과 달리 할수 있는게 없는 나는 집안일이나 돕고 고3이 된 동생에게 pdf나 찾아주는거 말고는 할수 없었어





밤 12시 무렵 방에서 공부하다 거실에서 들리는 엄마의 한숨소리에 심장이 조여와

정말 이게 죄수생이라고 느꼈어

보험들기 싫다고 고집 부리신 할아버지는 결국 보험이 간절한 상황에 놓였어

병원비, 대출금, 교육비, 생활금 너무나도 큰 돈이라는걸 깨달았어

언젠가부턴 독서실 비용조차 죄송스러웠어

친척 중 누구 하나라도 우리 엄마와 도와서 이겨낼수 있다면 내 마음도 놓일텐데

집에 혼자 있는 그 몇시간이 너무나도 좋았어

엄마의 한숨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고 엄마와 병원의 통화내용을 듣지 않아도 되고 아무 생각없는 할아버지가 엄마한테 전화로 화풀이하는 내용을 듣지 않아도 되고 공부에 집중할수 있었으니까

결국 이번 수능도 망했어 국어가 3이 떴어 이번엔 지방메디컬도 못가겠지

내 동생도 최저를 맞추지 못했어 아마 재수를 택하겠지





곧 난 24살인데 군대를 해결하지 못했어

너무 힘들어서 군대로 도망치고 싶었어

그런데 내가 군대에 가고 나면 우리 엄마는 진짜 혼자가 되는걸

뭐라도 조금이라도 돕던 내가 없어지면 우리 엄마는 괜찮을까

사실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지도 몰라 그런데 내가 너무 무서워

내가 잠시 떠난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지면 어떡할까 무서워서 미치겠어

상근이라도 받으면 한시름 놓일텐데 그것도 안된데

남자로 태어나서 단 하나도 혜택을 받은 적이 없는데 왜 군대에 가라는건데

몇년뒤 적어도 모든게 해결될 모습이 보일때 가면 되겠지만 그럼 내 20대는 어디로 가버리는걸까

울고 싶은데 울수가 없어 내 주위에 나보다 힘든 사람이 안 울고 있거든

도망치고 싶은데 도망칠수 없어 도망쳐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

위로받고 싶은데 위로받을수 없어 나보다 힘든 엄마도 위로받을 사람이 없으니까

이 모든걸 털어둘 친구가 없어 쓸데없는 자존심 때문인지 이런 상황을 말하고 싶진 않았으니까

아무나 나한테 방향을 가르쳐줬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