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전공의 동료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세브란스 전공의 협의회장 가정의학과 2년차 김은식입니다. 모두들 바쁘고 힘든 시기에 암울한 소식을 전하게 되어 마음이 너무나 무겁습니다.  

금일 윤석열 대통령은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여덟 번째,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개최하였고, 토론회가 끝나자마자 보건복지부(이하 보복부)에서는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살리기 정책을 발표하였습니다.  
보복부에서는 필수의료기피의 원인을 19년째 동결되어 있는 의대 정원으로 인한 의사 수 부족, 높은 의료사고 부담, 실손보험의 폭 넓은 비급여 보장으로 인한 비급여 시장 팽창의 가속화로 보았으며, 지역의료 약화의 원인으로 지역거점병원 약화 속 협력 전달체계의 부재로 병/의원 무한경쟁 구조 지속으로 꼽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35년 기준 1만 5천명의 의사 수 부족을 고려하여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확대하고 충분한 피해자 소통과 배상을 전제로 한 의료사고 특례법 체계 도입, 급여/비급여 혼합 진료 시 급여 항목 청구 금지(혼합진료 금지), 실손보험 개선, 지역거점 병원 역할의 강화를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언뜻 보면 좋은 말 같으나, 문구를 하나하나 자세히 뜯어보면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는 충격적인 내용들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첫째, 의사 수가 부족하여 필수의료기피 문제가 생겼다고 주장하나, 현재보다 의사 수가 더 적었던 과거에는 지금처럼 필수의료기피 문제가 없었던 것을 정부는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OECD 회원국 평균 대비 압도적으로 낮은 학생 1인당 교원 비율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며,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의대 교육 및 수련 부실 문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결해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습니다.  
둘째, 높은 의료사고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의료사고 특례법을 도입하겠다고 하나, 이는 모든 의사들이 의료사고 책임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여 보험료를 부담하고 의료사고 피해자가 희망하는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진다는 전제에 형사처벌을 경감하겠다고 합니다. 게다가 사망사고는 특례 적용 범위에서 제외되는 것도 검토 중일 뿐만 아니라 피부과/성형외과 등의 일부 과도 적용 범위에서 제외하는 것을 추진하겠다고 합니다.  
셋째, 급여/비급여 혼합 진료의 경우에도 우리나라가 해외에 비하여 워낙 낮은 급여 수가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금전적 손해를 비급여 진료로 메꾸는 상황에서 기인하는데 정부는 급여 수가를 인상하지 않고 비급여 진료가 문제이기 때문에 비급여 진료를 할 경우, 급여로 인정되는 항목들도 비급여로만 청구할 수 있도록 제한하여 비급여 진료를 억제하겠다고 합니다.  
넷째, 실손보험은 급여로 적용되지 않는 다양한 진료 항목들을 일반 국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목적으로 출발하였는데, 이로 인하여 비급여 시장이 팽창된 것이 문제라고 하면서 국민들의 본인 부담률 강화, 실손보험 적용 항목 축소, 실손보험 청구 시 보험가입자가 아닌 공급자(의사)가 보험사에 청구하도록 하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통하여 보험사들의 배만 불리겠다고 합니다.  
다섯째, 지역거점병원의 역할을 강화한다고 하면서 1차 의원, 종합병원과 2차, 3차 대학병원 간 수가 차등 조정을 추진하고, 희소/중증 진료를 할 의료인력이 부족한 지역에는 상급종합병원 등에서 전문의를 주기적으로 파견하도록 하는 공유형 진료체계를 추진하여 우리 전공의들 대다수가 졸국 후 진출하게 될 일차의료시장을 죽이고 대학병원만 살리고, 우리 의사들을 전국 단위로 뺑뺑이 돌리겠다고 합니다.  
충격적인 내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정부에서는 면허관리 선진화를 명분으로 5년마다 주기적으로 개원 유지 여부를 대학병원 교수 등으로부터 평가받도록 하는 개원면허 도입, 기존 행위별수가제에서 총액계약제 및 인두제로의 변화를 암시하는 대안적 지불제도의 도입, 주기적 재평가를 통하여 문제 항목은 비급여 목록에서 제외시켜 진료 자체가 불가능해지도록 규제하는 비급여 퇴출기전의 도입 등 우리 의사들의 자유로운 진료 권한을 박탈하고 족쇄를 채우기 위한 목적의 정책들을 우리의 의견을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려 하고 있습니다.  
외래 및 입원환자 진료, 수술, 검사 등으로 인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일해왔건만 정부에서는 의료현장에 있는 우리들의 말을 외면하고 우리 전공의들이 인력 부족으로 힘들어한다면서 10년 20년 후에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는 의대 정원 증원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대학병원에 인력이 부족한 것은 쓸데없이 외부로 인력이 유출되기 때문이라면서 일차의료시장을 박살내고 의사들이 대학병원에만 묶여 있도록 통제하려고 합니다.  
우리 젊은 의사들은 4년 전 단체행동 때에도, 20여 년 전 의약분업사태 때에도 목도하지 못한 전례 없는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이에 제가 세브란스 전공의 협의회 동료 여러분들께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다음 두 가지입니다.  
첫째, 바쁘고 번거로운 와중에도 틈틈이 현재 우리가 처한 위기 상황에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2014년 박근혜 정부의 원격진료 및 의료영리화 추진을 막아내고, 2020년 문재인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및 공공의대 추진을 막아낼 수 있었던 데에는 우리 전공의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주된 요인이었습니다. 특히 우리 세브란스병원은 소위 빅5라 불리는 주요 병원들 중 가장 먼저 전공의 단체행동에 나섰고, 전공의 단체행동을 주도하였습니다. 선배들이 그래왔듯이 우리 또한 현 위기에 귀를 기울이고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예의주시해야 눈 뜨고 코 베이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둘째, 그 어느 때보다도 행동과 발언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현재 정부에서는 각 언론 기관들을 동원하여 우리 의사에 악의적인 기사를 쏟아내어 의사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부정적으로 만들고, 현 시국을 국민을 위해 개혁하는 착한 정부 vs 사익에 집착해 개혁을 거부하는 나쁜 의사의 구도로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방의 도덕적 결점을 트집잡아 흠집내는 방법은 매우 고전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원내, 원외를 가리지 않고 정부에 트집 잡힐 만한 경솔한 행동과 발언은 자제해 주십시오.  
이와는 별개로 어떠한 일이라도 법률적인 자문 및 보호가 필요하거나 악의적 언론으로부터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주저하지 말고 전공의협의회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전공의협의회는 사안의 시시비비를 가리기 보다 우선 우리 전공의 회원의 보호에 앞장서겠습니다.  
현 시국의 변화는 각 과별 의국장 선생님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정말로 많이 어려운 때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쟁하지 않으면 아무도 우리의 권리를 보호해주지 않을 것입니다. 백척간두의 위기 속에서 우리의 권리를 지켜내 의사로서 뜻한 바 대로 의업을 펼치느냐, 평생 족쇄 걸린 노예처럼 사느냐는 우리 손에 달려있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전공의 동료 선생님들의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리면서 글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