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박사는 사람이 아니었다.
적어도 그가 믿어왔던 자신은 그랬다.

세포 분열처럼 정확하게 나뉜 시간들, 전자현미경보다 더 치밀한 계획, 그리고 감정 따위는 여백 없는 논문지의 공백과 같았다.
그런 그의 삶에 오미크론이 들어왔다.

처음엔 그저 조교였다.
한 마디로 말해 까다롭고, 통제가 불가능한 인간이었다.
회의 시간에 노박사의 논리에 감히 반박하고, 실험 실패에는 웃어넘겼다.

그러다 어느 비 오는 밤, 연구실에 둘만 남았다.

서랍 정리를 하던 노박사의 손이 멈췄다.
등 뒤에서 다가오는 발소리.
그녀였다.

“박사님,”
낮게 떨어지는 목소리.
“그렇게 감정을 억제하면, 언젠가는 터지지 않겠어요?”

그 순간 무언가가 끊어졌다.

그는 돌아섰고,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붙잡았다.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좋아요. 한번 터져보죠.”

키스는 폭력이었다.
종이들이 흩날렸다.
비가 유리창을 두드렸다.

그녀를 책상 위로 밀어 올렸다.
셔츠의 단추가 튀어났다.
심장이 비정상적인 리듬을 두드렸다.

“너는…” 숨 가쁜 목소리.
“…나를 망치고 있다.”

“더 망쳐봐요.”
오미크론은 웃으며 그를 당겼다.

옷이 흩어졌고, 입술이, 손끝이, 온몸이 서로를 탐닉했다.
서로의 신음과 숨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서랍의 유리잔이 바닥에 부서졌다.
그러나 멈추지 않았다.

새벽녘, 두 사람은 흐트러진 채 서로를 안고 앉아 있었다.
노박사의 목에는 붉은 자국이 남았다.
오미크론의 허벅지에는 푸른 멍이 들었다.

“논문보다 재미있네요.”
그녀가 속삭였다.

노박사는 처음으로 웃었다.
“논문 따위는 이제 의미 없어.”

그는 그녀의 목덜미에 입을 눌렀다.
그리고 다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