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수기...라기보다는 그냥 인생썰같은게 돼버렸는데, 뭐 그냥 이 사람은 이렇게 살아왔구나... 하고 봐주면 고맙겠어요.
서울대를 오고싶다고 생각한 건 19살 정도였다고 기억한다. 뭐, 지금도 그렇지만 그 전까지의 나는 높다란 목표만을 가지고 그에 상응하는 노력은 할 줄 모르는 자신을 특별하다고 착각하는 사람이었다.
꿈이 있었다. 초등학교때, 아마 5학년이었을것이다. 정확히 어떤 계기였는지는 기억할 수 없지만 그냥 만화가 좋았다. 만화가가 되고싶었다. 자연스레 그림을 많이 접하게 되었고, 일러스트레이터같은 예술계 직종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어린 마음에 가볍게 접근한 건 결코 아니었다. 적어도 마음만은 그랬다. 다니던 미술학원에서도 노력했고, 학교에서도 잘 그리는 편이었다. 그렇다고 정말 노력한건 아니었다. 솔직히 재능이 없는건 아니었고, 음...눈이 좋은편이라 생각한다 보고 따라하는건 잘했으니까. 적당히 해도 남들보다 뛰어났으니 그정도만 해도 되는줄 알았다. 뜬금없지만 오히려 노력한건 수학이었다. 아빠가 시켜서. 아빠는, 뭐 엄마나 다른 가족들도 그랬지만, 내가 그림그리는걸 좋아하지 않았다. 예술을 수준낮은 것으로 치부하는 사람이었으니. 초4때 공부를 시작해서 1년안에 중학 과정을 끝내고, 5학년부터 6학년까지는 고등학교 과정을 전부 끝냈다. 그때는 가형 시절이었으니 미적이랑 확통 둘 다 했었다. 기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시키진 않더라. 그리고 중학생이 돼서 다시 고등학교 과정을 복습했다. 그림도 그리기도 하면서.
그치만 나는 범재였다. 그림에서도, 공부에서도. 평범한 초등학생이, 중학생이 미적분을 이해할 리가 없지. 전부 그냥 외우고 베끼고, 그렇게 4년정도를 속인게 전부였다. 결국 들켰고, 아빠는 내게 화를 냈지, 좀 많이. 실망감이었을까, 그때 내가 조금 이상한 생각을 했다. '아, 이 상태면 아빠가 내 공부를 포기하도록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림만 그릴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 그래서 말했지. 나 만화가가 되고싶다. 그랬더니 나가라더라. 그런 자식 필요없다고. 물론 진심이 아니었을 거라는 걸 안다. 어린놈이 이상한 바람이 들었다고 생각했겠지. 물론 난 진심이었다. 지금에서야 그를 이해하지만, 그땐 그러지 못했다. 그때부터 음, 3년은 그를 증오했던거 같다. 동시에 두려워하기도 했고
어쨌든 그 이후로 다시 처음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아무리 외워서 풀었다지만, 그래도 익숙해진 채로 다시 배우니 편하긴 하더라. 중2때 시발점으로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하고 중3 여름 정도부터 뉴런을 했던걸로 기억한다. 그렇게 수능 범위는 어느정도 익숙해진 채로 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되었다. 목표는 3등급만 받고 인서울만 하자 정도였다. 그정도는 되겠지 싶었거든. 근데 문제가 있었다, 나름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첫 학기에 전부 4등급에 역사는 7등급을 받게됐다. 모의고사는 31211 정도였긴 했지만, 무서웠다. 아무래도 내신이 저러니까. 2학기도 비슷했다. 모의고사는 나름 괜찮고 내신은 4등급으로 도배되어있고. 그래서 겨울방학에는 전례없는 노력을 한 번 해봤다. 정말 괴로웠다. 한계를 넘는게 이런거구나 싶었다. 방에서 혼자 울면서 공부하고, 졸리면 손이나 허벅지를 볼펜이나 샤프로 찔렀다. 학원 선생님들에게 최대한 의지하고 정말 열심히 했다. 음...솔직히 지금 생각해보면 객관적으로 정말 열심히 한건지는 모르겠다. 노력을 안하던 사람이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정도일 것이다. 하루 7시간 정도로 기억하니까. 뭐, 그렇게 공부하니까 성적은 나오기 시작했다. 2학기때 국영수는 전부 2등급을 받았다. 탐구는 처음 했던거라 잘 못쳤지만, 그래도 하면 되는구나? 라는 마인드는 확고해졌고, 목표를 높여도 되지 않을까 싶었지. 그래서 일단 건동홍을 목표로 했다. 그대로 꾸준히 적당한 노력을 하며 2학년이 마무리 되었다.
여기서 내 삶이 좀 바뀌는데, 이모 사촌동생 엄마 나 이렇게 넷이서 대학 투어를 한 번 가기로 했다. 나는 고3이 되는 시기였고 사촌동생은 고등학교에 들어오는 시기라 자극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뭐 결과적으로는 대성공이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 때 서울대를 보고 확신했으니까. '아 난 여기 다시 올거다' 하고. 그 이후로 맹목적으로 서울대를 노렸다. 아무래도 처참한 내신을 가지고 어떻게 할 순 없으니 정시로 틀었지. 수능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수학은 뭐 문제없었고, 탐구도 마침 고2때부터 재밌어보인다는 이유로 하던 지2를 고르고, 남은 하나는 화학과 생물을 못한다는 이유로 물1을 고르게 돼서 과목 선택에 큰 문제는 없었다. 문제는 국어였다. 내신학원에서 계속 배우던 대로 하고, 강민철 선생님 강의도 듣고 하는데, 2등급에서 더 안올라갔다. 3등급까지 갈 때도 있었고. 그래서 찾아보다가 이원준 선생님을 알게됐다. 비슷한 시기에 수학은 오르새 선생님을 알게 됐고. 두 분 다 본질적인 것에 집중하시는 분이셨다. 점수 올리기보다 그걸 넘어 삶에 도움이 되는 관점을 만들어 주시는 분들이었다. 맹목적으로 따르기로 했다. 강사와 학생 사이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고 생각해서.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뭐 그렇게 계속 공부를 하고 수능을 치러 갔다.
무섭더라. 전날부터 오한이 들어서 펜도 잘 잡지 못할 정도였다. 다행히 잠은 잘 잤지만, 아침에 일어났을때도 긴장이 사라지진 않았다. 떨면서 시험장에 들어갔고, 더욱 체감되기 시작했다. 오늘 내 삶이 결정된다. 꼭 그런건 아니지만 거기선 그렇게 느껴졌다. 국어시간, 듣던대로 글이 잘 안읽혔다. 억지로 읽었다. 겨우겨우 어떻게든 시간에 맞춰 풀어내다가, 13분 정도가 남은 시점에 마지막으로 남은 지문이 '골목 안'이었다. 2번을 읽었는데도 아무것도 모르겠더라. 일단 되는데로 풀고 마킹을 했다. 그리고 검토를 했다. 8개 정도가 밀려있었다. 남은 시간은 약 30초. 이런, 큰일인데. 하며 간신히 고쳤다. 펜을 떼는 순간 종이 울렸다. 생각보다 많이 지친 상태였다. 잘쳤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고. 그래서 그냥 마음을 놨다. 안되면 재수하자 하고 생각했지. 그러니까 마음이 편해지더라. 수학은 꽤나 수월하게 풀렸다. 21번까지 30분 정도 걸렸다. 이정도로 빠른건 처음이었다. 근데 22번에서 막혔다. 10분 정도 썼는데 안풀려서 일단 넘어갔다. 그리고 30번까지 29번 계산이 좀 당황스러웠지만 어렵지 않게 넘어갔다. 30번에 100을 곱하는 형태였는데 답이 200인게 좀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일단 풀었으니까 맞겠지 하고 넘어갔었다. 남은 시간은 30분. 전부 22번에 투자하기로 했다. 안풀리더라. 뭐 그래도 나머지는 풀었으니 96점이겠거니 하고 나름 만족했다. 영어는 애초에 기대가 없던 과목이어서 적당히 풀었다. 한국사도 마찬가지였고. 물1을 봤는데, 어려웠다. 번호는 기억이 잘 안나는데, 2페이지 마지막 문제랑 19번을 못 푼채로 2분 정도가 남았다. 찍고 넘어갔다. 지2는 뭐 쉬웠다. 그렇게 수능이 끝났다. 생각보다 무덤덤했다. 가채점 한건 수학 뿐이어서 매겨봤다. 85점이더라. 22 27 28 30을 틀렸다. 슬펐지만 그냥 받아들였다. 거의 재수하기로 마음먹고 성적표가 나오길 기다렸다.
결과는 21222였다. 서울대 가기엔 쉽지 않은 점수였지. 그래도 원서는 쓰고싶더라. 성대 인문과학계열 서울대 통계학과 홍대 자전 이렇게 세 개를 썼고 서울대 빼고는 다 붙었다. 솔직히 합격증 나오기 전에는 고민됐다. 2장은 붙을 줄 알고 쓴거였으니. 성대를 갈지, 재수를 할지. 정말 고민해봤는데, 내가 합격증을 받아서 기쁘면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뭐, 별로 기쁘지 않더라. 사실 그럴걸 예상하고 며칠 전부터 공부하고 있긴 했었다.
그렇게 재수를 시작했다. 과목은 나머진 그대로 가면서 물1만 물2로 바꿨다. 서울대 가산점 때문은 아니었다. 애초에 목표가 자전이어서 가산이 의미가 없었다. 그냥 재밌어보여서 바꾼거였다.
처음 두 달 정도는 집 근처 스카 다니면서 물2 위주로 공부했다. 브레인크래커 듣고 오르새학원 현장강의도 라이브로 수강하고 하면서 기초부터 다시 다졌다. 확실히 구멍이 메워지는 느낌이라 처음부터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식으로 개념 위주로 2~3달 정도 하고 집 근처 학원에 들어갔다. 현역때도 다니던 곳이라 쌤들이 반겨주더라. 여기가 좀 좋은게 수업 하나도 안듣고 강대 자료는 다 받을 수 있는 곳임. 뭐 어쨌든 거기서 나름 열심히 하며 살았다. 중간중간 학원 옮기면서 온 친구들이나 반수하러온 친구도 생겨서 외롭진 않았다. 아무래도 고등학교때 친구들이랑 같이 있으니 꽤 재밌더라.
내가 공부한 커리큘럼은 다음과 같은데
국어: 원준쌤 풀커리, 전형태쌤 언매 풀커리, 나bs, 유대종쌤 ebs, 간쓸개, 이감, 상상, 강k, 더프
수학: 오르새쌤 현강 풀커리(라이브), 킬캠(6평), 이감, 서바, 서바전국, 김현우쌤 6평이후, 드릴, 커넥션, 강k, 더프, 이해원모, 설맞이모 등등
영어: 조정식쌤 일부 커리, 이명학쌤 일부 커리, 강k
물2 : 배기범쌤 풀커리, 라피스, 강k 일부, 더프
지2 : 오지훈쌤 풀커리, 폴라리스, 강k 일부, 더프
뭐 좋았다고 생각함.
내가 오실모 썼던것들 보면 대충 내 실력은 감이 잡힐거임. 그냥 적당히 잘하는 정도였음. 그냥 서울대는 갈만한 그런정도. 후반부에 좀 실력이 올라서 진지하게 만점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는데...결국엔 뭐 못받았음. 그리고 내가 좀 특이한 점이라면 특이할만한 그런게 있는데, 69평 다 잘 못봤음. 22311, 21311 이었던걸로 기억함. 근데 뭐 불안하거나 하진 않더라. 그냥 배울 기회라고 생각한 면도 있었고, 목표를 이룬다 에 대한 이상하리만치 큰 확신이 있었음. 그덕에 수능칠때도 긴장 전혀 안하고 그냥 무난하게 서울대 붙을 점수는 나왔음. 얼마나 긴장을 안했냐면 책상에 팔대고 누워서 문제풀었음ㅋㅋ. 암튼 그렇게 수능치고, 언미물2지2 원점수 91 96 70 46 43 설대식(이과) 405.2 나와서 서울대 왔다.
암튼 그래서 지금은 대학 다니면서 음악이랑 미술하면서 살고 있다. 이젠 꿈을 좀 잡으러 가야지. 자취방도 구하고 키보드도 사고 기타도 배우고있고, 밴드에서 보컬도 하고 미술학원도 다니면서 나름 열심히 사는 중이다. 졸업 전에 앨범 내고 데뷔해보려고ㅇㅇ. 뭐, 쓰다보니 학습에 영양가 있는건 없는 글이 돼버렸네. 긴 글 읽어줘서 고맙고, 수험생 여러분들 힘내시고 다들 목표 이루시면 좋겠습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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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이루길 바래
힘낼게 - dc App
후배로 내년에 들어가겠습니다
몇번이고 밥사줄테니 와 - dc 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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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ㄴ열심히 살았구나 개추 박고 감
고맙다 - dc App
멋잇어요
여태 본 합격수기 중에 가장 생각이 많아지게 만드는 글이네
좀 진지하게 쓰긴 했음 - dc App
그나이쳐먹고 이런글보고 생각이 많아지면 그동안 시간얼마나 갈아먹었는지 보인다보여 평생 생각만하다 결국 남탓하겠지 ㅋㅋ
오츠카레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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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노력할테니 너도 힘내 - dc 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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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그래 고마워 - dc App
헐 멋지군. 시험 긴장이 아예 안됐다니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