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나를 말할때는 이런 단어를 사용한다.

방구석 찐따
히키코모리
은둔형 외톨이

맞다. 이런 단어들이 나를 나타내는 수식어이다.

나는 가난한 가정환경에서 태어나 어릴때부터 자존감과 자신감이 없었다.

늘 꼬질꼬질한 옷을 입고 구석에서 조용히 얌전히 있는 나에게는 사람이 다가오지 않았으며, 그렇게 초 중 고 모두 졸업했다.

중고딩때는 또래 아이들에게 괴롭힘도 당했다. 그렇지않아도 자존감이 없던 나는 괴롭힘을 당할 때 너무 비참한 나머지 자살을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열심히 살아야했다.
나를 정신차리게 해준건 고등학교 졸업 후 1년뒤에 갑자기 아프게 된 엄마였다.

엄마는 나를 키우는데 돈이 많이 들어서 온갖 고생을 하셨고, 그렇게 버는 돈은 모두 나에게 들어갔다.

그렇게 갑자기 위암 초기 판정을 받으신 어머님은 수중에 돈이 한 푼도 없으셨고

나는 당장 노가다를 뛰며 어머니의 병원비를 벌었다.

암은 초기에 진압하는게 중요하기에 한푼 한푼이 급했다. 나는 내 몸이 망가지는 한이 있더라도 .. 라는 독한 일념으로 3끼모두 컵라면만 먹으며 몇개월만에 엄마의 수술비를 완납하였다.

자연스럽게 병원에만 계신 엄마덕에 내가 살던 반지하집은 내 개인 자취방이 되었다.

나는 여느때처럼 노가다를 하고 같은 팀원 아저씨들이 사주는 밥과술을 얻어먹고 늦은시간 집으로 귀가하고있었다.

그런데 우리집 입구계단에 누가봐도 화려하게 꾸민 여자가 고개를 푹 숙인채 앉아있었다.

신경쓰지않고 지나가고 싶었지만, 우리집 반지하는 내려가는 계단이 1인용이라 너무 비좁았다..

뛰어넘어갈 수도 없고 나는 그녀의 어깨를 툭툭치며 말했다.


'저기요.. 괜찮으세요?'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슬쩍 들더니 나를 보고서는 씨익 웃었다.

한 평생 여자와의 접점이 없던 나는 여자의 웃음이 이렇게도 설레이는 일인지 깨달았다.

'그.. 여기가 저희 집이라.. 지나갈게요...'

이렇게 말하자 여자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러다 여자가 내 쪽으로 쓰러지는게 아닌가.. 나는 그녀를 잡은 채 당황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순간


'욱... 우웨에에에ㅔㄱㄱ'


그녀가 나의 옷에 토를 해버렸다....
가까이 있던 상태라 그녀의 구토는 내 옷에만 튄게 아니었고.. 나는 이런 경험이 처음이기에 어찌 대처해야 할 지를 몰랐다.

그런데 그녀가 구토를 다 하고 입을 열었다.


'.... 혹시 집에 라면 있어요?'

나는 의아했다.. 이 말이 뜻하는건 뭔가..

나는 3시세끼 라면만 먹는 사람이었으므로 집에는 남이보면 라면공장이라 오해할 정도의 라면이 쌓여있었다.


'네.. 라면 많아요'


그러가 그녀가 말했다.

'...라면 잘 끓여요? 저 라면만 먹고 가면 안되요?'


나는 어영부영 어찌 대답했는지도 모르겠고 어느새 그녀는 우리집에 들어와서 내가 끓이는 라면을 기다리고 있었다..'여기 라면이요..'


그녀는 라면을 정말 맛있게 먹었다.

나는 지금까지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살기위해 먹었던 라면이 누군가에게는 이렇게나 맛있는 식사가 되는구나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찰나 아까 그녀의 구토가 떠올라서 나는 생각을 접기로 했다.

그녀는 라면을 단숨에 다 먹어치우고는 잘먹었다고 그냥 나가버렸다..

특별한 경험이었다 생각하고 나는 잠을 청했고 그렇게 다음주가 되었다

노가다와 회식 코스를 마치고 오는데 그녀가 다시 우리집 계단에 앉아있는게 아닌가..

'..라면 끓여줄래요?'


그렇게 매주 라면을 끓여주는 묘한 관계가 2달간 지속되었다.

나는 여자를 겪어본 적이 없는 쑥맥중의 쑥맥이라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라면만 끓여주었고, 그녀도 별다른 말이나 요구없이 딱 라면만 먹고 인사치례만 하고 갔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여전히 그녀는 우리집에서 라면을 먹고있었고 나는 잠자리를 정돈하고 있었다.

그러자 다 먹고 갈때 말고는 한마디도 안하던 그녀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말을 걸었다.

'혹시 물리학2 하실래요?'

나는 그 말을 듣자말자 밥상을 엎어버리고 그녀를 내쫒았다.

이어 재빠르게 메가스터디를 켜 사문교재를 구매하고 부디 이 악귀가 갤러리를 파 멍청한 수험생를 통수치는 일이 없도록...

새벽부터 난 온종일 하늘을 향해 간절히 기도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