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현역시절 수능부터 써보겠음

현역때는 진짜 아무것도 몰랐지
그냥 어버버버 하면서 풀었던 것 같음
사실 그때는 본인이 수능을 응시하고 있다는 실감조차
잘 나질 않아서 오히려 긴장은 재수 삼수때보다 덜 한듯

국어는 평소보다 약간 못 봤고
수학은 22번을 끝나기 직전까지 온몸비틀기하며
풀어낸 덕에 92점을 받음
영어는 유기해서 패스
지I은 그냥 배운대로만 풀었는데 의외로 점수가 잘나옴
15번이었나 해령이 섭입하는 걸 알아야 풀 수 있는
문제가 있었음
나는 큰 어려움 없이 스무스하게 풀고 넘어갔는데
시험장 나와서 보니 그게 가장 어려운 문제라더라

그리고 대망의 물II.
서바를 풀며 별별 요상한 문제들을 많이 접했는데
내심 '이 정도 수준까지 나오겠어 ㅋㅋ'라고 생각하고
심도 있는 연습을 안 했음
현역이라 할 수 있는 오만한 넘겨짚기였지

그리고 맨 마지막 시간(이라 하기엔 제2외국어를 응시함)
말 그대로 탈탈 털려버림
4페이지 딱 펼치니까 5분남았더라
그마저도 난생처음보는 20번 그림에 압도돼서
그냥 손발 벌벌떨면서 무지성 찍기시전

그렇게 첫 수능을 마침
21331
현역치고는 봐줄만한 성적을 거둠
꼴에 1등급 2개라고 기고만장해진 본인은
설전정 냥원자력 중전전 박고 운지하면 재수하겠다는
개병신같은 선언을 해버림

결과는? 예상대로 셋 다 운지
당시 설물천이 핵빵나서 물천을 썼더라면 붙었긴함
그리고 선언한 대로 쌩재수를 함
하지만 그때의 알론이는 자신이 있었음
왜냐고? 수능판을 좆도몰랐으니까


그렇게 재수를 하게 됨
현역 때 성적이 나름 괜찮았기에
여기에서 조금만, 아주 조금만 공부를 더 하면
설대를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일한 판단을 함
그리고 물II에 호되게 당한 기억 때문에
물I으로 도망치기도 했음

딱히 재종도 다니질 않고 집에서 벅벅 공부했음
수학이랑 물리만 시머 단과를 다녔음
결과는? 안 봐도 뻔하지
내가 원할 때 일어나고 내가 원할 때 자는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는 생활패턴에 맞춰
공부를 하다 보니 자연히 긴장이 풀림

9월 모의고사를 치고 한 달 지나 성적표가 나옴
차마 부모님께 사실대로 고할 수가 없었음
지금은 이런 점수를 받았지만
수능은 다를 것이다, 나를 믿어 달라
근거 없는 화려한 언변으로 부모님을 안심시킨 뒤

방안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펑펑울었음
1년을 내다 버린 게 확실시되는 순간이었음
재종, 최소한 독서실이라도 끊어서 공부할걸..
후회했지만 이미 단풍이 들기 시작해버림

그렇게 수능날이 왔고
당시 수능은 "킬러 문제 배제" 이슈로
모두가 쉽게 출제되리라 믿었지만 통수를 거하게 때림
나 역시 개같이 멸망함
23244
성적표를 받고 그냥 원서 쓰는 걸 단념함


이어서 쌩삼수를 시작함
작년의 과오를 반성하는 차원에서
바로 관리형 독서실을 잡음
기필코 서울대를 가겠다는 일념으로
물II를 다시 손에 잡았음
그리고 지II도 공부하기 시작함
국어 수학 베이스가 어느 정도 잡혀 있었기에
가능했던 선택이라고 생각함

국어는 문학이 비문학에 비해 상당히 부족하다는 걸
24수능『골목 안』으로 절감하고
김상훈의 문학론을 수강했음
이 문학론 강의가 진짜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음
문학작품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그 접근법에 대해 완벽하게 정리해 주는 강의였음

기대해주신 부모님께 너무나도 죄송했기에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용을 창출하려 노력함
밥값도 최대한 아꼈음
그때 여름쯤 블루아카 콜라보 빵이랑
콜라보 도시락이 출시됐는데
한동안 빵은 점심으로, 도시락은 저녁으로 먹었음
아무튼 그런 식으로 하루에 밥값으로
만원 이상 쓰지 않도록 노력한 기억이 남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다했고
26수능날이 다가옴
진짜 아쉬울 것 없이 공부했다고 자부했지만
이번에는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함

고사장에 들어가자마자
콧물이 미친듯이 나오기 시작함
화장실에서 휴지를 둘둘 말아 갖고나와서
흐르는 콧물을 닦아 가면서 국어시험을 보기 시작함
훌쩍거리는 걸 최대한 참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제대로 집중을 하지 못함
영어 듣기평가가 상당히 고역이었음
탐구는 어떻게 쳤는지도 기억이 안남

제2외국어까지 다 응시한 후
새카매진 학교를 나와서 부모님이 대기하고 있는
차로 터덜터덜 걸어감
이번에도 제대로 된 결과를 얻지 못해
집에 도착할 때까지 마냥 풀죽은 상태로 있었음

한 달이 지나 성적이 발표되었고
22322
라는 삼수한 것치고 상당히 부족한 결과를 얻음
이번에는 대학을 가야 한다
부모님께서 말씀하셨고
나도 그게 맞다고 생각해서
설원핵 중전전 건전전 세 곳에 지원함

그리고 다들 알다시피 설원핵은 빵꾸가 났으나
내 바로 앞에서 짤렸고 나는 건대에 가게 됐음
처음에는 이런 현실이 용납이 가지 않았음
삼수해서 간다는 곳이 건대라니
나란놈도 참 허접병신이구나
라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음


그래도 주어진 현실은 변하지 않으니
아쉬운 대로 동아리에 가입했고
이 선택이 2025년을 잊을 수 없게 만듧

동아리에 가 보니 삼수한 선배들도 꽤 있었음
그 선배들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난 혼자가 아니구나'
라는 안도감이 들었음

그리고 동아리에서 추진하는 각종 축제
그리고 MT에도 많이 참여하면서
재밌는 1학기를 보내고
학교에서 진행하는 해외탐방 프로그램에도
운좋게 참여할 수 있게 되어
방학에도 추억을 많이 쌓을 수 있었음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학교 수업에는
상당한 회의감이 들었음
강의에 뭔가 알맹이가 없는 느낌
본질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수업을 들으면 들을수록 강해졌음

그렇게 2학기가 되어 본격적으로
수능준비를 하게 됨
사실 본인도 별 기대는 하지 않아서
어찌되든 군대를 가자는 마인드로
수능 전에 해군 원서를 미리 접수함

더 이상의 실력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었기에
EBS 위주의 공부를 했음
휴학을 한 것도 아니었기에
매일 5시 20분 기상 후 버스 안에서 좀 자고
학교 도서관에서 좀 공부하다가
아침을 먹고 학교 수업을 듣는 식으로
수능공부와 대학공부를 병행함
공강 날과 더프, 서프가 겹칠 때면
바로바로 현장으로 가서 응시했음

그렇게 수능날이 되었고
진짜 별 기대 없이 수능장에 들어갔음
오히려 이런 마음가짐이 도움이 많이 된 듯함
국어 때는 시간이 촉박해서 가채점도 못 했지만
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았으니 타격도 크지 않았음
그렇게 수학 영어 탐구 제2외를 연이어 응시하고


결과는 다들 알다시피
그렇게 그려 왔던 설대에 가게 됨



사실 정문 밟지도 못하고 군대와있긴 함

이 글을 보는 모두 꿈을 잃지 말고
열심히 달려나가길 기원함
잘 안 될 때는 그냥 받아들이고
그 가운데에서 해결책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임


분량조절 실패해서 ㅈㅅ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