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이거 썼던 사람인데 생각보다 반응이 많아서 놀랍네

이거 관련된 게시글도 상당수 보이고

개추 5개짜리도 나는 처음이라 신기하네ㅋㅋㅋ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hysics2&no=99123&page=2 그 글 링크


일단 이런 저런 조언들 너무 고마워..

위 링크 글 댓에도 적었지만 여러분이랑 같은 과목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나름대로 애정을 받은 것 같아서 너무 기쁘다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


내 자신을 설득하기도 되게 어려웠거든

어릴 적부터 들숨에 의사가 되라는 소리를 듣고 날숨에 의대가 좋다는 말을 들어왔으니까

내가 진짜 결국엔 재수인 건가 생각해보니까 재수는 진짜 아닌 거야

그래서 다른 대안이 있으려나 싶었는데 다행히 내겐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있었지


하지만 나만 설득한다고 고민이 싹 사라지지는 않더라

부모님이 있으니까 말이야


물론 내 인생이지만 엄빠가 나 키우시는 데에 쓴 돈이 얼마나 많은지 나는 좀 구체적으로 알거든

그걸 생각하면 또 엄빠의 의견을 그저 무시하기엔 죄송하더라


사실 엄마 아빠랑 되게 잘 지냈어

공부는 몰라도 적어도 착하고 성실한 아들이라는 말은 들어왔으니까


그치만 의치약한수를 벗어난 얘기를 꺼내려고 하면 서운한 티를 팍팍 내셔서

나도 물론 섭섭하지만 조금은 깨갱하는 중이랄까..


그래도 어차피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안 하면 지금보다 속이 더 곪아들어갈 것 같아서 어차피 내 선택대로 할 거니까

앞으로 있을 몇 번의 말다툼 잘 견뎌 보려고 해

몇몇의 여러분들도 이런 말을 해준 거에서 용기를 좀 얻었어


부모님 얘기는 이정도로 하고

내 선택의 방향에 대해 얘기를 해보려 해

겸사겸사 내 소개도 좀 섞고 말이야


나는 공부가 좋아서 시작한 놈이었어

중학교가 영재고 잘 보내는 데라서 친구들 영향도 받았고

이런 저런 앎 하나 하나가 좀 소중해졌달까


그런 점에서는 한량 과가 맞는 것 같아 (누가 이거 관련해서 글 올려놨던데 못 찾겠다 으으)

내가 전교 3등까지 갔었던 '적이 있는' 전교 8등인데

전교권에서 노는 친구들이랑 얘기를 해보면

얘네는 다들

'이번에 화학 쌤이 뭘 강조해서 이게 나올 것 같다' 이러는데

나만 옆에서

'와 그러면 우리 옷 섬유 같은 것도 다 그렇게 하나 하나 공유결합 이온결합으로 연결된 거잖아 신기하지 않냐' 이러고 있고...ㅋㅋ


또 다른 예로 과목을 그 자체로 안 보고

생2에서 복제추론을 공부하면 '이게 생1에서 배우는 유전 과정 중에서 S기에 일어나는 복제겠구만' 이런 생각을 하는 습관이 좀 있어

물2갤이니까 물2로 예를 들면 불확정성 원리 파트 보다가 국어 지문 배타적 상태의 공존 그 지문으로 돌아가서 '오 맞아 이런 게 있었지'를 안 하면 안 되는 성격이야

좋게 포장하면 다른 과목과의 연계학습이랄까

게다가 과중반이 있는 학교라서 나는 물1~지2 그리고 미적 확통 기하를 다 했으니 나한테는 완전 지식탐구의 파티였지

참 접근 방식이 남달랐어


그래서 공부가 더 좋아질 때도 많았지만

입시용으로는 합리적인 접근이 아니라서

이런 생각이 메리트로 작용하지는 못했어

오히려 시간을 좀 써야 해서 디메리트였던 거 같아


그래도 수시로는 의대를 꿈꿔왔던 이유가 있어

나는 정신과 의사가 되고 싶었거든


음악 같은 거 들으면 때로는 전율이, 때로는 감동이, 또 때로는 교훈이 찾아오잖아

그런데 치밀한 과학적 유기성을 가진 우리의 몸이

인문과 예술에 반응을 하는 게 너무 신기했던 거야


물론 뭐 책 몇 권 읽으면 끝날 고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이게 좀 연구해보고 싶더라고

그래서 그냥 그동안 공부 잘하니까 의대 가라는 말에 정신과 하나 붙여서 꿈꿔왔어

당연히 의대 가는 게 좋은 것도 좀 아니까 그 꿈을 계속 꾸던 거고


이렇게 재수를 안 하는 이상 의대의 가능성이 거의 0인 상태에도 이런 걸 공부할 수 있는 분야가 많더라고

그 중에 가장 끌렸던 건 컴공이 중요하게 쓰이는 인지과학!

이원준 선생님 강의 들으면서 (아까도 선생님 언급해서 말하자면 이거 광고 아님, 아직 선생님 조교도 아님, 아무것도 아님, 그저 존경하는 분일 뿐)

형식 논리학 비형식 논리학에도 관심이 생기고

마침 나는 물2를 선택할 만큼 물리를 좋아하고

또 관심 분야가 정신, 감정 뭐 이런 건데

딱 이 세 가지의 접점에 맞겠더라고

물론 최초의 목적이었던 인문 쪽과의 접촉은 조금 어렵겠지만 난 이거에도 충분히 만족해


다행히 공부를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이런 방향 설정이 오히려 좀 쉬웠어

'최상위 대학 아무 학과나 가자' 마인드가 아닌 게 나한테는 되려 마음이 편하더라고


뭐 무튼 이런 이유로 난 지금 컴공을 꿈꾸고 있는데

지금 컴공 가기엔 진학사 돌려보니까 좀 애매해

그래서 그나마 가능성 있는 냥대 자연대 간 다음에 냥컴을 가기 위해 전과 준비를 하지 않을까 싶어

컴공을 높은 데 가기 위해서라도 재수해보는 게 어떻겠냐 싶겠지만

어으 나는 수능 공부가 정말 신물이 나서 더 이상 못하겠어


여기까지 좀 긴 나의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마워

정시가 끝나고도 자주 찾아올게

그때 쯤이면 고닉을 하나 파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사실 디시를 일주일에 한 번 볼까 말까한 수준으로 보고 그마저도 물2갤만 보니까 디시를 잘 몰라

고닉이 뭔지도 오늘 알았지 뭐야..ㅋㅋ


다들 고마워 그냥 누군가 들어줬다는 그 사실만으로 고맙네


그럼 이만 나는 자러 갈게

다들 좋은 꿈 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