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외국(시골)에서 어릴때부터 쭉 살았는데 한국은 진짜 외모에 엄격한 나라인 것 같다. 티비 틀면 멋지고 예쁘고 완벽해보이는 사람들만 우르르 나와서 그런지 일반인들도 헤어스타일부터 피부까지 자기관리가 일상화되어있고 외모를 가꾸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

그래서인지 그 범주에 벗어나는 사람에겐 꼭 안 해도 될 고나리질을 허용한다는 이상한 불문율 내지 문화가 있는 것 같다. 나는 이마에 좁쌀 여드름이 조금 있는데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때부터 죽 있었다. 나는 한국에 와서 선크림을 사려고 들렸던 로드샵 직원이 내 이마를 빤히 바라보며 "이 제품이 심한 좁쌀여드름 가라앉혀주는 효과가 있는데~" 운운할 때까지는 내 좁쌀 여드름이 "심하다" 는 생각을 한번도 한 적 없었다. 나는 그날 밤 화장실 거울 앞에서 내 좁쌀 여드름 숫자를 셌다. 그간 존재한 줄도 몰랐던 내 외모의 단점을 발견한 것도 아연했는데 그 로드샵 직원에겐 쉽게 지적해도 되는 무언가로 보였을 거란 사실이 더 싫었다. 묻지도 않은 여드름 치료 라인을 추천받는 기분은 사실 좀 더러웠다.

평생 스킨케어라고는 해본 적 없는 나는 지금 출국을 앞두고 이것저것 스킨케어 제품들을 사다 쟁이고 있다. 흘러흘러 들어온 이 사이트에서 나는 내게는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피부의 사람들이 "자살하고싶다" 와 "이정도면 자살해라" 같은 말을 쉽게도 주고받는 걸 보고 아연해졌다. 개중엔 심하게 패인 흉터를 가진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는 흉터를 조금 보다가 그 사진 속 누군가의 콧대가, 턱선이, 흉터가 없는 쪽 피부에 시선이 갔다. 저사람은 눈썹 숱이 많네 좋겠다, 눈이 연예인 누구누구를 닮았다, 콧대 졸라 높네 부럽다 뭐 이런 생각도 했다.

내가 그 사람을 실제로 만났다면 흉터는 0.2초쯤 보고 그때부턴 눈을, 바라보면서 말했을 거라고 확신한다. 내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서가 아니고, 그냥 내가 자랐던 곳에서는 그게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었다. 내가 대화하는 사람이 코가 비뚤어졌든 여드름이 심했든 치아 교정기를 했든 그 모든 건 그냥 그 사람의 얼굴 피쳐의 일부분이 되어 익숙해지고 쉽게 잊혀졌다. 눈이 세개쯤 달렸으면 당연히 시선이 더 갔을지도 모르겠다. 그치만 내 눈앞에 서서 날씨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여드름 갯수를 세서 내가 어디다 쓰겠느냔 말이다. 거기서는 지적하고 지적받을 일이 결코 없었다. 한국도 이러면 참 좋을텐데.

한국을 까겠다는 마음도 아니고 이러이러하니 외국이 낫다는 선민사상도 아니고 피부가 더러운 자 한국을 떠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이 사이트 들어와서 거의 자기비하에 가까운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보이는 것 같아서 이 기나긴 글을 써봤다.

당신 피부가 비정상인게 아니고 이 사회가 비정상인 거다. 흉터는 옅어지고 새 살이 돋아날 테니 죽고싶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때까지 조금만 버텼으면 좋겠다. 그리고 맘대로 사람 재단하고 상처주는 말 하는 한국 사회가 바뀌었으면 좋겠다. (사실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고 아시안 국가들이 대부분 다 이렇다 asian parents acne 세가지 키워드로만 구글링 해봐도..)


한줄요약: You're more than your sca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