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운영악화로 10년 이상 다니던 회사에서 희망퇴직이라고 쓰고 반 강제적 퇴사를 당하고

22년에 조카가 시켜달라는 피자맛에 이거다라고 생각하고 무작정 본사미팅을 잡았다

대표와 슈퍼바이저라는 사람과 3시간 넘게 이것저것 설명듣고 뚜렷한 목표와 비전, 성장가능성을 보고 호기롭게 첫창업을 했지

퇴직금과 여유자금에서 일부 대출금 상환하니 1억 5천이라는 돈을 가지고 2주동안 동내 구석구석 발품발아가며

슈퍼바이저와 가게낼 곳도 찾아다니고 겨우겨우 마음에 드는 상가 공실에 계약이라는 걸 하게되었다


12평 보증금 2천에 월세 150만원

나름 역세권이라면 역세권이었고 근처에 고등학교, 대학교도 있어서 분명 뭘해도 잘 될 자리였지 월세도 싼편이었고

가게 구석구석 인테리어하는거 일일히 체크하고 어닝 설치, 간판, 조명, 동선에 따른 공간분배, 시설물 배치

처음에 2700만원에 견적잡았던 인테리어인데 이것저것 더 세심하게 체크하고 추가하다 보니 3천만원을 넘어갔고

냉장, 냉동고, 피자 오븐기도 그래도 오랫동안 쓸 생각에 조금 더 좋은 거 넣느라 인테리어까지 7천넘게 썼던 것 같다

초도 물량까지 합치면 보증금 포함해서 총 1억 2천은 넘게 썼고 수중에 남아있던 돈은 2천 남짓

처음엔 난 이 돈만 있어도 초반에 적자나도 망하지는 않겠다 싶었지


2주동안 서울에 본점을 왔다갔다 하며 난생 처음배우는 도우피는 법은 너무 재밌어서 시간가는 줄 몰랐고

토핑도 몇십번 하다보니 거의 마스터 경지에 이를 정도로 자신있었다

내가 오픈만 하면 대박나겠거니 싶었다

거의 한달이라는 준비를 마치고 오픈 이벤트로 1+1행사도 하고 체험단도 불러모으고

초반에는 장사도 잘되고 매우 희망적이었다

3개월동안은 한달에 2천만원도 못팔아서 남는게 없어도 점점 늘어가는 단골손님들 뭐 하나라도 더 챙겨드리려고

치즈며 토핑이며 서비스며 무료배달이며 할인쿠폰이며 퍼주느라 내 주머니가 비어가는줄도 몰랐다


하루에 20~30개 주문이 들어오니 직원이나 알바를 쓸 필요도 없었고

그냥 몸이 좀 힘들어도 내가 정성껏 만들어준 피자드시고 좋아해주시고

배민 맛집랭킹 1위도 해보고 찜도 점점 늘어가고 리뷰도 4.9점 밑으로 떨어지지도 않아서 너무 행복했었다

가끔 진상손님도 있긴 했지만 다년간 쌓아온 사회생활스킬로 나에겐 아무 장애가 되지 않았다


점점 입소문이 나면서 수익도 점점 늘어가고 직원도 채용하고 3개월동안 하루도 안쉬고 12시간씩 일하다가

직원이 있어서 일주일에 하루 쉬면서 오전, 오후 교대로 근무하니까 여유시간도 생기고 너무 좋더라


그러다가 치즈값 폭등으로 33%하던 코스트가 36%까지 올라갔고 내 수익이 약간 줄긴 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한달에 3천만원 팔면 직원, 알바생 월급줘도 400만원 이상은 가져갈 수 있었으니까


근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올해 초여름 갑자기 쿠팡이츠에서 무료배달 선언을 하더니, 배달의민족도 무료배달 선포를 하는게 아닌가

나는 이게 처음에 무슨 의미인지 잘 알지 못했고 그냥 서로 고객유치에 열심히네 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면서 가게배달이 주문이 안들어 오기 시작했다

전화나 포장주문이 30%정도 였다면 거의 1~2% 수준으로 폭락해버렸다

어쩔수 없이 가게배달도 무료로 전환했고 배달비 통합할인을 안하면 노출이 되지않아 울며 겨자먹기로 천원씩 더 부담을 했다

내 수익은 걷잡을 수 없이 반토막이 나버렸고 그 와중에 장사는 더 잘되서 매출은 4천만원을 넘어갔다


장사가 잘되니 좋은게 좋은거다라고 애써 생각하고 박리다매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다 잡았는데

그 와중에 또 배민배달 미친 싸이코패스같은 새끼들이 수수료를 6.8%에서 9.8%로 올려버렸다

쿠팡이츠도 9.8%의 수수료를 받긴하지만 배민배달이 총 주문의 60% 이상이라 정산할때마다 맨탈이 무너져갔다


나는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일을 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냥 손님들한테 맛있는 피자를 만들어드리기 위한거면 차라리 괜찮았다

5천만원 역대 최고 매출을 달성했지만

직원, 알바비 월급 400만원, 재료비 2천만원, 

배민, 쿠팡이츠에서 때간 수수료, 배달비, 광고비는 2300만원...

내 수중에 남은 돈은 300만원 남짓...그 와중에 월세내면 15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그렇다고 내가 일은 안한것도 아니고 일주일에 하루 쉬면서 매일 10시간 직원들과 똑같이 일하고

아니 오히려 더 열심히 일하고 직원보다 못벌어가니 그냥 죽고싶더라


그렇게 2년넘게 일하다 보니 매일 도우반죽 피던 손목에 터널증후군이 생겨서 숟가락 잡을 힘도 없어져서

병원에서 물리치료받으러 다니면서 아픈 손목 부여잡으며 도우를 펴다가

이게 사람사는게 맞는지 내가 뭐하는 새끼인지 정신줄이 안잡힘...


가게를 팔기로 결정했다

근데 안나감

3개월이 지나도 안나가

결국 권리금도 홀랑 날려먹고 철거비 아는분한테 싸게 180에 철거 공실만들고

내 수중에 남은 돈은 보증금 포함해서 5천만원 뿐...

2년넘게 공들여서 1억 5천이 5천이 되는 기적을 보았다


피자 우습게 보지마라

파트타임 깔짝한다고 알바생들 우습게 보지도 말고

내가 생산직, 물류, 노가다 안해본게 없는데 요식업, 특히 피자는 보기에 일은 쉬워보여도 상당한 노동강도와 정성이 허벌들어간다

괜히 피자집 알바 계속 구인하고 시급 쌘게 괜히 쌘게 아님

아무튼 당분간 피자는 거들떠도 안 볼 것 같은데 가끔 피갤은 들어오니까 피자 비싸다고 징징대지들 말고

피자 열심히 만들어주시는 사장, 알바분들한테 감사히 먹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