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남자를 보내고, 공항의자에 힘없이 앉은 홍난에게 해준은 커피한잔을 내밀었다. 해준이 건네는 커피를 받아 든 홍난은 커피를 손에 쥔 채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해준이 다시 키득 하고 웃음소리를 냈다.



 

“왜 웃어요..?”


“아니, 아까 부딪혔을 때랑 똑같은 대화를 하는 거 같아서..”



 

웃음을 참으며 말하는 해준의 말에 홍난도 아까의 일이 생각나 픽 하고 웃었다.



 

“같이 사고가 났었다고요? 죽어라 고생했다는 말만하지 자세히 이야길 안해 주세요.”


“...음.... 저는 정신수양 제대로 하고 왔어요. 두 달 동안.”


“저번에 만났을 때는 저 태어나던 해에 난파사고 겪은 이후론 배는 절대 안타셨다고 했는데.. 이번에 배 타고 오셨나..?”


“배는 아니에요. 다음에 아버지한테 자세히 이야기해달라고 한 번 더 부탁해 봐요.”


“아버지라... 다음에 만날 때 저도 아빠, 이렇게 불러드려야겠네요.”





 

홍난이 해준이 건넨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해준도 들고 있던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거 별로 어렵지 않아요. 부르고나면 이게 뭐라고 그렇게 못 불렀나 싶달까.”


“뭐 꼭 경험해본 것처럼 이야기하시네요.”


“그런가요?”




 

웃으며 커피를 마시는 해준의 얼굴을 홍난은 다시금 자세히 뜯어보았다. 홍난의 시선을 느낀 해준은 커피를 꼼지락 거리며 홍난과 마주 봤다. 해준과 눈이 마주치자, 홍난은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




 

“아, 미안해요. 아무리 봐도 낯이 익어서..”


“아...ㅎㅎ 네...ㅎ”


“뭐 작업치고 이런게 아니라 진짜로요.”


“그렇게 생각 안해요. ㅎ”


“근데 진짜 왜 자꾸 웃어요?? 그거 되게 기분 나빠요.”


“모르겠어요. 진짜. 제가 웃을려고 웃는게 아니라서..ㅎㅎ”




 

홍난은 하, 하고 코웃음을 쳤다. 해준은 삐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려 입술을 앙다물었다. 흠흠 하고 웃음을 정리한 해준은 화난 듯 커피를 빠른 속도로 들이키는 홍난에게 말했다.



 

“저기요, 홍난씨.”



 

익숙치 않은 이름으로 불린 홍난은 사레 들려서 심하게 쿨럭대며 기침을 해댔다. 깜짝 놀란 해준은 홍난의 등을 두들겼다. 얼굴이 새빨개져서야 겨우 기침을 멈춘 홍난은 해준을 봤다.

  


 

“아......아니 제가 그 이름 밖에 몰라서.. 괜찮으세요?”


“아 네..”


“뭐.. 그 쪽 아버지랑 제 인연도 있고, 오늘 두 번씩 마주친것도 그렇고, 이 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인데..”


“.....?”


“친구...할래요? 한국에 사실 친구가 없어요.”




 

해준의 말에 홍난은 흐흐 하고 소리내서 웃었다. 이번엔 해준이 웃는 홍난을 보며 ‘왜 웃어요?’ 하고 물었다.




 

“아니.. 친구하잔 소릴 그렇게 에둘러 하시니까. 좋아요. 사실 저도 한국엔 제대로 된 친구가 없어요. 부모님이 하도 이 나라 저 나라 돌아다녀서 어디 오래 지낸 적이 없기도하고..”


 

“제 이름은 이해준이예요.”




 

이번엔 해준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홍난이 웃으며 해준이 내민 손을 잡아 악수했다.



 

“저도 그냥 그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홍난. 이홍난.”


“네, 홍난씨.”


 

에필로그


 

이번엔 진짜 끝이구나. 마야가 소멸의 시간을 늦춰 주었던 잠깐의 꿈같았던 일. 어차피 기억 못할 이연에게 해주었던 그 옆에 있겠다던 마지막 거짓말. 그리고 지금 다시 찾아온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암흑, 내 손 내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 걸 보니 나는 완전히 사라졌구나. 하는 것이 어쩐지 새삼 강렬히 느껴졌다. 의식만이 둥둥떠다니게 되는건가. 나 말고 다른 의식들이 떠다니기는 할까. 있지도 않을 가슴이 갑갑해져와 가슴을 내려치는데 없을 것이 분명한 손이 없을 것이 분명할 내 가슴팍을 퍽 하는 소리를내며 쳤다.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익숙한 마야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한기탁씨..?”


“미쓰..? 소멸 이라는 게 이런 거야? 여기 어둠에 영원히 나만 있는 거?”


“아닙니다. 한기탁씨,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마야의 말이 끝나고 얼마지나지 않아 어둠이 순식간에 걷어졌다. 실명 할 것만 같은 빛의 쏟아짐에 기탁은 눈을 질끈 감았다. 눈을 뜨는 것은 고사하고 눈을 감고 있음에도 눈부심이 느껴져 손을 올려 두눈을 꽉 막아 가렸다. 누군가의 울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정확히는 머릿속인지 뱃속어디인지에서부터 울려나오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역송 후 소멸된 인간들을 여럿 보았다.”


“미쓰..?? 누구세요?”


“생사에 관여하는 것은 나도 할 수가 없다.”


“네..?”


“소멸 된 그 인간들 중 제일 많이 깬 금기와 이유가 무엇일 것 같으냐.”


“...제가 그걸 어떻게..”


“둘 다 복수다.”


“아, 네..”


“산 자가 정체를 알아차렸음에도 무사히 귀환한 김영수도 처음이지만, 너 같은 놈도 처음 있는 일이다.”


“매제! 영수는 그럼 천국으로 간건가요?? 다른 사람들은 다 잘..”


“더 이상 그건 네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궁금해 할 일도 아니다.”



 

기탁은 시간이 한참 지났음에도 눈에서 손을 떼어낼 수가 없었다.



 

“죽어버린 너를 돌리는 것, 소멸을 택한 너를 태어난 사람으로 다시 만드는 건 나도 할 수 없다. 하지만, 가엾은 너에게 나는 선물을 하나 하기로 했다. 자세한건 마야가 다 해줄 것이다. 다시 살아도 넌 잘 살 것 같아 주는 선물이니, 허비하지 말고 오롯이 너를 위해 살아야 할 것이다. 어차피 너에게 선택권을 주면 받아들일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선택권 주지 않겠다.”



“네..???”



 

기탁은 뭔 말인지 조금도 이해할 수 없을 말만 일방적으로 하고 더 이상의 대답이 없자 저기요. 저기요. 하고 그 목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어깨를 톡톡 하고 두드리는 느낌에 얼굴에서 살짝 손을 떼었다. 천천히 눈을 떴다. 아까의 넘치던 눈부심은 사라졌다. 옆에는 마야가 서 있었다.



“미쓰.. 방금 그거 뭐였소?”


“곧 김영수씨와 잠시 만나실 겁니다.”


“나 안 사라지는 거요?”



 

마야는 말없이 씩 웃어 보이기만 했다. 곧 저 멀리서 뛰어오는 영수를 본 기탁은 매제!! 라고 크게 부르며 영수 앞에 섰다.



 

“한형! 마야씨한테 들었어. 다행이야. 진자 다행이야, 한형...”



 

자신을 안은 채 엉엉 우는 영수를 같이 안은 기탁은 소멸하지 않게된 자신을 이렇게 기쁘게 맞아주는 영수가 있다는 사실에 울컥했다. 생전의 자신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건 아니니까. 나중에 이 곳으로 온 그들을 생전의 인연으로 맞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좋았다.



 

“한형. 행복하게 지내다 와.”


“뭔 소리야?”


“한형은 내가 기억할 겨.. 한형이 다시 왔을 때, 내가 아는 척 하면 인사는 받아 줘야혀. 알았지?”




 

영수가 다시 기탁을 다시 안고 등을 퍽퍽 하고 두드려주었다.


 


 

“이것 봐, 미쓰. 지금 매제가 나한테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되는데 말이야..”



 

영수와의 포옹을 풀고 마야를 잠시 보았다 고개를 돌리니 영수는 사라지고 없었다.

 


 

“한기탁씨는 다시 새롭게 삶을 살아가게 될 겁니다.”


“뭐?”


“다시 이 곳으로 오게 되면, 한기탁씨는 다시 한 번 선택을 하게 될 겁니다. 이전에 삶에 대한 기억도 갖고 천국이든 지옥이든 갈지, 아니면 새로운 기억만으로 천국이든 지옥이든 갈지..”


“미쓰... 그러니까 지금 내가 다시 저 밑으로 돌아갈 거란 말을 하는 건가? 그럼 내 사람들이 다시 불행해..”


“아니요.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마야가 기탁의 말을 딱 잘라 부정했다.


한기탁씨를 위한 저 위에 있는 분의 선물이라고 생각해주세요.”


“내가 사랑한 사람들.. 잘 지내는 거 맞는 거지, 미쓰?”


“네, 그러니까, 이번엔 부디 자신을 위해 지내다 오십시오. 행복하게 오래오래.”




 

마야가 기탁을 안고 다독거렸다. 기탁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끼며 의식을 잃었다.


 



진해준이랑 홍난이(여자로써 새기억가지고 새 삶사는 기탁이) 두 사람이 다시 만날 인연이어서 역송할때 그 껍데기로 내려왔었다는 내 생각대로 싸질러 봤다..



몇년만에 써본 이런 류 글이기도하고, 원래 이런 류 글을 쓰면 존나 온갖 설정 다 해서 존나 길게 쓰는 타입인데

그렇게 하면 나도 쓰는데 몇달씩 걸려서 다쳐냄 그 쳐낸 설정이(신이 설계한 홍난의 새인생)



1. 다 알겠지만 새로 내려온 홍난이 아빠가 이문식이라고 신이 설계해주심.

2. 홍난이는 아주 어릴때 입양 됨. 친엄마의 성이 한씨.

3. 이문식은 원래 배타던 사람이라는 설정. 홍난이가 태어나던 난파되어 무인도에 떠밀려 오랫동안 고생한 경험이있음. 진해준과의 무인도에서 그렇게 잘 지낸 이유.

4. 몇년만에 돌아왔을땐 이미 홍난인 입양가고 마누라는 죽었다는 설정. 그 뒤로 배를 두번다시 안타고 경비행기 조종사로서 지냄.

5. 홍난이 태명이 만복(滿福)이라는 설정.

6. 홍난이 한국에 잠시 왔다 갔던 10년전, 친부 이문식과 인사만 나누고 다음에 보자는 약속만 하고 헤어졌던 적이 있다는 설정

7. 원래 더 해준이 깊은 이야기(이쪽도 친부 관련으로 할 이야기가 많으니까)랑 홍난이 깊은 이야기 나누게 하고싶었지만 만난 첫날에 그까진 오바 같아서 접었다.ㅋㅋㅋ

 




수정하고싶은 부분 많지만 그냥 올림ㅋㅋ


똥글빨이라 미안


어제 새벽감성에 젖은 글 보고 에필로그 저이야기 생각나서 쓰기 시작한거라 이어써도 된다고 해준 게이에게 감사드림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