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그럽게 긴글 3탄을 가지고 또 왔다.


오늘은 작가님께 고맙다는 말을 하러 왔다.

지난번 글에서 대충 마무리 좋게 해줘도 고맙지 않을거 같다고 했는데...

그 말 취소 하러 왔다 ^^;;

여운 남는 드라마로 마무리 해줘서 사실 많이 고맙다.


해준 캐릭터에 친절하지 못했던거 너무 아쉬웠는데

작가가 아무래도 드라마가 처음이라

드라마 호흡을 너무 물랐던 것 같고,

영화로 만들었으면 오히려 더 잘빠진 작품이 되었을까?...


개인적으로 열린 결말을 좋아한다 나는.

열린 결말이라는건,

작가가 시청자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이라서.

닫힌 결말은 두고두고 생각나서 곱씹어볼만한 그런 여운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거든.


이 작품은 열린 결말의 최대치를 뽑아냈다고 본다.

열린 결말도 거의 닫혀있는거나 마찬가지인,

해석이 이거 아니면 저거 정도로 끝나는 열린 결말도 많거든.

열린 결말은 받아들이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본인의 가치관과 경험(직접적이던 간접적이던간에), 세계관 등 모든게 반영되어서 풀이되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수많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게 열린 결말이거든.

자기 마음에 드는대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면 되는게 열린 결말이고,

그래서 작가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임.

그냥 단순한 의미없는 서비스컷이 아니라

작가가 이 작품에 대해 시청자에게 주는 마지막 메세지이고 선물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니네들이 하는 결말에 대한 해석들,

다 정답이야.

멋진 해석들 많던데 그게 쌓이고 쌓이면서

더 의미있고 풍요로운 드라마로 남을 수 있는거야.

다른 사람들의 해석에 슬퍼할 필요도 없고,

마음에 드는 해석에 환호하면 되는게 열린 결말이야.

물론 작가 본인이 의도한게 있겠지.

하지만 결말 그 이후의 해석에 대한 건 이미 작가 손을 떠난 시청자의 몫이야.

그게 열린 결말의 묘미인거지.

작가가 오히려 그거에 대해 입을 떼는건 진짜 자기 작품 망치는 일이야.

훗날 시간이 지나고 작품이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될때,

언젠가 한번쯤 작가 본인의 결말은 이런거였다 정도 입을 열수는 있다고 보지만,

(작가의 생각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많은게 사실일테니)

지금 이 시점에서 그러는건 진짜 작품에 대한 예의가 아님.


나는 이 열린 결말, 사실 좀 놀랬다. ㅎㅎ

왜냐면 드라마 공홈 열리고 캐릭터 소개 나왔을때부터

내가 상상해온 결말이야.

원작을 본 입장에서

진짜해준이라는 캐릭터가 있을줄은 생각치도 못했는데,

그 캐릭터를 보는 순간 내가 기대하는 마지막 장면이

딱 우리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이었어.

물론 그 구체적인 과정까지 상상한건 아니었지만,

마지막 장면만큼은 딱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같은 혼자만의 상상이었어.

진해준과 홍난(진짜 또다른 홍난이든 환생이든 뭐든) 껍데기를 가진 두 사람의 열린 결말,

근데 진짜 이렇게 끝나서...음...작가에게 고마운 마음이 새록새록 솟아 올라서...

지난번 했던 내 말을 뒤집고 작가에게 참 감사하고 싶다.


그리고 또 하나 작가에게 고마운게,

작가가 이 작품이 얼마나 어려운 소재였는지

본인 스스로 잘 알고 있다는 거에 고마웠다.

죽음, 역송, 환생, 사랑, 기억, 무의식, 등등...

굉장히 추상적이고 어렵고 심지어 세계관, 우주관까지 건드려야 하는 무거운 소재였음에도,

마지막을 어렵지않게 적당한 수준으로 참 잘 버무려 준거 같다.

( 일본 원작보다 못하다는 말 진심으로 취소합니다, 작가님. ^^;; )


일단 이 드라마에서 초기 세계관은 천국과 지옥을 나누는 걸로 보아,

환생 따윈 없는 기독교계 세계관을 따르는 것 같았지만,

열린 결말의 마무리로 인해 모든 세계관을 아우르는 드라마로 끝이 났어.

드라마에서는 아무도 환생이라는 단어을 언급한 적이 없지만,

존재하지 않았던 진짜홍난이 짠 하고 나타나면서,

환생에 대한 가능성을 활짝 열어주고 끝이 난거지.

그리고 마야가 승재의 엄마였다는 설정 또한

세계관의 확장을 위해 꼭 필요한 설정이었다고 봐.(작가 멋짐 ^^)


세상에는 굉장히 다양한 세계관이 존재할거야.

신이 존재하느냐 아니냐의 가장 기초적인거부터 시작하면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기독교와 불교의 세계관이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하는 거라고 봐.

기독교는 내가 생각하기에는 참 단순한 세계관이야.

신에게 죄사함을 받아서 천국에서 영생하느냐 지옥불에 떨어지느냐 두가지의 결론만 있는거잖아.(뭐 자세히는 모르지만)

불교는 그것보다는 훨씬 복잡하다고 생각해.

자신이 지은 모든 죄값을 스스로 속죄하며 환생을 거듭해서 영겁의 세월을 살아나가는거...어찌보면 참 무시무시한 일이지.

얼마나 많은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할지,

그 영겁의 세월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면서,

끊임없이 인생을 살아내고 또 살아내야하는 존재들이라니...

그래서 가끔 전생을 기억한다는 이들이 태어나기도 하는 일이 발생하는 거겠지.


하지만 이 무시무시한 일을 내가 알고 내가 주체적으로 계획해서 하는 일이라면?

내가 접한 세계관 중에 굉장히 흥미로웠던 세계관이 있어.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전지전능한 신이란 존재는,

어떤 특정한 대상을 지칭하는게 아니라

이 우주 만물이 형성되고 움직이게 된 창조의 근원, 그 우주 '에너지'로 보는거야.

그 창조 에너지에는 이 우주만물의 모든 생명체들의 영혼들이 포함되어 있대.

우주 만물의 근원쯤 되는 에너지 덩어리에 속해 있으면 모든걸 다 알고  더 이상의 것은 필요 없을 것 같지만,

이들은 인간이 느끼는 모든 희노애락, 그 감정들이 궁금하고 직접 느끼고 싶은 열망이 크대.

그래서 '학습=인생'에서 배우고 깨우쳐서 영혼을 성숙하게 만들고 싶어서 끊임없이 환생을 거듭하며 인간세상으로 내려 온다는거야.

그러기 위해 스스로 다음 생에서 깨우치고 배울 수 있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자기 인생을 직접 프로그래밍한다는 거야.

그리고 자신의 주변 영혼들이 각자 맡은 역할들을 해주기로 결정하고 주변인물들로 태어나서,

악역도 해주고 조력자도 되어주고 사랑하는 사람도 되어주고, 계속 생을 바꾸면서 역할을 바꾸어 준대.

본인도 주변영혼을 위해 주변 역할을 해주고, 그렇게 서로 서로 인생의 판을 짜서 다시 태어나고 태어나고...

하지만 현세의 인생이 시작되면 저런 일들은 기억속에서 사라지고 없는거지.

모든 인생의 어려움들도 본인의 깨달음을 위해 본인 스스로 미리 짠 각본이었다는 거지.

그렇게 또다시 영혼으로 돌아가면 또 다음생의 주제를 정하고,

그러다 가끔은 아무런 주제도 없는 쉬어가는 인생을 살기도 한대.

재밌지 않냐?

여기서 또다른 세계관을 이어 붙이면

이 영혼들이 업그레이드 되는 단계가 7단계(9단계였던가?)로 나뉘는데,

4단계의 영혼이 지구의 인간이고, 그 아래는 동물들이고,

7단계의 영혼이 우리가 모르는 화성인의 존재인데 고도의 문명을 이루고 살며 수명이 200살이라던가 500살이라던가? ㅋㅋㅋ


세상엔 별의별 세계관과 우주관들이 다 있고,

그래서 판타지가 존재하고, SF가 존재하는거겠지.

근데 이런 세계관들을 보면 귀결되는 메세지는 비슷한 느낌이야.

깨달음..

이게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인가봐.


우리 드라마는 이런 얘기들을 품을 수 있는 드라마야.

이 드라마를 선택한 니네들,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본다~ㅎㅎ

어떠냐 이쯤 되면 정말,

진해준과 진홍난의 만남에는 무수한 가능성이 열리는 것 같지 않냐?


이 드라마,

되게 단순하고 표면적인 얘기로 끝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마지막 열린 결말 하나로 굉장히 깊이있는 이야기로 만들었다고 생각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주제는

사랑과 헌신, 가족애, 주는 사랑과 받는 사랑 같은

지극히 현실적인 얘기들인데,

마지막 결말과 연결되면 훨씬 형이상학적인 영역으로 들어가게 돼.

사랑과 기억의 상관 관계...무의식이 느끼는 사랑이라는 감정...

우리가 인생에서 추구해야 할 그 무엇들...


해준 캐릭터와 홍난 캐릭터는 굉장히 극과 극의 캐릭터야.

드라마를 다 보고 나니까, 두 캐릭 모두에게 같은 비중을 두고 이야기를 끌고 가고 싶었던게 작가의 욕심이라고 읽혀.

물론 이 조절이 불균형했고 불친절했고 그래서 시청률도 떨어졌지만,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

작가는 두 캐릭터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서 사랑에 대한 메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생각해.

해준의 이야기는 현실, 홍난이네 이야기는 꿈(로망)으로

서로 대비되는 이미지를 가진게 아닐까 생각해.


해준 캐릭터는 드라마 남주로 쓰기에는 지나치게 현실적인 캐릭터라고 봐.

소심하고 겁도 많고, 소통도 할 줄 모르고, 여자를 읽을 줄도 모르고,

멋지고 폼나는 사랑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뭐 하나라도 드라마 남주로서 기대하는 여자들의 로망을 채워줄 수 있는 구석이 거의 없어 사실.

그저 착하기만 해서 그게 오히려 답답한,

자기 여자가 뭘 좋아하는지도 전혀 모르는 눈치 마이너스 100단,

여자에게 로망으로 다가오기 힘든 건 사실이지.

임신한 여자를 품어준 사랑은 사실 현실에서 기대하기 힘든 사랑이야.

그런데 또 의외로 사람들은 미래에 일어날 복잡다단한 일들은 전혀 생각지도 않고

오히려 단순하게 지금의 자기 감정에 충실하게만 사랑하는 사람들도 많은거 같아.

이런 점을 보면 착하지만 되게 용감한 인물이라고 볼 수도 있을것 같아.

그렇지만 임신한체 버림받은 다혜 캐릭터부터가 벌써

드라마에서 여자들이 꿈꾸는 캐릭터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지.

오히려 드라마의 정석해법대로 가자면,

정부장이 남주캐릭터고 해준이는 조연캐릭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니,

얼마나 '남주의 로망'이라는 관점에서는 철저히 배제된 캐릭터인지 알 수 있지.


그에 반해 홍난 캐릭터는 여자의 로망 그 자체야.

한 여자밖에 모르는 바보같은 사랑,

나는 이기적이고 못되게 굴어도 그는 끝까지 아낌없이 주는 사랑을 하는 남자,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끝까지 내편이 되어줄 남자,

내 여자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깝지 않을 폼나는 사랑을 하는 남자,

그런데 심지어 나쁜남자여야 할 깡패가 그런 지고지순한 사랑을!,

그래서 결국 나는 그런 남자를 잊지못해 현실을 제대로 살아내지 못하는 비련의 여주인공...

모든 멋있는 드라마 남주에 대한 클리셰는 다 때려박아 준 캐릭터야.

드라마에서 남주의 정석으로 차용하는 모든 '남주의 로망'을 몰빵해준 캐릭터라는 거지.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캐릭터이고,

껍데기가 여자였음에도 멋있을 수 있었던 이유야.

안멋있으면 그게 이상한거지.


그래서 갤에서도

홍난이에 대해선 열광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고,

해준이에 대해선 음미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야.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해준이는 기억을 남겨두고 돌아갈 수 있는 캐릭터였고,

홍난이는 기억을 지우고 소멸해야 하는 운명을 지닌 캐릭터였다고 생각해.

우리네 지극히 현실적인 인생의 사랑,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고 의미없이 보내버리는 순간들,

그런 '구질구질'한 듯한 현실은 지금도 우리 주변 모두에게 남이있는 기억들이지.

우리는 이 현실을 살아야 하고, 그 현실속에서 소중한걸 찾아내고 음미하며 살아야 하는거지.

하지만 꿈속에서라도 한번쯤은 해보고 싶은 모든걸 내던지는 사랑,

그 사랑은 현실을 파괴하고 온갖 주변에 상처를 줄 수도 있는

지극히 현실적이지 못한 위험한 사랑인거지.

우리 '구질구질'한 현실에서는 지워버는게 나을지도 모르는 사랑인거야.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더 찬란해 보이는 거지.

우리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건 주변에 우리가 소중한지 미처 깨닫지 못한

너무나 당연하다 여겨서 사랑을 표현하는데 애쓰지 않았던 가족, 연인, 친구에 대한 사랑을 되돌아보고,

더 행복해지기 위해 깨닫고 노력하고 애쓰며 살아야 한다는걸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어.

그렇지만 또 현실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는 사랑의 꿈같은 것도 간직하고 싶은 마음을

기억 저편의 무의식에 남겨두고 싶은 욕심과 함께...


이터널 선샤인이란 영화를 본적 있니?

(영화 스포 있음)

짐캐리와 케이트윈슬렛 주연의 영화인데.

이 영화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기억은 지워져도 사랑(하던 감정)은 남는다,

인간을 지배하는 건 어쩌면 기억보다 무의식의 세계일지도 모른다 정도?

두 남녀가 사랑하다가,

여자가 그 사랑이 힘들어서 기억을 지워버려.

(기억을 지워주는 직업이 있어 이 영화속 세상에선).

그걸 알게된 남자도 배신과 슬픔에 기억을 지워버리지.

다시는 되돌리 수 없는데 꼭 지울거냐는 질문에 남자는 갈등하지만

그보다 더 큰 배신감에 지우는걸 선택해 버리지.

그런데 그 둘은 어느날 알수 없는 충동으로

평소의 행동패턴을 벗어난 돌발행동을 하게 되고,

(남자가 출근하다가 갑자기 다른행 열차를 타버림)

그로 인해 다시 만나게 되고 또 사랑에 빠지게 되는 뭐 그런 스토리였어.

오래전 봤던 영화라서 내 기억이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암튼, 우리 드라마를 보고 떠오른 영화였어.

이연이의 인터뷰에서 막연히 굉장히 깊은 사랑을 받은것 같다고 느낀다는 그 감정이나,

마야가 아들 승재에게 마음이 가고 기분이 좋아지는 그 감정이나,

기억은 사라졌지만 무의식의 감정은 살아있는거야.

이건 우리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나는 일이야.

세상 그 어떤것보다도 큰 사랑을 퍼부어준

내가 아기일적 부모님에 대한 기억은 하나도 없지만,

그 사랑에 대한 충만함이 가슴 깊이 남아있잖아.

기억상실 환자가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갑자기 눈물이 나오거나 기억을 되찾거나...

사랑이라는 감정은 인간 삶에서 기억보다 우위에 있는 순간이 반드시 존재할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그런 사랑의 감정들을 절절히 남겨놓고 간 홍난이를 슬퍼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어.

오히려 그럼으로써 철저히 멋진 캐릭터로 박제시켜준 작가에게 오히려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


해준이라는 캐릭터는 이상하게도 자꾸 되돌이켜 꼽씹어보게 되는 거 같아.

아마도 모자란 부분을 채워나가고 성장해간 캐릭터라서 그런 것 같아.

드라마에 갖다 쓰기엔 힘들정도로 로망따윈 없는 지극히 현실적인 캐릭터,

이런 캐릭터를 선뜻 선택해주고 너무나도 잘 연기해준 배우에게 나는 진심으로 너무너무 고마워.

젊은 남자 배우가 이런 멋지지도 않은 캐릭터를 선택한다는건 정말 큰 모험이라고 생각해.

모르긴 해도 이 역할 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남자 배우 별로 없었을거라고 생각해.

그럼에도 본인이 무언가를 얻어 가기 보다는 가슴에 남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었다고, 꼭 하고 싶었다고 했던가?

뭐 그런 인터뷰를 했던데, 참 멋진 배우라고 생각해.

해준이를 이보다 더 공감되게 그려줄 배우가 있을까 싶게 해준이 그 자체가 되어준 배우에게 참 고마워.

정지훈이란 배우만이 표현할 수 있는 어떤 이미지, 느낌들이 덧칠해져서

더 따뜻하고 자꾸만 곱씹어보고 음미할 수 있는 캐릭터가 된 것 같아서 배우한테 참 고마워.

진해준이 등장했을때, 확 달라진 서늘한 느낌에 영수해준과는 전혀 다른사람으로 느껴지는게,

천상 배우구나 싶더라.

저렇게 멋있는 남주 캐릭터를 더 하고 싶을수도 있었을텐데,

영수해준 같은 남주로망 걷어낸 현실적인 캐릭터 맡아줘서 진심 고맙다.

따뜻했다...

그리고 이런 따뜻한 영수해준이 탄생할 수 있는 바탕이 되어준 영수,

김인권 배우에게도 아낌없이 박수 보내주고 샆다.


홍난이 캐릭터는 그냥 한마디로 멋있어.

배우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욕심낼만한,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해.

본인이 연기에 대한 자신이 있다면(코믹과 정극을 넘나드는 감정연기 등등),

망설임 없이 선택할 만큼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해.

멋있는 캐릭터를 진짜 멋있게 연기해준 오연서, 이 배우에게도 참 고맙다.

여배우임에도 거침없이 망가지며 연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예쁨'을 잃지 않았다는 건,

여배우가 가질 수 있는 엄청난 강점이 아닐까 싶다.

멋있는 홍난이를 '오수로'로 만든 일등공신, 김수로 배우에게도 박수를.


그리고 나머지 모든 배우들,

연기 구멍 하나 없이 자기 역할에 충실히 이 드라마를 풍요롭게 만들어준 모든 배우들 또한 참 고맙다.

특히 나석철이 새꺄~ 악역연기 그렇게 무섭게 잘하면 어쩌냐? 꿈에 나올까 무섭다, 지옥으로 꺼져라~ ㅋㅋ


이제  모든 캐릭터는 다 보내주고 아름다게 기억해 주련다...


그리고, 우리 감독님!!

아름다운 화면들 많이 남겨주셔서 무한감사!!

사전제작 작품에서 꼭 한번 뵙기를 바람.

연출 너무 멋있었음.

기억에 남는 명장면들의 탄생에 감독님의 힘이 엄청 큰거 같음.




마지막으로 열린 결말에 대해서는,

무조건 시즌 2의 희망사항을 담아본다.

어디까지나 현실불가능한 희망사항으로 끝날 거라는걸 아니까.

저 위에서 얘기한 재밌는 세계관을 접목하기로 하고,

진해준과 진홍란의 치명멜로 서스펜스스릴러....ㅋㅋㅋ

아주 기냥 치명치명 열매 잔뜩...

두 배우 그런것도 엄청 잘 어울릴 거 같은데, 한번 보고 싶은 희망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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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삶을 프로그래밍하는 일도

과거의 아날로그 세상과는 달리 디지털화 되어서

인간세상에 훨씬 더 많은 영혼들이 한꺼번에 내려갈 수 있게 되었다.

과거에는 인간세상에 내려가는 영혼들의 프로그래밍에 오류가 나지 않게

수많은 영혼들이 하늘에 남아 인간라이프 상품개발에 열을 올려야 했다.

누군들 인간세상에 내려가고 싶지 않겠는가만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인간세상에 내려가는 이들이 짜놓은 인생에 오류는 없는지, 심각한 중복은 없는지

따위의 체크만 하는 따분한 나날들을 보낼 수 밖에 없는 영혼들이 많았다.

하지만 수퍼컴퓨터가 대중화 되면서 과거보다 현저히 많은 인물들을

겹치지 않게 훨씬 더 복잡하게 인생 설계를 하고 자동으로 원하는 육체까지 만들어주는 혁신이 일어났다.

인간 DNA조합의 육체에 한계가 있어 가끔 도플갱어같은 육체를 만들어 내긴 하지만,

각자의 영혼이 다르고 다른 삶이 있는 다른 영역을 선택해서 내려가기 때문에 큰 혼란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나는 수퍼컴퓨터를 개발하고 관리하는 프로그래머다.

나는 이 일이 적성에 딱 맞는다.

뭐하러 인간세상에 그 복잡한 인생들을 살러 가는지 모르겠다.

유유자적 들어오는 주문대로 인생설계만 해주면 되는 내 삶이 얼마나 편안한가 말이다.

수많은 프로그래밍이 쌓여서 이제는 특별한 주문이 들어오는 것도 가끔 발생하는 일이 되어버렸지만

그럴수록 내 삶은 더 여유로와 지는것 아니겠는가...

그렇다, 나는 흔히들 말하는 그 귀차니스트 영혼이다.

인간 세상을 탐구하러 다니는 것보다는 하늘에 남아 다른 일을 하는것에 만족하며 지낸다는 그 귀차니스트.

그렇게 죽어라 체험하고 깨달아서 영혼 단계 하나 레벨업 시킨다고 뭐가 달라지겠나 싶은게 내 주관이다.

내가 짜놓은 인생대로 잘 사는지 어쩌는지 인간세상의 일을 확인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의뢰했던 주문자들이 돌아와 훌륭한 프로그램이었다는 후기를 남겨줄때는

역시 난 능력있는 프로그래머야라고 자부하는 맛이 여간 좋은게 아니다.


특별할 것 없이 매일이 똑같은,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가던 어느날,

위에서 비상공문이 내려왔다.

어떤 영혼 하나가 프로그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현세 삶으로 돌아가서 자신의 삶을 마무리 해야 한다고

역송을 신청하는 황당한 경우가 생겼다는 것이다.

아니 프로그램 이수 합격증인 천국행 티켓을 받았으면 되는 것 아닌가 말이다.

불합격증인 지옥행 티켓을 받고 또 다시 똑같은 주제의 프로그램을 경험하러 내려가야 하는것도 아닌데,

이런 경우 프로그램 이수를 끝내는데 수많은 되돌이표 인생을 살면서 세월을 깍아먹는 일이 생기는 경우가 다반사라지만,

천국행 티켓을 손에 쥐고 왜 그런 선택을 한단 말인가?

천국까지 오는길을 못참아 천국행 열차에서 뛰어 내렸다니 참 한심한 영혼 같으니라고.

수퍼컴퓨터는 이런 사례에 대한 자동 프로그래밍이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그냥 전설처럼 전해져 오는 거라고 생각했지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왜 하필 이 일이 나에게 할당 되었단 말인가?

결국 이 일을 처리하는 건 아날로그 방식밖에는 없는데, 그것은 여간 고단한 일이 아니었다.

동료들의 측은한 눈빛을 한몸에 받았지만,

내가 가장 능력있는 프로그래머라 내게 일처리를 맡겼을거라는 은근한 자부심을 느끼며 작업에 들어갔다.

그 역송인의 인생영역을 개미새끼 한마리까지 다 뒤지며 완벽을 기해 체크하며

다른 영역의 인생경험자들과 중복되고 섞이지도 않는

새로운 육체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희열에 들떠 기지개를 켜며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아니 저기 떠오르고 있는 것은 해가 아니던가?

세상에 이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야근이라니,

이 하늘 세상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던가!

인간세상에서나 일어난다는 그 말로만 듣던 야근이라니!

나는 위에다 강력한 컴플레인과 함께 피해보상을 요청했다.

꿀같은 안식기간이 앞당겨 주어졌다.

이 얼마만에 맛보는 안식기간이란 말인가~

다만, 수퍼컴퓨터의 역송체험자들에 대한 자동 프로그래밍을 완성하고 난 뒤에

안식기간에 들어가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훗 그것쯤이야...

꿀같은 안식기간을 마치고 돌아온 내 삶은,

또 그렇게 아무런 변화도 없는 유유자적한 나날들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수퍼컴퓨터의 업그레이드된 성능을 시험해볼 수 있는

덜떨어진 영혼 두명의 역송 신청이 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다, 왜 이렇게 빈번해진거지?


그런데 아뿔싸~!

안식기간에 대한 온갖 계획에 들떠 있는 바람에,

코골이 수면무호흡증에 대한 변수값을 입력하는걸 깜박해버리고 말았다.

수퍼컴퓨터가 똑같이 생긴 육체를 그 육체의 인생영역 한복판에 떨구는 참담한 결과가 발생했다.

아 이일을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위에서 난리가 날텐데...

아니나 다를까, 직접 중유에 가서 이 사태를 해결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풍부한 인생 프로그래밍 실력을 바탕으로 어떤 방법으로든 해결을 하라는 지시였지만,

이 일은 은근히 자신이 없어진다...


중유에 있는 영혼들은 대부분 이러저러한 사유로 실수를 저질러

시말서 기간을 채우기 위해 중유에 남아있는 경우다.
부족한 인원이 생길때는 자원봉사자로 채워지기도 한다.
중유에 있는 이들은 영혼의 본래 기억도 아니고 인간세계의 기억도 아닌
중유 공무원의 기억만으로 채워진채 시말서 기간을 채우게 된다.
그래서 그들의 모든 능력은 우리 영혼보다는 떨어지지만 인간보다는 낫다.
지난번 내 야근을 이끌어낸 역송인이 역송에 실패하고는

잠시 시말서 기간을 채우기 위해  중유에 머물게 되었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다.

역송 실패로 프로그램 소멸에 처한 영혼인데 고작 그 벌이 중유에 머물며 시말서 기간을 지낸다니,

분명 위에 큰 뒷백이 있음이 분명하다며 뒷말이 무성했다.

거기다 그 인생 프로그램속 아들의 기억은 지우지도 않고 그대로 두는 것으로 유야무야 덮어버렸다니

정말 어떤 뒷백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이 역송인이 역송 담당자가 되어 있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벌어진 줄은 꿈에도 모른채 중유행 열차에 올랐다.


중유를 다녀온 자원봉사자들이 늘 투덜대던 이야기,

'언젠간 이놈의 고물 열차 고장나고 말거야' 가  나의 현실이 되는 불운을 겪게 될 줄은 몰랐다.

불운은 겹쳐서 찾아 온다 했던가, 인간세상도 아닌 하늘에서도 이게 통하는 말일줄이야,

꼬박 이틀이 걸려 중유에 도착한 나는 기함을 하고 말았다.

역송담당자, 이 멍청한 영혼이 내 야근의 주인공이었다니.

이 얼마나 대단한 뒷백이란 말인가?

억만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다던 역송체험, 그 담당자라니,

소위 꿀빠는 자리라 너도 나도 가고싶어 한다는 바로 그 자리에 이 영혼이라니!

그런 그녀가 저질러 놓은 일은 어떤 대책을 세울 수도 없는 참담한 지경이었다.

본래 육체의 주인공인 인생경험자를 무인도에 떨구는 짓을 저질러 버렸다는 것이다.

그녀를 나무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녀가 오마이 갓~ 갓? 갓~? 을 찾았을때 나는 고장난 열차에 갖혀 있었으니,

늦게 도착한 내 잘못이니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인간세상을 구성하는 사람들이 하늘의 영혼이라는 걸 모르는 중유 직원이니까.

그저 인간사에 개입하면 안된다는 것밖에는 모르는 중유직원이 저지른 일이니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이미 너무 늦어버린 것을.


이해준.

태어나고 자란 환경으로 인해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처럼,

평생을 '복수'라는 화두에 갇혀 지독한 악인처럼 살다 죽음을 앞두고 '용서'를 깨닫게 되는 인물.

진짜 악인도 될 수 없는, 본질은 선한 성격의 소유자로

평생을 악인처럼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에 괴로워 하는 인물.

결핍된 사랑을 채우고 싶은 욕망이 너무 크지만,

받은 사랑이 없기에 사랑을 할 줄도 모르는 인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인생을 파멸의 고통속에 밀어넣고는

죽음에 이르러서야 뜨거운 참회의 눈물을 흘리게 되는 인물.

제법 흔하게 신청하는 인생 프로그램중에 하나다.

음, 재벌 2세의 혼외자라니 배경이 아주 흔한건 아니군.

그나저나 이 일을 무슨수로 수습한단 말인가.

죽음에 다다르기까지는 20년이나 남았는데

무인도에서 죽음을 앞두고 있다고 느낀 이 영혼은 벌써 복수의 대상을 용서해버렸다.

이렇게 되면 주변 인생들도 다 꼬여버릴 것이 아닌가!

그나마 수습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곤 그에게 새로운 복수의 대상을 만들어 주는 일인데,

어디서 갑자기 이런 인물을 만들어 낸단 말인가...

인생 중간에 복잡한 프로그램에 뛰어들 이는 아무도 없단 말이다.

무슨일을 어떻게 겪게 될지, 미리 프로그램된게 아니므로

이제껏 배웠던 인생의 주제들을 무의식속에서 끄집어 내면서 험난한 인생을 헤쳐나가야 하는 것이다.


역송 신청을 했던 두 덜떨어진 영혼이 돌아왔다고 마야가 알려왔다.

그런데 또 한 영혼이 룰을 어겨 프로그램 소멸상태로 돌아왔다고 한다.

남은 프로그램들 속 인물들은 사라진 기억으로 인해 원래 짜여진 프로그램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자신들이 깨달아야 할 삶의 주제는 사라지고, 허송세월만 하다 돌아와야 하게 되었다.

바보들이 왜 역송같은건 해가지고 내 일을 어렵게 만드는건지.

했으면 제대로 끝내고 돌아올 것이지.

천국행 플랫폼에서 둘이 얼싸안고 아주 난리가 났다.

어휴 저 덜떨어진 영혼들, 둘이 아주 신이 나셨군.

모니터를 뚫고 나오는 소음은 나의 짜증을 불러 일으켰다.


영수 : 아니, 한형, 형님!! 이게 어떻게 된겨~ '아주 무서운 일'을 당해서,

         먼저 갔다더니, 이렇게 만날 수 있는 거였던겨?.

         아유 잘됐구만 잘되었어~ 현세 사람들 기억만 지워지고, 형님은 나랑 같이 천국 가는거였구먼, 어?

기탁 : 어이~ 매제!! 자네 왔는가~?

         내동생 홍란이 씩씩하게 잘 살아갈 수 있게 작별인사 잘 하고 왔는가?

         우리 이연이는 이제 나같은 놈은 기억도 못할테니 행복하겠지?

영수 : 그럼 씩씩하게 잘 살거여~ 이해준 점장이 나였다는거 눈치 챘으면서 끝까지 아는척도 안하고 잘 참더라고...

         그렇게 현명한 여잔데 잘 살거여, 암 그래야지~

         뭐 아주 그냥 예뻐가지고 멋진 남자들이 줄도 설테고 말여~ 이히히히~

         내가 이연씨랑 둘이 친구하게 다리 잘 놔주고 왔으니께 씩씩하게 잘 살거구만~

기탁 : 그래~ 내동생이 좀 예쁘쥐~ 아주 훌륭한 유전자를 물려받았잖냐~

         그래도 우리 이연이보다는 안 예쁘지! 하하하하

영수 : 뭔 소리 하는겨? 우리 다혜가 훨씬 더 이쁘지~

기탁 : 아하하하하~ 그래 그래 두 예쁘니 서로 좋은 친구 되어서 잘 살면 된거지. 잘 다녀왔다 우리...!

영수 : 그나저나 나석철 그 놈은 어떻게 되었데? 요기 중유에 왔었겠지?

기탁 : 나석철 새끼 그거, 지옥행 티켓 받고 질~질 짜면서 지옥행 열차 타고 가버렸는데, 거기 가면 뭔 벌을 받으려나...

영수 : 저기 우리 천국행 열차 들어 오는구만 얼른 타자구~

기탁 : 어이~ 여보, 매제! 나는 여기까지야...자네 작별인사 하러 왔던거라네.

         잠깐 자네를 만나게 해 주는거라더군.

영수 : 뭐라고?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거여?

기탁 : 나도 모르겠어...뭐 기다리고 있으면 알려준다더군...

          아무튼 잘 가게나...내 동생 많이 사랑해줘서 고마웠네, 우리 인연 잊지 마세나...

영수 : 한형은 무슨일이 생겨도 잘 견딜 수 있을겨, 암만~ 누구 형님인데...

(안내방송) 20160414호 천국행 열차에 탑승하실 분은 지금 바로 탑승해 주시기 바랍니다, 곧 열차가 출발합니다!

기탁 : 어여 가~

영수 : 또 만날 수 있을거여 반드시!!


가만...뭐지? 둘이 현세에 인간관계가 있었단 말인가?

서둘러 컴퓨터를 확인한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김영수, 한기탁, 역송담당자 마야까지...

모두 하나의 인생 프로그램 속 영혼들 아닌가?

한 프로그램에서 3명이나 역송을 신청하다니,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단 말인가?

다들 죽을 때가 아닌데 죽는다는 건가?

내가 모르는 프로그램 버그라도 있단 말인가? 이게 무슨 일이지?...

돌아가면 이 문제를 캐봐야겠어,

마야가 여기 직원인거부터 뭔가 구린내가 난단 말야!

일단 이해준 문제부터 해결을 해 보자고.

가만, 이해준도 저 문제있는 프로그램과 한영역을 사용하는 프로그램이잖아.

이거 뭔가 큰일이 터지는거 아니겠지?

아니어야 할텐데...

우선, 지금 있는건 한기탁이라는 영혼과 홍란이라는 육체뿐이군...

다른 영혼의 인생 깨달음 주제를 실패하게 만들었으니,

자신의 의사가 아닌 새 프로그램 경험정도의 벌은 받아도 되겠지.

적당히 기억을 넣어서 내려 보내야겠어.

이해준의 새로운 복수의 대상으로 말야.

치명적인 남자와 치명적인 여자...

이정도면 복수심을 불러일으킬 충분조건은 될테니까.


마야씨~

한기탁씨, 기억 변환실로 데려가세요!


한기탁의 기억이 잘 지워졌는지 테스트는 해봐야지.
중유 시설들은 하나같이 왜 이다지도 낡았는지,
기억 변환실도 완전히 믿지 못하겠다.
나는 중유행 열차가 고장났던 악몽이 떠올라 만전을 기해야겠다는 생각에,
기억이 지워진 같은 프로그램 속 인물들을 스쳐지나가게 해 보기로 했다.
자연스럽게 조깅하는 모습이 좋겠어.
음~ 좋아,
이연이라는 인물, 잘 지나쳐 가는군.
승재라는 인물도 합격~
좋아 잘 변환 된것 같군.

그래 이제 헤어스타일도 좀 손보고 정식으로 내려보내면 되겠군.
가만, 그런데 승재라는 저녀석은 왜 돌아보는 거지?
엄마인 마야의 기억을 지우지 않았다는데 뭔가 찜찜하군.
이 사단의 모든 원인은 저 마야라는 영혼 때문이 아닌가...
위로 올라오면 한판 붙어야겠어.


모니터에서는 이제 막 아버지와 형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집으로 돌아온 이해준이 보였다.
기분이 좋은지 콧노래를 부르며 소파에 몸을 던졌다.
그의 입가에 나른한 미소가 번지는 순간 나도 모르게 속삭였다.


저 남자, 섹시하다!

어머 뭐야, 내가 왜 이래...

차가운 도시남자 이미지를 뚫고 나오는 나른한 섹시함,

남자로 태어나는 영혼들이 허구헌날 주문하던 거잖아.
내여자에게만은 따뜻하겠지~ 

이런 허세, 후훗~

너무 뻔한 프로그램이야!

그런데 저 남자는 좀 다른거 같아.

진짜같아...

자신의 섹시함을 의식하지 못해서 더 섹시한 느낌이야.


이해준은 한동안 기분좋은 표정으로 생각에 잠기는 듯 하더니,

천천히 일어나 웃통을 벗으며 욕실로 향했다.

오우~ 훌륭한 육체야.

요즘이야 입력된 값대로 수퍼컴퓨터가 자동으로 만들어내는 거지만,

아날로그 시절엔 저런 육체를 직접 손으로 빚어내는 조각사들이 있었다던데,

아날로그 시절에도 저런 멋진 육체가 가능했을까?

정말 누구나 다 가질 수는 없는, 특별한 육체를 가졌어.

음...
저런 남자를 사랑하게 되는건 어떤 느낌일까?
저런 남자에게 사랑받게 되는건 어떤 느낌일까?

저 차가운 남자를 따뜻한 내남자로 만드는건 어떤 느낌일까?

나는 갑자기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어졌다...




슈퍼컴퓨터실로 돌아온 마야는
위에서 내려온 분을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모니터 화면으로 진짜 해준과 홍난의 육체를 가지고 새로운 인물이 된 한기탁의 만남이 보인다.
음 잘 되는 거겠지? 어머 저거 저거 팬티 낀...기억변환이 뭐 잘못된거야? 뭐야?
아니, 한기탁씨 희생정신을 기특히 여겨서 위에서 새로운 인물로 살게 해주겠다고,

아주 파격적인 결정을 했다고 하더니만, 제대로 한 거 맞는거야?

진짜 이해준이랑 육체가 겹치는 바람에 나만 온갖 고생은 다했는데,

저 한기탁 환생체도 나 고생시키는 거 아냐?

아니, 역송도 아니고 파격환생인데 내가 조력할 일도 없는데,

왜 역송담당자인 나한테 지켜보라는 거야?

아니야, 아닐거야. 아니어야 하지 암~

인간의 무의식은 그 무엇보다도 강하다고 했어.
그냥 홍난이 남겨놓은 무의식의 잔상일거야.

괜찮을거야!

그나저나 그 귀여운 승재,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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