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 핵심 지지층의 의사와 기대에 반하는 말이나 행동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며, 설령 가능하더라도 해서는 안 될 일일 수 있다. 정치적 정체성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는 곧 자기 부정이며,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핵심 지지자에 대한 배신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특히 당내 기반이 취약한 정치인이 선거 국면에서 당의 역학 구도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는 곧 선거운동을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고, 실제로 그런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크다.

이처럼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김문수 후보가 한동훈 전 대표가 제안한 '3대 조건'을 수용해야 한다고 고집했던 이유는 세 가지였다.

첫째, 김문수 후보에게 정말로 이재명을 막겠다는 절실한 의지가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둘째, 나의 정치적 평가 기준은 “한 나라를 이끌 지도자는 지지자만이 아니라 전체 국민을 바라봐야 한다”는 점에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용기이기도 하지만 한 나라를 이끌 정치 지도자는 전체 국민을 중심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이자 가장 중요한 이유는, **비상계엄(내란죄)**과 관련된 문제는 대한민국 헌정 질서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가장 중대한 범죄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했다.

물론 위의 현실을 감안하면, 3대 조건을 직접 수용하기는 어렵더라도 어떻게든 수용의 형식과 내용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 방법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이거다 싶은 묘수는 떠오르지 않았다.

하나, ‘단일화’를 명분 삼아 3대 조건을 단일화 조건으로 포함시키는 방식이 있긴 했지만, 김재원, 장동혁 등 이른바 ‘단일화’보다는 국민을 겁박해서 표를 얻겠다는 발상을 가진 인물들이 후보 측 근에 자리하고 있어 이마저도 사실상 좌절된 상태였다.

그래서 이걸 어떠하나 하고 있었는데.

와, 이걸 이렇게 푼다.
누가? 한동훈 전 대표가.

그가 후보 옆에 서서 직접 이 내용을 정리하고 말해준다.
사실상 ‘3대 조건 수용’의 형식과 내용을 모두 갖춘 셈이 되었다.

3대 조건을 요구한 사람(한동훈)이, 후보 옆에서 후보를 대신해 정리했다.

와~ 이걸 이렇게 해낸다.
누가? 역시 한동훈 전 대표가.

오늘 이 모습을 보며 진짜 천재가 진짜 진심일 때, 세상에 못 할 일이 없을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는 완고한 민주주의자이고, 더 완고한 정당주의자다.
그래서 아직 조금 더 생각이 필요하다.
내 표를 얻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오해는 말자. 고작 내 한 표는 어렵다는 걸 자랑하려는 게 아니다.
단지, 국민의 마음을 얻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소중한 일인지
나부터 잊지 않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