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차이나 침공이란 거대한 파도를 ‘KC인증’으로 막을 수는 없습니다>   

KC인증 없는 제품의 해외직구를 금지하겠다는 입장에서 정부가 한발 물러섰습니다. 
치솟는 물가 속에 저가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에게는 일단 반가운 소식입니다. 한동훈 위원장과 유ㅅㅁ 의원의 ‘과도한 규제’ ‘무식한 규제’라는 정부 비판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를 ‘소비자 선택권 제한’으로만 비판하는 것은 우리가 직면한 거대한 도전을 너무나 협소하게 만들어버립니다. 선진국들은 지금 알리와 테무, 그리고 그들을 지원하는 중국정부에 대한 대처방안을 넓고 깊게 고심하고 있습니다.  

‘말도 안되는 가격의’ 중국 초저가제품이 밀려드는 통로인 알리익스프레스, 테무의 국내 이용자수가 천만에 육박했습니다. 무서운 성장세입니다. ‘C(china) 커머스의 침공’이라는 불립니다. 혹자는 ‘경제의 병자호란’이라 말할 정도입니다. 단지 온라인유통의 문제가 아니라 중소상공인, 온오프라인유통업, 제조업 전반에 걸친 충격과 경제생태계 파괴가 우려됩니다.   

그러나 자유무역으로 성장했고, 그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이런 ‘침공’에 대놓고 방벽을 쌓을 수 없습니다. 노골적 방벽이 아니라 보편타당한 정공법을 써야 하는 것이지요. 이번에 정부가 KC인증을 요구하겠다는 것은 소비자 안전 뿐 아니라 중국제품의 직구 규제를 국내업자만큼으로 근접시켜 제동을 걸겠다는 시도로 보입니다. 

그럼 이 방향이 맞느냐? 소비자의 불만도 불만이지만 실효성도 떨어집니다. 통관에서 걸러내기도 어렵고, KC인증이라는 수단에 대한 국내의 신뢰성도 낮습니다.

그러니 실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안전성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본질적인 것은 따로 있습니다. 우리제품과 유통의 경쟁력을 어떻게 끌어올리느냐입니다. 우리 손발을 묶는 구시대적인 규제틀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경쟁하고 ‘상상초월 가격’의 중국 제품이 이렇게 쏟아져 들어오는데, 마트 영업시간규제, 배송시간 규제 등은 꼼짝도 않고 정치인들은 국내업체 차별적인 플랫폼규제까지 새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모두 나름 목표가 있겠지만, 국경을 넘어 파도가 밀려오는 상황에선 의미가 없어지고 있습니다. 

이러다가는 재래시장 상인, 마트와 온라인에 납품하는 중소상공인, 중소플랫폼업자들 모두 중국발 파도 앞에 손발이 묶인 채 익사할까 걱정입니다.  

이번처럼 KC인증요구 같은 얕은 수로 '차이나 침공'을 막기는 역부족입니다. 파도의 높이를 제대로 파악하고 제대로 된 대응책을 만들어내는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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