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이번 전영현 부회장의 사과도 숫자에서 왔다. 금융투자사들은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을 10조원대로 예상했다. 수십 곳의 증권사 예측치를 취합해 평균을 낸 컨센서스가 10조원대 초반이었지만, 삼성전자가 발표한 잠정실적은 9조1000억원이었다. 컨센서스에 못미치는 영업이익을 내놓은 셈이다. 기자들은 컨센서스에 크게 못미치는 실적이 나오면 '어닝쇼크'라는 표현을 쓴다. 나는 이번엔 10조원대 초반과 9.1조의 격차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조금 고민했다. 그래서 어닝쇼크라는 표현을 기사 제목에 넣진 않았다. 굳이 그건 좀 과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8. 정치부에서도 숫자는 정말 중요하다. 선거에서 각 정당이, 그 인물이 받은 지지율이 다 숫자다. 올해 총선을 마치고 당선인, 낙선인들을 취재할 때 "기자님, 제가 우리 지역구에 *** 아파트는 다 승리했는데, ***동은 졌더라고요." 혹은 "지난번엔 4000표 차로 이겼는데, 이번엔 2800표 차이로 이긴거라 조금은 불안하지"라고 이야기하는 걸 듣곤 했다. 정치인들은 정말 자신의 지역구에서 나온 표를 숫자로 정확하게 기억했다. 그게 참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아무리 어수룩해보이는 할아버지라도 자기 지역구 숫자를 이야기할 땐 목소리가 또렷했다. 지역별로, 연령별로, 아침과 저녁으로 투표율이 달라진다는 점을 아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만큼 이 숫자들이 정치인에게 중요한거다.



9. 정치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고 하는데, 그 마음은 곧 숫자로 표현된다. 요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지지율, 여론조사가 숫자들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나는 그 중에서도 선거 결과로 나온 숫자, 득표율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민심이란 표현 좋아하지 않지만, 그게 바로 정치인들이 말하는 민심일테니 그렇다.



10. 대통령 지지율이 20%대에 머무는 상황에서 부산 금정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61%를 기록한 것은 그래서 더 의미가 크다. 상대당 후보를 22%포인트 격차로 눌렀으니 '압승'이란 표현을 충분히 써도 된다. 금정구 선거 결과에는 여러 함의가 담겨있다고 본다. 윤석열 정부, 김건희 여사의 문제에는 의구심이 여전하지만 당에는 기대를 걸어보겠다는 민의가 반영된게 아닐까.  6번이나 지역을 찾은 당대표가 대통령실을 향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한 목소리를 내 61%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를 오독하면 곤란하다. 대통령실을 출입할 때도 느꼈지만, 정말 여러 사람들이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할 때가 많은데 그걸 다 기사에 담아주면 싸움 붙이는 꼴밖에 안되는데.. 다들 그렇게 한다. 그게 정치 기사의 묘미(?)처럼 여겨지는게 현실이니 참..

11.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대표가 받은 63%도, 이번 금정에서 윤일현 후보가 받은 61%에는 이제는 보수를 좀 새롭게 해봐라, 대통령실도 좀 제대로 굴러가게 해봐라 라는 마음들이 모여있다고 생각한다.



12. 한편으론 그런 생각도 했었다. 지난해 4월 처음으로 정치부 여당 출입이 됐을 때 대부분의 기사엔 '친윤계', '비윤계' 익명 인터뷰가 담겨있었다. 친윤계는 누군지, 비윤계는 누군지 파악해서 일단 내 전화를 받아줄 수 있을 정도로 친분을 쌓고 기사를 쓸 때, 중요 사안에 대해 친윤계 성향의 의원의 발언이 필요할 때, 얼른 전화를 걸어 이야기를 들어보는게 중요했다.



13. 이런 매커니즘은 한동훈 대표가 당에 비대위원장에 왔을 때도 유용했고, 전당대회 기간에도 거의 비슷하게 흘러갔다. 그러니까 한동훈 대표의 발언이나 행보에 대해 당내 친윤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 발언에 대해 어떻게 보고있냐고 물어보고 그의 발언을 기사에 넣는거다. 최소한 3~4명에게 전화를 걸어 이야기를 들었고 그 발언들 중에 가장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걸 기사에 넣었다. 전화통화가 되지 않을 땐 그들의 라디오 출연 발언 혹은 페이스북 메시지라도 기사에 넣었다. 이건 정치부 기사의 약간의 틀(?) 같은 거였다.



14. 한동훈 대표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 워딩을 취재하는 방식도 비슷하다. 대신 대통령실은 입을 열어주는 이들이 제한적이라 이들과 먼저 가까워진 기자들에게 기사가 나온다. 나는 대통령실 2진이었고 내가 연락 닿는 이들은 행정관급, 일부 비서관급이라 이런 기사는 제대로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대통령실을 오래 출입한 그런 기자들이 여사 라인으로 소위 지목되는 사람들로부터 나오는 자극적인 워딩..ㅋㅋㅋㅋ기사가 많이 나오는 거라고 나는 추측한다. 아마도 맞을 것이다. 매커니즘상 그럴 수밖에 없을테니.



15. 한가지 의문은.. 이미 한대표는 당심/민심 63%를 얻었고, 이번 보궐선거 최대 격전지라는 부산 금정에서 61%를 얻었다. 부산 금정에서의 승리는 이재명+조국 둘의 단일화 속에서 이뤄낸거라 사실 더 큰 의미도 실을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친윤계를 대표해 전당대회에 나왔던 원희룡 전 장관은 18%를 받았다. 이게 그들의 공간이고 자산이다. 그런데 요즘 기사를 보면, 고작 18%의 지지를 얻는 이들의 목소리를 여전히 크게 담아준다. 이들을 당의 주류라고 쓰기도 한다. 당의 주류가 18%의 지지율을 받나..? 나는 잘 모르겠다. 이들은 이미 주류가 아니라는게 내 판단인데, 여전히 기사로는 이들이 당의 모든 권력을 장악했고 한대표는 여전히 소수에다가 원외로서 작은 사람인양 그려지는게 조금 나는 낯설고 의아하다. 그렇다고 주류로서 친윤 그룹의 좌장이 있나? 권성동 의원이 좌장? 전혀 모르겠는걸..


16. 여러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결국 이 모든 상황은 흘러가게 돼있고, 결국 대선주자가 결정될 시점이 오면 뱃지들을 포함한 모든 여권의 자원들이 제 자리를 찾아온다고들 한다. 지금은 과도기고 새롭게 떠오르는 누군가를 지켜보는 과정이라는 설명도 들었다. 다만 이번 61% 승리를 지켜본 이들은 이미 움직였다고도 하더라. 아마 앞으로 연말까지 이런 움직임은 더 나오지 않을까.. 근데 사람 보는 눈이 그렇게들 없나? ... 뭐 신중한거라고 해두자.  

우르르쾅쾅 1년여만에 대통령 된 분을 보니 좋은 자원일수록 수년간 검증하고 관찰하는 게 나쁘진 않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