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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금 레코드샵 진열장에서 꺼내든 이 시디는 제가 작사 작곡하고 제 목소리로 부른 곡들이 있는 앨범입니다. 이제야 좀 실감이 나는 것 같습니다. 미러볼뮤직에서 계약서를 쓸 때도, 어젯밤 온라인샵에 씨디가 뜬 걸 봤을 때도 그저 어리둥절한 느낌이었는데, 이제보니 진짜인 것 같습니다. 묘한 느낌이 듭니다. 대학교 입학 했을 때, 군대 제대 했을때 보다 뿌듯하고, 뭔가 해낸 것 같고 꿈을 이룬 것 같아서 제가 마치 대단한 사람이 된 듯한 착각이 듭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고마운 사람들의 이름을 수상소감 말하듯 불러보고 싶습니다.

 

저는 인메이입니다. 사실 이 앨범이 제 첫 앨범은 아닙니다. 정규로는 4번째 앨범이고, EP와 리믹스 앨범을 포함하면 6번째입니다. 이전까지는 디지털음원만 유통하고 씨디는 선물용으로 소량만 제작했었죠. 군대에서 말년에 할게 없어서 기타치고 놀다가 한두곡씩 작곡했던걸, 제대하고 기념으로 개인소장 추억거리 첫 앨범을 만들었다가 홀린듯이 빠져들어 지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인메이란 이름은 한창 중2병 걸렸을 때 만든거라 설명하기 부끄럽지만, I'm in may / Spring has come again / Everybody is happy except me. 의 첫줄의 인메이를 따서 인메이입니다. 살다보니까 흐리고 추운 날보다 맑고 화창한 봄날에 더 깊게 우울해지더라구요. 다른 사람들은 다 재밌게 놀고 친한 사람들이랑 좋은 날씨 즐기고 있는 것 같고 나만 혼자 뭐하나 싶고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런 기분을 표현한 약간은 암호같은 이름입니다. 노래를 만들 때도 멜로디나 분위기는 달달하게 가사는 씁쓸하게 해보려고 많이 시도해보았습니다. 평범한 듯하면서 우울한 일상, 마음대로 안되는 인간관계, 멀쩡한 듯하지만 외로운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썼습니다.

 

뜬금없는 전개지만 이 앨범이 아마도 마지막 앨범이 될 듯합니다. 저는 올해로 서른이 되었는데도 아직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쓰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음악을 해서는 먹고 살기 힘들다는 둥 툴툴대려는 것은 아닙니다. 이걸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시작한 것도 아니구요. 물론 그다지 좋은 환경이 아닌 것은 맞습니다. 한창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대박을 터트렸을 때, 다른 여러나라들과 음원료(아티스트에게 돌아가는 수익)를 비교한 그래프가 공개되어서 음악인 뿐만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큰 충격을 주었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아티스트들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환경 탓하며 징징대고 앉아있는 것은 그분들에게 실례가 되는 일인 것 같습니다. 단지 저에게 용기와 성실성이 부족한 것이지요.

 

요근래 몇년동안 다른친구들이 냉혹한 취업전쟁을 치르는 동안 저는 혼자 딴세상에 사는 것처럼 가사쓰고 노래만들며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무릉도원에서 지냈습니다. 몇일씩 방구석에 처박혀서 녹음하고 믹싱하고, 친구에게 앨범커버 그림을 부탁하고, 뉴욕에 있는 마스터링 스튜디오에 메일을 넣어보고,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저작권협회에 가입하고, 심의접수를 한다고 방송국에도 가보고 유통사와 계약서도 쓰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제가 기획해서 추진해 나가는 일은 짜릿하도록 재밌는 일이었습니다. 시간도 돈도 많이 들었습니다. 이 자원과 에너지를 다른데 썼으면 어땠을까 생각도 해보지만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꿈을 접는 것도 현실과 타협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일을 하며 후회없게 살겁니다. 써놓고 보니 왜 이야기를 시작했는지 잘 모르겠네요. 아무튼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