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가 있을때 다양한 장소에서 은하수를 보고 싶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을지 모르니까...
그런 마음으로, 2주 연속으로 주말에 은하수를 찾아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이번에 갈 장소는 경남 합천의 황매산.
이맘때면 철쭉제로 유명한 곳인데 은하수 명소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서울 남부 터미널에서 산청 시외버스 터미널행 표를 끊었다.
황매산은 합천 터미널에서 가도 되고 산청 터미널에서 가도 되는데
산청 터미널이 버스표값이 조금 더 싸서 그쪽으로 끊었다.
11시경 출발하는 버스를 염두에 두고 집에서 일찍 나와서 오전 아홉시 조금 넘어서 서울 남부 터미널에 도착했는데
11시 버스는 매진이었고 1시 40분경 출발하는 버스가 그나마 자리가 있었다.
거의 네시간을 서울 남부 터미널에서 보내고 나서야 버스를 탈 수 있었다.
그렇게 세시간 조금 넘게 버스를 타니 산청 터미널...
산청 터미널에서 다시 황매산 가는 버스를 탔다.
산청 터미널에서 황매산 가는 버스는 터미널 시간표를 보면 하루 세대가 있는데 그 버스 외에도
'장박'행 버스를 타면 황매산 근처에서 내린다는데 난 그걸 안타서 모르겠다.
황매산행 버스를 타면 그게 종점이 황매산인데 황매산 바로 직전에서 내려도 된다.
기사님께 황매산 물어보니까 종점 전에서 내려주셨다.
황매산 직전...아마 '만암'일 것이다.
그 정류장에서 내리면 황매산 철쭉축제 가는 표지판이 보인다.
그 표지판을 따라 임시도로를 쭉 걸어가면 황매산 철쭉축제하는 곳 주차장이 나오고
주차장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황매산이다.
저 멀리 보이는게 황매산.
정상은 아니다.
정상은 사진 왼쪽으로 한참 더 가면 있다.
사진 퀄이 별로지?
내가 실수로 출발~황매산 도착 후 은하수 뜨기 전까지 찍은 사진을 죄다 날려먹은거 같다.
그나마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이 몇장 남아있어서 그걸로 올린다.
글의 서두에 사진없이 글만 주절주절 써놔서 미안...
내가 뭔 정신으로 사진들을 날렸는지.
아조시가 미안해.
황매산 축제 주차장까지 올라가는 길에
죽단화(?)가 드문드문 피어있었다.
버스타고 황매산까지 오는 도로에도 죽단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근데 이거 죽단화 맞지?
해질무렵에 겨우 도착해서 산 중턱까지 오르니 해가 서서히 진다.
여기서 잠깐 고민했다.
곧 해가 질텐데 정상까지 올라가볼지 아니면 여기서 미리 포인트를 잡고 준비해둘지.
고심끝에 한번 올라가보기로 했다.
아 참고로 철쭉은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꽃망울만 맺혀있었다.
본격적으로 개화하려면 이번주~이번주말이 적기일듯.
중턱을 지나 정상 근처 전망대까지도 나무계단으로 정비되어 나름 편하게 올라갈 수 있었다.
그 이후론 약간 이런 돌산이다.
전망대까지 올라왔을때 본격적으로 날이 어두워지더라.
전망대 바로 위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르긴 했는데 거기가 정상이 아닌거 같더라.
정상석이 아무리 찾아봐도 안보였거든...
거기서 능선타고 더 가야 정상인거 같은데...
날이 너무 어두워져서 그냥 내려갔음.
야간산행용 헤드램프랑 손전등도 있긴 했는데
처음 가보는 산을 무리해서 야간산행 하기도 좀 그렇고...
내려가서 자리잡으려고 그냥 내려갔지.
내려가서 철쭉동산의 성벽이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는데
그때 갑자기 배가 아파왔다.
겨우 올라와서 자리 잡았는데 화장실때문에 다시 밑의 주차장까지 내려갔다.
후...
화장실에서 큰 일을 치르고 다시 성벽있는 곳으로 올라와서 자리를 잡았다.
산 밑 주차장에서는 바람이 거의 안부는데 성벽있는 곳에 가면 바람이 엄청나게 불었다.
날이 많이 따뜻해져서 초봄~늦가을용 바람막이만 걸쳤는데 꽤 쌀쌀하더라.
(OneRepublic - Counting Stars)
누각 바로 옆으로 여름철 대표 별자리, 전갈이 떠오른다.
난 이 전갈자리에 얽인 작은 추억이 하나 있다.
내가 어렸을때 '천문우주과학캠프'란게 있었다.
아마 '운해와 은하수'글에서도 언급했을거야.
거기선 집에 가기 전날 밤에 생일 별자리에 맞는 야광 별자리 열쇠고리를 줬었거든.
내 생일은 천칭자리에 해당돼서 나는 매번 천칭자리 열쇠고리를 받았다.
그런데 난 항상 천칭자리 말고 전갈자리 열쇠고리를 갖고 싶어했었지.
큰 이유는 없었고 그냥 그땐 어린 마음에 '전갈'이 뭔가 멋지게 보였거든.
그때 같이 있었던 내 친구는 마침 생일이 전갈자리라 매번 전갈자리 열쇠고리를 받아서
내 친구를 설득해서 천칭자리 열쇠고리와 전갈자리 열쇠고리를 바꿨던 기억이 난다.
12시 조금 넘었을 무렵...
세상 만물이 모두 단잠에 빠졌을때 게으른 은하수가 왼쪽 능선에서 느긋하게 고개를 내민다.
저번에 운해와 은하수를 찍었을땐
내가 은하수 촬영에 대해 크게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
생각만큼 선명하게 찍히지 않은게 마음에 걸려서 이번에는 찍는 방법을 수정했다.
이제는 제법 뚜렷한 은하수가 찍힌다.
누각 바로 위로 은하수의 중심부가 살짝 모습을 비춘다.
이제 갓 겨울잠에서 깨어나 꽃망울을 터뜨린 철쭉을 굽어보며 은하수가 별빛 미소를 짓는다.
누각 꼭대기 바로 옆의 은하수 중심부.
주변 광해가 적은 편이라 은하수가 꽤 선명하게 찍힌다.
사실 저번 붕어섬의 은하수도 좀 더 선명하게 찍을 수 있었는데
그땐 내 사진 실력이 썩 좋진 않아서...
시간이 허락한다면 붕어섬에 다시 가보고 싶다.
이날 사진은 정말 잘 나온 편이었는데
사진을 찍는 재미는 별로 없었다.
흘러가는 은하수에 나의 생각들을 띄울 수도 없었다.
은하수 명소라 그런지 사진사들이 많이 찾아왔는데
하룻밤 사이에 별,은하수 사진 찍으면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유형의 사람들을 다 겪었거든.
사색에 빠질만한 겨를이 없었다.
조용히 사진찍는 재미도 느끼지 못했고.
특히 무슨 동호회 카페에서 나온 출사팀...
누구는 밤하늘에 대고 레이저쏘고 누구는 은하수에다 라이트 빛줄기 비춰가며 광선검놀이하고...
심지어 사진 찍고 있는데 카메라 렌즈 한가운데로 헤드램프 비추면서 뚜벅뚜벅 걸어오는 사람도 있었다.
삼각대 밀어내면서 막무가내로 진입하던 사람도 있었고.
덕분에 USB케이블 5핀 단자 하나 휘어짐.
땡큐 십새야.
동호회,카페라는 타이틀이 무슨 완장이라도 되는건가?
내가 지금껏 일출,일몰,별,은하수,야경 이런 사진들 찍으러 다니면서 봐온 결과
내 편견이겠지만...
혼자 오는 사람이라던지 친구끼리 두세명 팀으로 오는 사람들 혹은 연인,가족끼지 오는 사람들은
정말 다른 사진사들에게 되도록 피해 안주고 조심조심 행동한다.
서로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행동 하나하나에 배어있다.
그런데 무슨 카페나 동호회에서 단체로 출사 나오는 팀들?
안하무인이다.
다른 사람들 안중에도 없다.
'서로 조심해가면서 사진 찍어요'가 아니라 '우린 사진 찍을테니까 너희들이 조심해요'다.
심지어 다른 사람들은 물론이고 자연마저 자신들의 사진에 방해가 된다면 가차없다.
나도 사진카페나 동호회 가입해서 눈팅도 하고 사진도 조금씩 올리고 있고
기회가 된다면 출사에 한번 껴서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동안 봐왔던 모습들 그리고 이번 은하수 출사로 인해
사진 동호회나 카페의 출사에 큰 불신감과 회의감이 든다.
차도 면허도 없는 놈이라 혼자서 움직이기엔 제약이 많고
혼자서 움직이다보면 때론 밤중에 산에서 헤매는게 무섭기도 하고...
그래서 사진 동호회 출사에 따라다니면 대중교통으로 가기 힘든 곳도 갈 수 있고
다른 사람들과 재밌는 사진 생활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동호회 출사가 그런거라면 다시 깊이 생각해봐야겠다.
차라리 지금처럼 혼자 다니는게 낫지...
이 날 사진찍는 재미도 없었고 사색에 빠지지도 못했으나
지금껏 찍어온 사진 중에 은하수가 제일 선명하게 나왔고
생각지도 못하게 유성도 제법 담겼다.
붕어섬 출사때가 거문고자리 유성우가 쏟아지던 날이었는데
그때보다 오히려 더 많은 유성을 담은 것 같다.
물론 유성이 아니라 지나가는 비행체였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동쪽 멀리서 희붐하게 하늘이 달아오르고
은하수가 조금씩 옅어진다.
나는 장비들을 챙겼다.
은하수는 제법 선명하게 볼 수 있었지만 나는 다음번에 또 올 일은 글쎄...
온갖 진상들을 다 봤더니 딱히 또 오고 싶은 생각은 없다.
또 오더라도 이 포인트는 피할 것 같다...
다음번엔,어디를 가볼까?
이런 여유가 언제까지 있을까.
나는 옅어져가는 은하수에게 언제가 될지 모르는 다음 번을 약속하며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지난 게시물 보니까 정말로 은하수를 볼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댓글들이 조금 보여서 적는다.
광해가 없고 날씨가 좋다면 은하수를 맨눈으로도 볼 수 있음.
어느정도로 보이냐면, 암적응만 잘 된다면 저번 '운해와 은하수'게시물에 나온 정도는 볼 수 있을거 같다.
처음에는 은하수가 맞는지 잘 모를 수도 있다.
그냥 허연 구름띠처럼 보일 수도 있거든...
근데 그거 은하수처럼 생긴 구름이 아니고 은하수 맞아.
-되도록이면 보름달이나 보름달에 가까운 날은 피하는걸 추천한다.
달빛에 은하수가 묻혀...
ㅇㅇ.
와!은하수 멋지다bb 황매산 가고 싶은 곳인데ㄱㅅ사진 감사합니다 - dc App
동호회 저런 식으로 출사다니는 패거리들은 사진 찍는 기본 마음가짐이 안 되어있는 것들이지. 하늘이 마음을 열어보이는 사람들은 조용히 즐기는 사람들일 것이다. 좋은 글 좋은 사진 추천찍고 감. ↖ 퍄 ↗
희붐하다란 말 처음 알았네
어렷을적 제천 외할머니댁 갔다가 밤하늘보고선 깜놀했었는데.. 하늘에 별이 촘촘히 박혀있는거보구 소름돋더라..너무 아름다워서..잊을수가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