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권리찾기 대회’ 여는 최나영 민중당 주거권위원장 “주거권 보장해야”

“세입자 53%는 2년에 한 번씩 이삿짐을 싼다. 도시민인가, 유목민인가.” 민중당이 서울 전역에 내건 현수막의 문구 중 하나다. 전·월세가 오르면, 집주인이 집을 비워달라고 요구하면 세입자는 그 집에서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담았다. 집이 없는 세입자라면 고개를 끄덕일 법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무주택 세입자를 보호하는 정책이 여전히 부족하다. 이에 민중당은 한국 정당 최초로 당내 ‘주거권위원회’를 설치하고 세입자 보호 정책을 마련하는데 전면에 나섰다. 주거권위원회 위원장은 수차례 이사 경험이 있는 ‘세입자’ 최나영 민중당 공동대표가 맡았다.
민중당 주거권위원회는 4~5월 동안 ‘세입자 계약 갱신권’,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 신탁제’,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 등 국회에서도 아직 논의하지 못하고 있는 세입자 보호 정책을 국민들에게 알리는데 주력했다. 이를 바탕으로 6월 1일에는 세입자들과 함께 거리로 나서 집회를 연다.
최나영 위원장은 29일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주거권은 당연히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라며 “이것은 일부 극빈층에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라 국민 절반이 처하고 있는 현실이고,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주거권은 주택을 팔고 사는 권리가 아닌 인간의 기본권”
‘주거권’은 헌법에도 보장된 기본권이라는 게 학계의 보편적 인식이다. 헌법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제34조 1항),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제35조 1항),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제35조 3항) 등의 조항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주거권’을 더 분명히 하기 위해 취임 후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새로 명시하는 헌법개정안도 발표한 바 있다.
최 위원장은 “‘주거’는 주택과 완전 다른 개념이다. 주거권은 (주택을) 소유를 하든 못하든 일정한 곳에 머무를 수 있는 권리, 즉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권에 해당한다”라며 “국민들이 한 곳에 안전하게 머무를 수 있도록 국가 보장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헌법에도 명시돼 있고, 세계인권선언과 유엔 규약 등에도 채택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주거권위원회’라고 명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 위원장은 한국의 주거권 현실에 대해 “일단 집값이 너무 비싸서 노동자와 서민이 살 수 없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서울 집값이 전 세계 주요 도시 중에 3~4위를 다툰다. 최저임금 노동자의 연봉으로 10원도 쓰지 않고도 31년 모아야 서울 평균 집값의 한 채를 살 수 있다. 한마디로 못 산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 정책의 문제는 투기에 대한 규제가 약하고, 세입자 보호 정책은 전무하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런데도, 주거권 보장을 위한 정치권의 논의는 활발하지 않다. 최 위원장이 주거권 보장 운동을 이끌겠다고 나설 때도 주변에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고 한다. ‘세입자는 떠돌아다닌다, 그래서 조직이 잘 안 된다’, ‘집을 소유하고 싶은 욕심은 국민 누구나 있을 것이다’는 인식이 팽배했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주거권 운동을 하면 집값이 떨어지기 때문에 (선거에서) 표가 되지 않는다’는 말도 많았다. 그래서 (어떤 정치인도) 잘 시도하지 않으려는 분야였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에서 민중당까지 진보정당에서 활동해온 최 위원장은 “언젠가는 이 문제를 꼭 다룰 것”이라는 다짐을 해왔다. 무엇보다 자신이 12년 동안 무려 4차례 이사를 다닌 세입자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거권 문제에 관심이 쏠렸다.
주변의 회의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정당 차원에서 주거권 보장 운동에 나서는 데 힘이 된 것도 다름 아닌 당원들이 처한 현실 때문이었다.
최 위원장은 “우리 당원들 중에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많다. 그중에서도 건설노동자가 많다”라고 언급한 뒤, 지난해 여름 민중당 공동대표로 취임해 첫인사를 나눈 건설노동자 당원의 사연을 소개했다. 그 건설노동자 당원은 “평생 집 짓는 일을 하는데 내 집 한 칸이 없다. 제가 무능력해서 그렇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최 위원장은 “나이 60이 넘으신 분이 저보고 (이 현실을) 바꿔달라고 하더라”라며 “너무 충격받았다. 평생 열심히 일하신 분이 집을 소유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인생의 실패자라고 보는 이 사회적 인식이 너무 화가 나고 속상해서 빨리 (주거권 보장을 위한 조직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내 집 임대료 인상을 국가가 규제한다면?
민중당 주거권위원회가 요구하는 것은 기본권인 주거권의 보장부터

서울집값 그렇게 비싼 편 아닌데.......